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의겨울나기九九消寒圖
한겨울이시작되는동짓날.창호지에매화송이여든한개를그립니다.
그리고그날부터하루에한송이씩매화꽃을피워냅니다.
어제꽃송이와오늘나무가다르겠지요.
색의농담,꽃그늘….
깊은산속으로매화를찾으러가지않더라도방안그자리에서매화꽃피어납니다.
여든한송이매화가다피어나는날창문을열면
거기실제로매화가피어나기시작한다구요.
봄을그리워하는기다림의몸짓이참으로서정그자체입니다.
이월이저물어갈무렵이면저절로매화가그리워집니다.
아무에게나아무때나내주지않는매화의암향그윽한
전기(田琦)의그림<매화초옥도>입니다.
종이에그린수묵담채화죠.
수묵담채화는수묵이주이고채는아주옅게들어앉아있는그림을말함인데
산뜻한호분으로그려낸저하얗게보이는산은눈일까?휘영한달빛일까?
눈이라도괜찮고달빛이라도무람합니다.
둥글둥글한산은크고작은모습이산과하나되어어우러지고싶은작가의마음같기도합니다.
깊은산속임에도불구하고
그깊은산은위엄을나타내거나위협적이질않고그저친숙한이웃처럼
달빛아래다정하기만하군요.
눈때문인지달빛때문인지길이화안하네/
아무리멀고멀어도벗을향하여가는걸음은흥취만그득하구나/
발걸음은가벼운데이그윽한향기는어디에서오는고/
저검은나무위의솟아난하얀꽃은눈인가/
꽃인가/
달빛인가/
벗에게서뿜어져나오는향기가저나무를물들이고꽃을지나내게로다가오네/
눈처럼핀매화가벗처럼나를반기네/
달빛처럼환한꽃이벗처럼웃네/
죽은가지에서피어난것도대견한데이냉엄한추위속에서도거침없는저모습/
희디흰꽃은벗처럼아름답네/
눈가운데서달빛아래서싱싱하게피어나는저생명의기원들/
여린듯강하고강한듯부드러움이마치내친구의기상과같네/
산이있고매향있어더불어그와나의만남이있으니더무엇을바라랴.
가끔은산속은거자에게배멀미도지듯도져오는외로움의산기는고통스럽기까지하겠지요.
더군다나고적한깊은겨울임에랴.
고적이란벗은가을에찾아와둥지를틀더니도무지갈생각을하지않습니다.
처마밑고드름처럼오히려자라나기도합니다.
지병인양외로움에길들여져가는그에게벗이다니러오겠다는기별이왔습니다.
인생을논할수있는벗입니다.
산을이야기하면강이흐르고강물을이야기하면산봉우리가보이는친구이죠.
무엇보다그친구는음악을사랑하여거문고를어깨에메고올것입니다.
친구가타는음들을산이들었다가
그가떠나고난후에되새김질해줄것입니다.
문을활짝열어놓고기다립니다.
그가오는발걸음소리가들리면맨발로마중나가야지요.
그를위해오랜만에채색옷도꺼내입었습니다.
그림한모퉁이에적힌
역매인형초옥적중(亦梅仁兄草屋笛中,역매오경석이초옥에서피리를불고있다)
이라는글귀로미루어보아
초옥에앉아있는인물은역매오경석이란인물이고,
홍의(紅衣)의인물은전기자신임을짐작하게합니다.
“목을길게빼고기다리노니원컨대전기의그림속사람이고싶어라.”
조희룡은이런멋진문으로전기를상찬했습니다.
조금있으면정말매화…피어나겠지요.
탐매…암향….에빠지기전,
창조주의손길을기억하는봄이되렵니다.
Anne
2014년 2월 20일 at 11:50 오후
푸나무님의글에자주등장합니다.
전기..
푸나무
2014년 2월 21일 at 12:23 오전
한참제대문에걸려있는그림이죠.
국박에가면이그림.간혹보일때잇어요.
한참서있곤하죠.29에요절해서더그런가…애틋한분이예요…
참나무.
2014년 2월 21일 at 12:54 오전
부암동모처…청매만나러같이가요~~제가콜하리다…
푸나무
2014년 2월 21일 at 1:00 오전
넹.좋아요.^^
데레사
2014년 2월 21일 at 1:07 오전
곧매화가피겠지요.
얼른매화보러길떠나고싶어집니다.
산성
2014년 2월 21일 at 10:04 오전
이그림한점두고,많은이들이노래했지요?
저검은나무위의하양…은
눈인가꽃인가달빛인가
휘영한달빛혹은위영(?)한달빛?
해가며
마음대로따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