한국근현대회화 100선

마침지인들과의저녁식사약속이인사동으로잡혀있어서

이르게집을나섰다.

오랜만에카메라도핸드백에담고덕수궁으로들어선다.

관광객을위한수문장교대식이열린다는방송이들려온다.

커다란북옆에아주어린소녀가수문장들과같은옷차림으로서있다.

역사의재현이라는그럴듯한담론을생각하면서도

보여주기위함인알맹이없는,

즉생활없는재현에대해생각한다.

가치가있기도아마없기도할것이다.

이즈음내가가장많이서성이는길이다.

확신없는,미증유의,흐릿함의안개거리.

아주소소한생각에서도도무지단언할수가없다.

결론이없다.

그래서덕수궁초입에서

난데없이아직도잘이해치못하는

데리다의해체를내서성임속에서언뜻보이는것처럼….느끼기도한다,.

사물은소리를내기도하지만

소리를흡수하기도하는듯,

특히덕수궁에들어설때마다느끼는것은알수없는적요함이다.

도심의한가운데이면서도,

방학이라수많은아이들의소리가참새소리처럼들려오고

그아이들에게비둘기처럼구구거리며대답하는엄마들의소리,

외국인들의말소리까지

낭랑하게들리면서도

클라리넷연주사이에들려오는연주자의호흡처럼

들리는그러나들리지않는표현하기어려운고요함이있다.

오래된돌들,

오래된지붕들,

그리고오래된나무들은

오래묵은세월만큼

그진중함으로소리를흡수해들이는지도모른다.

일월한가운데

그리고겨울한가운데이니

늘푸른나무라고지치지않으랴.

소나무는그럴수없이피곤한낯을한채

검은녹빛으로가라앉아있다.

모든것을훌훌히벗어내지못한애환인가.

검은화살나무의줄기가선연하다.

주황색꽃을어여쁘게매달고있던능소화도….죽은듯깊은침묵에빠져있다.

깊은겨울잠에빠져있는정원이다.

날아갈듯한대궐의지붕선옆에서있는

서울신청사….그참건물사이의그건물은참으로괴이해서

사진찍으려고할때전봇대보다더거슬린다.

그림을본다는것은

시디플레이어에서녹음된음을듣다가..

빼어난오케스트라의연주를직접듣는일과흡사할것이다.

아니그보다더

조금더깊은공명의감도를느낄수있는일일지도.

새롭고아픔다운숲이기도하겠지.

그림이숲이라면

시각적인이미지는아마나무하나일지도모른다.

수많은나무와풀과꽃을담고있는가운데겨우한그루

똑같은그림을보지만

개인마다도달하는곳은천차만별,

그숲의수많은나무들풀들꽃들을생각해보라.

그리고눈부신빛이함께할때를

바람이불어그수많은존재들이흔들거리면….

어딜가나이제한가한곳은별로없다.

마치세일하는백화점과별로다르지않다.

오후시간이고방학한지도오래되어서

괜찮을거야,라는기대가뭉개지는시간.

그러니한적함이주는집중력을발판삼을게아니라

나에게서집중력을만들어내보내야한다.

그런마음가짐으로미술관에들어선다.

유명해서익숙한작가들의그림

유명이주는권위가아니라

그림이주는권위요

권위가주는유명이란생각을하게된다.

그런그림들앞에서서천천히걷다보니

아좋네….

아좋아

정말좋구나….

그래서뭐가그리도좋은거니..

마음속을헤집어보는데

그게아주범벅이더라.

기쁨도슬픔도환희도

어느한줄기감정이아니라여러가지것들이

마치노래하는분수처럼분출되며섞이고있더라는것,

의외로가장굵은줄기가….

슬픔의색채를띄고있더라는것,

아는그림은알아서더욱좋고

모르는그림은새로워서마음이활짝열린다.

오지호의유명한그림남향집옆에있던

내장산을그린<설경>

순식간에나를그에게로빨아들였다..

겨울이,눈내린숲이이렇게아름다웠던가,

전혀겨울을,눈을,모랐던사람처럼새롭고신선했다.

약간경사진눈으로덮여버린

그래서길인듯길이지않는듯

사라져버린그길에발자국을내며걸어가고싶었다.

담휘만한아이와여자아이가서더니담휘같은아이가작은소리로그런다.

아이그림맘에든다.

그치좋지?

이런아줌마티를결국내고말았다.

네에참좋은데요….

그아이도환하게하아파이브하듯이대답해줬다.

김환기의피란열차는언제보아도

사람이꽃같아서

전쟁을피해가는사람들이라는생각이들지않는다.

꽃다발들이고꽃밭들이고꽃이고

사각형원형등기하학도형이작품의기본을이루고있다는

전문가들의시시한분석보다는

작가의삶을바라보는

시선이가장많이보이는그림이아닐까,

푸른하늘은그가그린어느블루보다맑고청랑하다.

떠나갈수있는기차와바퀴..(바퀴도꼭넣어주어야해).

사람들과의부딪힘.

따뜻한관계..

소유보다는함께…..를이야기해주는

사람!사랑!

의본질을갈파한그림.

바로그옆에

이중섭의<길떠나는가족>이있었다.

노을이고운날이다..

아버지가달구지에아내와어린자식둘을태우고어디론가가고있다/

아버지는하늘을바라보며춤을추고있다,

엄마는새를향한손을내밀고있다.

아들은소의꼬릴를잡으며장난을치고있고

소는그런아이를옆눈으로바라보는듯,

소의등에피어나있는꽃….

노을이지어낸꽃이라도좋고

화가가그려준꽃이라해도좋다.

아그런데

전혀다른이두그림이나란히서서….

