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현대회화 100선
BY 푸나무 ON 1. 17, 2014
마침지인들과의저녁식사약속이인사동으로잡혀있어서
이르게집을나섰다.
오랜만에카메라도핸드백에담고…덕수궁으로들어선다.
관광객을위한수문장교대식이열린다는방송이들려온다.
커다란북옆에아주어린소녀가수문장들과같은옷차림으로서있다.
역사의재현이라는…그럴듯한담론을생각하면서도
보여주기위함인알맹이없는,
즉생활없는재현에대해생각한다.
가치가있기도아마없기도할것이다.
이즈음내가가장많이서성이는길이다.
확신없는,미증유의,흐릿함의안개거리.
아주소소한생각에서도도무지단언할수가없다.
결론이없다.
그래서덕수궁초입에서
난데없이아직도잘이해치못하는
데리다의‘해체’를내서성임속에서언뜻보이는것처럼….느끼기도한다,.
사물은소리를내기도하지만
소리를흡수하기도하는듯,
특히덕수궁에들어설때마다느끼는것은알수없는적요함이다.
도심의한가운데이면서도,
방학이라수많은아이들의소리가참새소리처럼들려오고
그아이들에게비둘기처럼구구거리며대답하는엄마들의소리,
외국인들의말소리까지
낭랑하게들리면서도
클라리넷연주사이에들려오는연주자의호흡처럼
들리는그러나들리지않는표현하기어려운고요함이있다.
오래된돌들,
오래된지붕들,
그리고오래된나무들은
오래묵은세월만큼
그진중함으로소리를흡수해들이는지도모른다.
일월한가운데
그리고겨울한가운데이니
늘푸른나무라고지치지않으랴.
소나무는그럴수없이피곤한낯을한채
검은녹빛으로가라앉아있다.
모든것을훌훌히벗어내지못한애환인가.
검은화살나무의줄기가선연하다.
주황색꽃을어여쁘게매달고있던능소화도….죽은듯깊은침묵에빠져있다.
깊은겨울잠에빠져있는정원이다.
날아갈듯한대궐의지붕선옆에서있는
서울신청사….그참…건물사이의그건물은참으로괴이해서
사진찍으려고할때전봇대보다더거슬린다.
그림을본다는것은
시디플레이어에서녹음된음을듣다가..
빼어난오케스트라의연주를직접듣는일과흡사할것이다.
아니그보다더…
조금더깊은공명의감도를느낄수있는일일지도.
새롭고아픔다운숲이기도하겠지.
그림이숲이라면
시각적인이미지는아마나무하나일지도모른다.
수많은나무와풀과꽃을담고있는가운데겨우한그루
똑같은그림을보지만
개인마다도달하는곳은천차만별,
그숲의수많은나무들풀들꽃들을생각해보라.
그리고눈부신빛이함께할때를
바람이불어그수많은존재들이흔들거리면….
어딜가나이제한가한곳은별로없다.
마치세일하는백화점과별로다르지않다.
오후시간이고방학한지도오래되어서
괜찮을거야,라는기대가뭉개지는시간.
그러니한적함이주는집중력을발판삼을게아니라
나에게서집중력을만들어내보내야한다.
그런마음가짐으로미술관에들어선다.
유명해서익숙한작가들의그림
유명이주는권위…가아니라…
그림이주는권위요
권위가주는유명이란생각을하게된다.
그런그림들앞에서서천천히걷다보니
아좋네….
아좋아…
정말좋구나….
그래서뭐가그리도좋은거니..
마음속을헤집어보는데
그게아주범벅이더라.
기쁨도슬픔도환희도…
어느한줄기감정이아니라여러가지것들이
마치노래하는분수처럼분출되며섞이고있더라는것,
의외로가장굵은줄기가….
슬픔의색채를띄고있더라는것,
아는그림은알아서더욱좋고
모르는그림은새로워서마음이활짝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