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 서신 ㅡ spring water

기실온천여행은하구싶지않았어요.

통통하고실팍한다리로~

마구마구걷는여행이

아직은좋거든요.

그런데북해도엘가니결국온천여행이되더군요.

날마다두번사흘째는세번을했으니

날밤..호텔에여장을풀고식사를하고

동네산책을조금한다음…..

그차갑고푸르른기온속을나는더많이걷고싶었는데

다들따뜻한온천으로가자고하더군요.

온천장이끝이보이지않았어요.

하두커서..

노천탕으로나갔더니

세상에여전히하얗게눈이내리는데

그차가운흰눈에얼굴을대주며뜨거운물속에잠겨있으니

호사라는단어가생각나더군요.

온천때문이아니라

당연히눈때문이었죠.

돈으로할수없는게진짜호사라고생각하거든요.

세상에언제다시이렇게푸짐하게내리는함박눈을

얼굴에가득느껴볼수있을까

마치세상을채울듯이내려오는눈….

눈을감으니

눈과나밖에없는듯….

다음날도문여는시간에맞춰일찍갔어요.

부지런한사람몇

아주청결했고….

그리고다시눈에게얼굴을내어주었죠.

어젯밤과는또다른눈이었어요.

버스앞에걸려있는지도를보니북해도는엄청큰섬이더군요.

우리가다닌곳은그중중앙쪽의자그마한사각지대에불과했죠.

지도는지리를나타내주는것처럼보이지만

사실지리는아니지요.

오히려지리의모호함을현미경처럼보여주는것일지도몰라요.

그러고보니지도는

우리가아는것혹은보는것이

얼마나작은가를나타내주는표지같기도했어요.

그렇잖아요.

하늘그무한대의공간속에서

금방사라져버리는공간을가르며비행기를탄다는것,

그리고다시버스를타고

실핏줄만도못한조그마한길을스쳐지나간다는것,

그게여행이잖아요.

그러면서북해도서신을쓰는것봐요.

내인생으로남의인생을보는일아닌가요.

내가보는아주작은빛줄기하나로

극지방의아름다운오로라….흉내를내는일…..

우기는일과무에다름이있을까.

그럼에도연약한인생이란것이

그거라도하지않으면

연민에빠져허우젹대는것외에는할일이없어서….

아마도쓰는걸거예요.

도야호수는바다같았고

호수는하염없이내리는눈을갈증이라도나는듯삼켜대고있더군요.

호수주변으로는화산들….

칼데라호수라서

혹은아무런영양이없는물이라서얼질않는다구요.

자그마한섬같은산들이있었고

바다도아닌데갈매기는배주변을날아다녔고

의외로눈이그렇게내려도바람이없어선지

춥지않았어요.

여행은

낯선풍경속에서

내면의풍경을형상화하는것,

사라져간풍경을응시하는것

이상하게<응시>를쓰면이즈음은언제나자코메티생각이나요.

그가소녀를그리며소녀에게서

살아있는것이라고는<응시>뿐이었다라고말한대목이요.

그는해골을그리곤했는데

소녀에게서<응시>를빼면해골과무슨다름이있을까….

조각에서도그응시를찾아야한다고말한그이.

인간의의식만이살아있다면

그래서그의작품은점점작아지고가늘어지고

마지막칼질에애써조각한작품이무너지는경우도있었다구요.

의식하는인간존재를나타내기위한방편이었던게지요..

도야호수를가르는유람선위에서

눈과섬과하늘과물을응시하는나.

나에게묻는일일까요

오겡끼데스까…!

치토세공항에서시코츠를지나죠잔케이에서일박

도야호수를지나오타루까지가는일정이었어요.

비스듬하게북쪽으로.

그렇게눈이하염없이올수있다는것이신기했죠.,

그참,

가능하다면

천국에가면

나는방두개정도

하나는눈방

하나는비방하겠어요.

비방에들어가면비가내리고

눈방에들어가면눈이내리는…ㅎㅎ

자그마한샘을찾아가는길….용수구

저기유쥬산의만년설이녹아내려온물이라고하는데

부부가마시면백년해로를한다나

springwater라고도한다는데

물의근원을담는….뜻인가.

아니면이겨울동산에서도얼지않아서인가,.

펑펑내리는눈속이어선지

차암아름다운이름이네….생각했어요.

그렇죠

여전히설국이었어요.

雪林.

