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죽고 풍련화는 피어났다

열두시쯤가평휴게소에서만나자고약속을했는데

훨씬이르게도착을했다.

조금망설이다가만날사람에게연락을해놓고

춘천에있는자그마한식물원제이드가든….으로차를몰았다.

가는날이장날이라고화요일은쉰다는팻말,.

온통사람그림자도없다.

다행히문이열려있어서슬며시들어갔다.

겨울식물원….소림蕭林이다.

비루먹은망아지처럼슬프고쓸쓸하다..

스산하기그지없다.

그러나아무것도없는것같은

일견바닥의정점인그것들…..을보며

싱싱한봄을연상해내는즐거움은아무때나누리는호사가아니다.

낭비가….풍요로움의소산일수도있듯이…..

어쩌면낭비하는삶이

목표를향해질주하는시간들보다차질수있듯이

산의정상을올라야만산을느끼는게아니듯이

오히려언저리산행이산을사랑하는데는더좋은방법이듯이

아무래도겨울식물원은숲보다는수풀같다.

숲이사람의손길이닿아있는거라면

수풀은손길이닿지않는,

저절로…..가강하다.

그리고

나는그수풀에혼자였다.

가을이깊어가기시작하면사람은숲을잊어간다.

그리고겨울이되면사람은….숲과멀어진다.

언제그들을사랑했던가….

열매나꽃만좋아하는무성한이파리를보며기대거나혹하는

경한성향탓이다.

여윔에대해

빔에대해생각하기가장좋은곳이바로겨울숲인데.

오히려사람들은한겨울숲을잊어버린다.

홀로걸었다.

투명한박제가되어있는산수국…..도괜찮다.

새순이나올때까지질기게자리를지키고있는그질김도

얼마나가여운가

이제금방솟아나는여린풀들에게

자리를내어줄매가리없는억새좀보거라.

(드물긴하지만)

귀엽고천진해보이는맑은노인네처럼보이질않니.

가만,저사이로비치는햇살은그래서더욱찬연하다.

흰이불을덮고있는저누우런잔디도금새파르르해질것이다.

그러니괜찮다.

시간이흐르는것이아니라

다가오는것이라는사실을

명징한소리……

겨울정원이도란거리는소리…..를들었다고치자.

혼자라서들려오는이야기라고,

깨닫게된거라고…..둘다같은거라고,

아무려면어떤가.

그러다가다시들어잇는나뭇가지에서풍련화….

단단하고여무지게닫고있던꽃송이….가살짝입술을열고있는게보였다.

녹두알갱이보다더작은꽃송이….

그게아주살짝벌어져있었다.

세상에~~~~

올해처음본노랑색,

처음본꽃송이….

사실봄이무르익으면피어나는수많은꽃들사이에서

이름도촌스러운..풍년화

이르게피면풍년이든다고하는데,

잘보이지도않는다….

딱이름처럼촌스러워눈에잘보이지도않는꽃이다.

근데세상에어제제이드가든에서

다시들어자빠져있는한겨울의정원에서

그바지런하고아름다운색을

내게살짝보여주더라.

풍련화는봄이다가온다는것을

시간이흘러가는게아니라

새로운시간들이다가온다는것을

어제만난그녀는….좀차가운성격의여인이다.

나보다세살아래

친구도별로없고말수도없고사람들에게곁을잘주지않는다.

유일하게그녀,

자신의마음을터놓는대상이나라고한다.

집에서반신욕을주로하니까

찜질방….시간도아깝고해서거의안가는데

어젠그녀의요청으로하루찜질방에서놀았다.

춘천엘갔고닭갈비를먹었고춘천의옥광산

찜질방과항아리박물관으로개조한에서뒹글거리며이야기했다.

춘천옥이세계제일이라던데정말그런가…,궁금해하기도하며

그리고감자전과막국수를먹고헤어진뒤그녀는분당으로

나는우리집으로돌아왔다.

사실어젠어딜가도가슴이무거웠다.

납덩이하나가슴속에들어앉은듯했다.

그젊고빛나는것들이세상을떠났는데…..

그래,

떠나간이들은이세상미련없다며….

가야할길홀홀히떠났다고치자

(그렇게라도생각하면조금덜가슴아릴까…).

남는이들의그무너지는가슴은어떡한다니..

우습기는

그런납덩이를지니고있으면서도

여전히나는웃었고말을했고말을들었고

배부르게먹었고….

그렇지

브뤼겔의농부처럼

곱다랗게나는밭을갈았다.

저기조금내곁바닷가에서는이카루스의추락이….일어나고

사랑스러운니나.

아니나

내노래듣고서깨어나라

내사랑하는니나

생명을얻어서다시살아날죽음의잠을깨서다시살아나라

지오반니바티스타페르골레지는

스물여섯살에세상을뜬이탈리아작곡가이다.

그가왜죽었는지나는모른다.