그림과그림사이인지그림뒤의그림인지

공통분모섞임조화….새로움….

즉내게빚어내는새로운그림이있더라는이야기

그리고그순간

나는

알베르토망구엘이<독서의역사>에서쓴

<간통>이란단어를떠올렸다.

이책을읽고있으면서다른책을기억해내던지

혹은그반대의경우…,

<간통>이라는것,,,,

그러니까

나도그림앞에서….

<간통>을했다는것….

25000원을주고도록을사왔는데

집에와뒤적거려보니

설경도피란열차도길떠나는가족도

듣지못한화가김기창이그린소리가눈에보이던아악도….

정물이되어있다.

간통도실물(?)과만가능한이야기런가..

여담인데

조선일보기자분께서임직순의그림.

‘모자를쓴소녀’에서

빨간꽃을셀비어로보신듯….

내가보기엔확실히터치랑이파리들이

칸나=홍초였는데

기사열심히찾아서홍초같은데요…

댓글달았다.ㅋ

브람스골짜기아래로

11 Comments

  1. 士雄

    2014년 1월 17일 at 3:03 오전

    프랑스대통령을생각해봤습니다.ㅎㅎ
    간통이라는말이무슨의미가있는지..   

  2. 松軒

    2014년 1월 17일 at 3:37 오전

    덕수궁을동서데리고다시다녀왔어요..
    두번보니까여유롭게보긴봤는데
    도록살까말까하다가..그냥왔는데..

    방학이라아이들의교육현장이되어있는미술관의풍경또한
    마음에들었는데…

    숙제래요…강압적인숙제같아서마음이,
    정작아이들은재이없다나요….ㅋ

    글쎄~~~~
    움직이는사랑을어쩌라구요..글쵸???.ㅋㅋㅋ   

  3. 푸나무

    2014년 1월 17일 at 4:02 오전

    아사웅님과송헌님
    앗두분다한문이시네…

    댓글을읽어보니
    제가너무글에대해생략을한듯합니다.
    알베르토망구엘이
    사용한독서에서의간통은…
    작가적은유이자약간과격하거나생경한비유같은겁니다.

    이글에서저글을생각하는연상하는
    풍성한소통같은것,
    그런의미에서별로좋지않는단어로만사용되는
    <간통>에게약간의면죄부겸.
    읽는독자들에게는관념의변환같은것을노렸을거구요.

    저두두그림을연이어보니
    그둘이상충혹은보완혹은화합등…
    그다름이오히려아주좋더라는
    아하,망구엘이그래서<간통>.이란단어를….사용했구나…
    그림에대한이해도가상승되는어떤지점을생각하면서
    그망구엘의간통이저절로떠오르더라는거지요.

    송헌님표현대로라면
    그림에대한움직이는사랑….같은거요.
    그러니까사웅님
    프랑스대통령….과는좀거리가있겠지요?하하
    고맙습니다.두분.   

  4. 소리울

    2014년 1월 17일 at 6:24 오전

    소상한설명망구엘이쓴간통이이해기됩니다.
    문화적갈증은이촌에서는해결이안되네요.
    서울행을해야비로소그림도보고생각도하고간통을공감할수있을텐데말이지요.
    현지에서유명작가들의그림을본나로서는더욱더보아야간통이된다는말에공감합니다.
    도록으론안된다는걸..   

  5. 데레사

    2014년 1월 17일 at 9:29 오전

    나도가봐야지하면서별르기만하고있습니다.
    이제는서울한번나간다는게힘드네요.ㅎㅎ   

  6. mutter

    2014년 1월 17일 at 4:34 오후

    볼줄도모르면서두번가보았는데
    3월에끝난다니까한번만더가보고싶네요.
    덕수궁.
    갈때마다추억이떠올라서정겨워요.
    국화전시회를하던자리.사진찍던자리.등등   

  7. 凸凸峯

    2014년 1월 17일 at 11:13 오후

    밑에서위로일곱번째마대에點描한그림…
    혹시신아무개화백의그림이아닐까싶네요.
    40여년전,그가마대에그린엇비슷한그림
    한점이집에걸려있는데…   

  8. J cash

    2014년 1월 18일 at 12:02 오전

    전시회는좀더아껴놨다가볼참이고…
    "시청사
    전봇대보다더거슬린다"…맞는말씀..
    최악의건축물입니다
    도시의건물은공공환경미술인데…
    관에서하는일이라
    공모를했다지만
    검증된세계적인작가가아닌
    답답한
    국내작가에게맡기기때문입니다
    용산구청,성남시청등도마찬가지구요
    졸부의집을보는것같아요

    청계천의스프링,테헤란로의’아마벨’등이
    엉뚱한듯하면서도
    그럴듯하잖아요…?
    이것도저의개인적인생각일뿐입니다ㅎㅎ
       

  9. 느티나무

    2014년 1월 18일 at 10:20 오후

    부럽습니다.
    저렇게좋은,
    귀한그림들을볼수있으셨으니….^^
    눈에익은그림도있고,
    첨보는그림도있고…
    하지만이렇게포스팅을통하여볼수있다니,
    그것도감사한것이겠지요?

    서울,
    참살기좋은곳이란것아세요?
       

  10. 말그미

    2014년 1월 19일 at 5:18 오후

    한겨울에덕수궁엘가셨군요?

    저는아주늦가을에가서100선외에
    덤으로남은단풍도좋았습니다.

    여기서명화들을보니다시보는듯새삼스럽니다.
    한몫에너무좋은명화들을많이봐서체할거같았어요…^^
       

  11. Lisa♡

    2014년 1월 20일 at 4:11 오후

    해당화가어찌나좋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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