저마다껍질아픈나무들이형벌처럼서있고

[]은눈물인양아픔을흐리게해준다.(펌)

21 Comments

  1. 벤자민

    2014년 2월 12일 at 10:29 오후

    내마음의고향?북해도를다녀오셨군요^^

    4~5월에가는게제일좋다는사람들도있읍니다
    현지사람들도그러죠
    워낙눈이많이오는곳이라눈때문에지장이많다는거도한이유고요
    그래도역시북해도는눈맛이죠
    건데금년에는눈이아주적게내린거래요

    눈내리는야외온천참낭만적입니다
    도야호수에는슬픈사연의노래도있는데…   

  2. 쥴리아스

    2014년 2월 12일 at 10:43 오후

    눈많은데가신다더니북해도였는가요?

    온천을즐기며감상할수있다는거,좋은겁니다…

    그런데통통하고실팍한다리는어떤다리인가요?

    혹,이상화아가씨가500m경기를하고선그라스를무릎바로위에낄수있는그런다리를얘기하지는않을것이고(내가해봤는데무릎바로위에끼어지려고하는제안경이전혀껴지지않고헐렁거리는…ㅜㅋㅋ)

    이상화아가씨정말대단하죠?그아가씨본받으려다리운동강하게시작한지열흘좀넘었나..그렇습니다…

    통통하고실팍한다리가지신푸낭구님…ㅋ

       

  3. 데레사

    2014년 2월 12일 at 11:02 오후

    눈내린도야호의풍경이가히환상적입니다.
    저는초여름에가서저런풍경은그저상상만했었죠.

    눈이저렇게내렸어도이동하는데불편은없었나봅니다.
    다리성할때많이걷고많이다니세요.   

  4. 조르바

    2014년 2월 13일 at 2:21 오전

    할말을잊게하는풍경인데….
    눈방비방까지생각하시니
    전할말이더없어요…ㅠㅠㅠㅠㅠㅠㅠㅋㅋ   

  5. 조르바

    2014년 2월 13일 at 2:25 오전

    스피드스케이트선수들다리보며돌고래두마리^   

  6. 디오스

    2014년 2월 13일 at 6:56 오전

    등급이야次下일지모르더라도푸마마의落點을받은문구가있었다니…기쁩니다.

    나목이‘응시’하네요
    모든흔적이사라진침묵의설원.
    오로지..걸음마다새길–푸님의선물이라감사드립니다.

    새벽두시.볼티모어도눈이한없이내리고있습니다.북해도처럼Romantic?-아뇨.
    낼아침집들어오는길치워야돼요.GoodNight.
       

  7. 푸나무

    2014년 2월 13일 at 1:06 오후

    벤님올만이시다요.ㅎ
    북해도가마음의고향이시라구요?
    왜요?
    도야호수노래는어떤건데요…
    답이아니라질문이네요.ㅎ   

  8. 푸나무

    2014년 2월 13일 at 1:10 오후

    쥴님은지금동부에가계시나요?
    당근상화아가씨
    금벅지다리와감히어떻게…

    그냥걷기가좋다는이야기죠.

    그나저나상화아가씨다리닮아보이시려고
    운동하시는줄님
    혹시제아래동갑아니신가몰러…하하

    계신동네사진좀올려보시죠.   

  9. 푸나무

    2014년 2월 13일 at 1:11 오후

    조르바님
    눈방비방보다
    돌고래두마리….
    더기막힌데요?
    빨간바지처럼…~~~^^*
       

  10. 푸나무

    2014년 2월 13일 at 1:12 오후

    데레사님
    워낙눈나라라그런지
    머거침없이운전하고다니던데요.
    우리차도커다란버스라…
    창가에앉아서
    세상에…하며그냥마음편하게눈구경햇지요.   

  11. 푸나무

    2014년 2월 13일 at 1:22 오후

    디오스님
    雪林…..은아름다운단어예요.
    낙점이라니…
    가당치도않으신표현이시구요.

    푸마마는ㅋㅋ
    제가아주무수리기운이심하게많은사람으로…
    그래선지
    밸런스를맞추기위하야…
    인터넷첫이름인능소화에
    능마마라고…부르는사람이지금도가끔있긴한데…
    어떻게디오스님께서
    제무수리기운을순식간에갈파하셔서
    푸마마라고하시는지…
    ㅋㅋ푸무수리놀라고있답니다.

    저는이제서야
    GoodNight.입니다.ㅎ   

  12. 선화

    2014년 2월 13일 at 10:48 오후

    언제나술~술~쓉게써내려가는푸나무님!
    좋은글찬찬히잘읽었습니다!!

    언젠가일본에서온천을하는데(노천탕)밖엔눈이오고
    바로앞엔바다인데…대낮~어부들이작은배에서왔다갔다~
    우린기겁을….근뎅그사람들은눈길도안주더군요~ㅎㅎ
    맨날보는거라서그런가?ㅎㅎㅎ

    계속쭈욱~좋은글기대합니다!!!   