경주에서지붕이무너져죽은아이들처럼

죽음의이유를나는도무지모른다.

그런데그는죽기전이런슬프디슬픈곡을썼다.

죽은아이앞에서부르는어머니의노래니나를…….

알레그로칸타빌레의창시자…..

빠르게노래하는것처럼…..

그는알레그로로….그러나칸타빌레로

세상을마치고싶었던것일까….

니나는자신의조가였을까…..

아니면니나는모든젊은이들의조가일까….

나는어제도이곡을들었고

오늘아침도내내들었다.

첼로곡으로들었는데

가져올수있는것은하모니카곡이었다.

14 Comments

  1. 참나무.

    2014년 2월 19일 at 2:15 오후

    연주때문에좋은글을정독하기힘들어요
    울아부지이노래참잘불렀데요…
    어제하루…대부분그랬지요납덩이같다는말씀동의합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먹을거자알먹고말도안되는T.V연속극…짜증내며다보고
    그리지내게됩디다…

    오늘우수도그럭저럭흘러가네요
    앗연아한다고나오라네요…쯧

       

  2. 푸나무

    2014년 2월 19일 at 2:18 오후

    ㅎㅎ참나무님댁에가서댓글쓰고왔는데
    동시에?하하

    우순지도몰랐어요…..
    블로그보다가알았어요.ㅎ

    아부지께서요?
    정말신식이셧다……엄마랑….
    전혀신식아니신울엄마편지..내일써볼까해요.ㅎㅎ
       

  3. 데레사

    2014년 2월 19일 at 10:02 오후

    한때춘천옥을몸에지니면아픈것이다사라진다고해서
    너도나도춘천옥목걸이랑반지들을샀지요.저도물론이고요.
    값도비싸지만무겁기도했어요.
    그런데내게는별무효과….그래서지금도설랍에서낮잠중입니다.

    부산외대학생들,생각만해도가슴이아픕니다.   

  4. 소리울

    2014년 2월 19일 at 11:12 오후

    니나니나사랑의이밤에니나니나내게로오너라.
    저도그노래기억납니다.
    니나는만인의연인이아닐까합니다.   

  5. Anne

    2014년 2월 19일 at 11:44 오후

    풍년화….
    죽은나무에생명을새로피우듯
    그젊은이들모두
    남은자의마음에꽃으로피어나기를….   

  6. 松軒

    2014년 2월 20일 at 11:54 오전

    하모니카소리에
    경주에서의아이들의불행한사건이
    더마음이아파요
    아깝게키워놓은아이들그부모마음이어떨지..

    풍련화의꽃망울같은아이들이피지도못하고그만~~~~.
    마음이안좋군요..
       

  7. 산성

    2014년 2월 20일 at 1:54 오후

    낮에제법포근하더니만다시추워졌어요.
    돌아오는밤길이써늘합디다.
    쓸쓸하고적막한숲…蕭林
    저수줍게내민노랑이빛나는리유.

    새내기대학생꿈에부풀어있던아이들
    어떻게시작도못해보고..참안됐습니다.

       

  8. 푸나무

    2014년 2월 20일 at 9:42 오후

    데레사님엄청춘천옥이비싸던걸요.
    그게무슨피를맑게해준다나
    혈액순환이좋아진다나…
    내가마난여인은커다란목걸이를걸치고반지를찼더군요.
    그냥자그마한위로….아닐가생각했어요.   

  9. 푸나무

    2014년 2월 20일 at 9:46 오후

    앤님…
    슬픔의씨앗은이미깊이심어졌고…
    그젊은것들대신
    자라날겁니다,,,,,.   

  10. 푸나무

    2014년 2월 20일 at 9:47 오후

    소리울님
    만인의연인이야기를하시니
    슬픔역시그러하지않을까…
    기쁨보다는더오래가고깊고잔인하고…
    연인도어느부분그랬던것같기도하구요.아닌가.ㅎ.

       

  11. 푸나무

    2014년 2월 20일 at 9:49 오후

    송헌님…
    그래도또봄은다가올것이고
    시간은치유라는역사를베풀거예요.
    어제낮은정말봄같던걸요.
       

  12. 푸나무

    2014년 2월 20일 at 9:52 오후

    산성님어제저두
    파주쪽으로나갈일이있었는데
    밭들이…조금다르던걸요.
    뭔가조금움직이는듯..이려는듯….한참봤어요.
    그리고저녁은쌀쌀하더군요.
    나아직안갔어….
    겨울이맴쌀맞은손길로한대살짝치듯이말이죠…   

  13. Lisa♡

    2014년 2월 21일 at 2:15 오후

    그럼공짜로들어간거?

       

  14. 벤조

    2014년 2월 24일 at 5:26 오후

    전이노래모르지만하모니까연주좋아요.
    하모니까부는남자를상상하면가슴이싸아해지고기분좋아지니까요.
    마치
    초라한가로등밑에서세레나데를부르며나를기다리고있는듯.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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