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재작년보성고구마는아주맛있었는데

작년에부쳐온고구마는별루다.

그래서감자깍는칼로껍질을벗겨깍뚝썬다음

넓은접시에깔고렌지에오분정도돌린다.

푹무르지않는약간설익는미묘한상태.

팬에올리브오일을두른다음청량고추몇알갱이넣고

저민마늘넉넉하게넣는다.

그리고그다음간장을조금넣고쌀로만들었다는조청을넣고

그것들이알맞게섞이며끌어오르면

보글거리며거품이날때살짝설익은고구마깍두기를투하

저으며조려준다.

푹익은고구마를조리면쉬부서진다.쪄도무르기쉽고,

머반찬으로먹으니고춧가루는넣어도좋고….안넣어도상관없다.

그냥순한반찬인데

내가개발한?고구마조림,

이즈음가장선호하는음식요리법은

간단할수록매력적인이다.

복잡한요리법은아무리맛있어도싫다.

사실복잡하다하여꼭맛있지는않다.

맛은특히사먹는음식의맛은거의가짠맛과심한단맛,

나물이좋은이유는짠맛과단맛을벗어난맛을느낄수있기때문이다.

아또딴데로가려하네이야기

고구마벗기다가껍질이보였다.

감자칼로삭삭벗기는데

세상에그어두운보랏빛고구마껍질이

아주얄팍하게벗겨질때,이햐,

육십이지척이라해보는이야긴데~

여자들속살이이렇게깨끗하고예쁘다면….

옷을벗기고도싶겠다

단단해도이렇게예쁜데

거기다삶지않아도부드럽다면…^^

고구마를깍으면서갑자기저급한?

남성성에대한이해력이증폭되더라는것이다.

이해되지않던일반론적인습속이

단순하게이해되더라는것,

무수하게껍질을벗겼다.

감자도고구마도배도사과도

그런데어제

고구마를깍으며

그얇은껍질이보호하고있는속살

을보며그얇은껍질이참으로위대해보이더라는것이다.

예컨대비유나은유가….우회하는쉬운길이라면

사소한일에서거대담론을어느순간이해하게되는것은

매우개인적인경험일수도있는데.

껍질이그얇은피가….

엄마!!!!로여겨지더라는것,

가끔지금도엄마는위영!하고나를부르신다.

몇년전만해도마이부라더는엄마하고이야기할때

영이가하더니

이젠그러기엔너무늙었는지이름은사라지고

요즈음은규서엄마,,,라는호칭으로슬그머니바뀌어졌고.

내이름이남아있는대상은

학창시절친구들과겨우친정식구들이다.

이름이그사람을의미한다면….

가장나로존재하는상태가친구나친정식구들이라는이야기가되겠다.

하긴규서와담휘에게

위영이무슨필요가있을까..

엄마면되지

마이브라더에게도

규서담휘의엄마나아내면충분할것이고

물론그모든것이나이기도하고….

늙어가는이상으로사람들에게무수하게변하고나뉘고

새로운어떤존재로내가파생해간다는것,

나누는것이어쩌면무위한일일수도있는데.

프르스트적으로생각해본다면

그런무위한일들이사실우리네삶을움직여가는

아주미세한동력일수도있겠지.

누구에게나그렇지만이세상사람들중가장오랜관계가

엄마와나의관계가아닐까,

엄마의몸안에서엄마를먹고자라났으니

엄마가….나를위영!하고부르실때는

아직도자신이나의엄마라는의식을

혹은무의식적으로라도….인지하실때일것이다.

뭔가확실한이야기를해야할때,

가령오빠나언니….혹은조카들에대한이야기를하실때

그리고그이야기가적어도내겐꼭필요한이야기일때

엄마는위영!하고부르시는것같다.

여행을가거나등산을할때

엄마에게미안할때가있다.

엄마는당신생애에등산을가보신적이없으시다.

물론시골에서는행세도하시고출입도하신…..

아부지따라서시골사람치고는꽤많이여행다니셨다.

제주도도여러번가셨고한라산도올라가셨다고하니

그리고성지순례도다녀오셨으니

그러나그것은여행에이은부수적인거지

나처럼등산을위해산을오른적은없으시다는것,

글쎄당신은다리가아파서..잘걷지도못하는데

배낭메고산에가는뒷모습을볼때…..

엄마야

잘다녀와라조심해라.위험한데가지마라하시지만

내겐그런엄마의눈길에서

금방내게다가올….

내가지닐시선을바라보며

마음대로움직이지못할늙음에대한서늘함을감지한다는것이다.

그러니엄마는평생내스승이기도하다.

지금도저렇게몸으로앞서가시며

내게늙음을알려주시니말이다.

이번에북해도여행을다녀올때예상보다조금늦게집에도착했다.

마침폰을개비하노라

와이파이되는데서카톡과인터넷은되지만

전화는끊긴상태였다.