  13. 산성

    2014년 2월 14일 at 12:54 오전

    또다른북해도서신이었군요.
    요즘많이가라앉아보임
    리유를말하소서..음.
    푸른도야호수만기억에있어서눈을걷었다덮었다합니다.
    낮은나무울타리주변에샘이있었는데..

       

  14. 소리울

    2014년 2월 14일 at 5:24 오전

    우리가갔을땐눈이내리고있지는않았어요.물론겨울이었구요.
    원주민들의공연을오래토록보았던기억이나네요.밤새도록호텔의온천을방마다기욱대며다들어가보았던기억
    대게를먹고싶었지만마음대로사먹지못했고저아름다운설국을많이걸어보지도못했지요.
    다시가고싶은곳북해도.
    오겡끼데스가   

  15. 푸나무

    2014년 2월 15일 at 12:15 오전

    선화님…
    유모어때문에웃습니다.
    맨날보는거라서…ㅋㅋㅎㅎ

    남탕에서일하는사람도여자라더군요.
    낯선여자가들어오더라도놀라지말라고
    가이드가요..
    맨날보는거라
    그여자들아무렇지도않을거라고
    아마우리네동네는남탕은남자들이일할것같은데요.ㅎ   

  16. 푸나무

    2014년 2월 15일 at 12:19 오전

    산성님혹시산성님께서….?
    리유를대시요.ㅎㅎ

    감기는이제그만하신지요….
    푸른도야호수는잘있더군요.
    앞으로도내내잘있겟지요.
    우리는쇠락해가두요.ㅎ   

  17. 푸나무

    2014년 2월 15일 at 12:22 오전

    제라드다이아몬드가쓴총균쇠에보면
    북해도….인류
    아이누족을
    일본의원류로보기도하더군요.
    지금과는전혀다른인종이라는데요.
    괜히특이한사람을보면혹시아이누족?
    하며유심히봤어요.ㅋㅋ
    대게는한번먹여주길래
    실컷먹었어요.ㅎ
    우리나라대게랑비슷하던걸요.   

  18. 騎士

    2014년 2월 17일 at 7:21 오전

    북해도내가꼭가고싶었던곳인데
    온천보다도눈이더좋았을텐데
    그놈에조그만일때문에꼼짝도못하는이신세여~~~
    눈….
    눈…..
    설국….
    꿈만꾸다가끝날것같은예감
    J는나마비루땜에간다고했지만….

    마르셀푸루스트의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떠나는겨울여행

    차창의유리에
    까칠한얼굴로
    두볼을부풀리며미소지어보이는
    자화상이…

    어디에가면
    잃어버린이름을찾을수있을까?
    어디에가면
    먼저죽어간영혼을만날수있을까?

    아무나마주앉아서
    사랑해요라고말하고싶은…
    차창밖은눈송이가아우성치며지나간다

    내가북해도에여행하면지으려던싯귀가그냥말라붙어버리고있습니다
    좋은여행축하드립니다   

  19. trio

    2014년 2월 17일 at 2:58 오후

    북해도…사진너무멋있어요.
    다좋지만위에서세번째사진에한표!
    눈이내리지않는남가주…사진회원한사람은얼마전에서울에나가대요.
    설경사진찍고싶다고…얼마나멋진사진을찍어왔는지…
    겨울여행…겨울나그네..겨울여인…푸나무님!
       

  20. 푸나무

    2014년 2월 17일 at 10:41 오후

    이야….
    북해도가시면..
    시인으로등단하셔서..돌아오실것같은데요.

    아말라붙어가는시라….
    더절절할까요?…

    북해도가서
    나마비루구다사이…대신
    아사히비루구다사이….를안해도막주던걸요.
    저야술을안마시니…
    무알코올비루…좀먹었지요.ㅋㅋ

    근데요
    로기님서정적인댓굴과는조금거리가잇는이야기인데
    요즈음제가돈키호테를읽고있는데요
    전에기사님하면론슬롯…..
    장중하고멋진기사….생각을먼저했거든요.
    근데오늘은돈기사생각이마구나는걸요ㅎㅎ…..
    클났다…..그쵸후후   

  21. 푸나무

    2014년 2월 17일 at 10:44 오후

    트리오님…
    전이제사진에손을드려는지
    슬슬…ㅎ
    이번에카메라도안가져갔어요
    둔한옷에카메라까지…
    여행이무거워지려구해서요.

    손바닥안에속들어가는디카와스마트폰으로만ㅎㅎ
    그러니트리오님사진과질적인차이가많이나죠.

    겨울여행겨울나그네겨울여인….
    접수합니당.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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