남편이나아이들이야머엄마..조금늦나부다…..

별관심도없는데엄마는아니시다.

전화를무수히해도받지않으니..

마이브라더에게같이간사람들에게전화해보라까지했고

아조금늦나보네요해도

속으로애간장이타신거다.

집엘들어서니.소리를버럭!지르시는거다.

인자여행가지마라…..원사람이살수가있어야제….

당신의걱정하신품에비하면

버럭~암것도아니지만

다늙은딸에게버럭~이미안하셨던지.

다음날

아나하며저편지한장을주신것이다.

엄만초등학교문턱에도못가보신분이시다.

그렇게야학이라도가려고애를썼는데

외할아버지

책만보면아궁이에넣어버리셨다고한다.

그참,

아주영리하셔서..그옛날에농사를지으시면서도

어찌나머리를잘쓰셨던지

8남매군것질거리가안떨어지게먹고살았다고

울엄마말씀하시곤하는데…..

겨우익힌언문으로여전히날마다성경보시고

기억력은나보다더높으시고사고력은눈부시다.

사람보는눈은예리하시고판단력은정확하시다.

일주일에두번씩지금도여전히일어공부를하시니

아마고양시노인복지센터에서최고령학생일것이다.89

공부를많이못하셔서

문법과한문이나오면어렵다고하시더니

이젠그것도많이들리신다고한다.

나무의껍질은나무의생명을보호하는장치이다.

나무학자강판권은어릴때나무를하러다니면서터득했다고한다..

나무를자를때절대상처난곳을자르려고해서는안된다는것을

상처를입었기에온몸의진기를다해그곳을보호하며애를써서

다른어느것보다더욱단단하다는것,

고구마도사과도감자도껍질은속을보호한다.

껍질이상하면안은저절로상한다.

엄마의버럭~

여전히엄마가나의껍질이라는선언이요.

너는절대다쳐서는안돼….라는보호자로서의품같은것

고구마몇알깍으며생각도많다.

시월의밤만부드러울까

저물어가는

softFebruarynight’…….ㅎ

19 Comments

  1. 오드리

    2014년 2월 23일 at 2:40 오후

    멋있다,위영어머니.   

  2. J cash

    2014년 2월 23일 at 6:21 오후

    푸..엄마가쓰신글…
    암호풀이하듯여러번읽으면서해석하느라
    밤을꼬박샌다ㅡ
    "자기눈으로만보며구경하면꿈과같다
    뿌리가있는글로책자를내야지….
    30도눈속해당화,낮에는폈다밤에는져버리고…눈만남은그현상으로…"

    그러니까
    엄마께서딸한테ㅡ
    "북해도에서혼자보고구경만하면꿈꾼것이나같은것이니까
    뿌리가있는제대로된글을써라
    영하30도의추운겨울날,눈속에서도해당화는낮에피고,밤에는져서
    눈만남는현상처럼….???"

    아ㅡ암호풀이가안된다
    답답하다…하하

    고구마제목에석류그림이있어서
    석류처럼생긴고구마도있구나..하고생각하고
    밑에그림은동백꽃같은해당화인가?생각도하고ㅡ
    음…
    푸..글중가장난해한글을읽은것같다….
    나는저능아구나….   

  3. 데레사

    2014년 2월 23일 at 7:39 오후

    맛없는고구마로그렇게반찬을만드는군요.
    한번해봐야겠어요.탱큐입니다.

    어머님의편지,참재미납니다.
    그런데뜻알아내느라좀시간이걸렸습니다.

    어머님께건강하시라는안부전해주세요.   

  4. Anne

    2014년 2월 23일 at 11:28 오후

    우리엄마같으셔서..ㅎㅎ
    저는읽으면서바로뭔말인지알았어요.
    엄마글은글로읽으면안되고
    소리내어보면뜻이오는글.   

  5. 푸나무

    2014년 2월 23일 at 11:36 오후

    하하,오드리님
    울엄마…괜찮죠.
    근데설마…정말세련된.할머니연상하시는것아니시죠?
    울엄마는허리굽고다리휘신진짜시골할머니….   

  6. 푸나무

    2014년 2월 23일 at 11:46 오후

    데레사님.맞아요.
    맛없는고구마라.
    아까워서그리반찬을했더니…괜찮았어요.

    네울엄마께안부전해드릴께요.감솨!   

  7. 푸나무

    2014년 2월 23일 at 11:47 오후

    제가좋아하는댓글은
    절미소짓게하는글…ㅎㅎ

    초등학교문에도못가본울엄마를.
    제가인문학자로생각한다고…말씀드린것같기도..

    언젠가
    엄마랑텃밭에서도라지…를캐는데
    도라지가해가갈수록땅속으로더깊이들어간다는거여요.
    그러면서하시는말씀…
    이라고속으로더자꼬들어강께..맛이좋아져야
    사람도속이깊어야제……

    이런이야기는식물학자에
    인문을겸비한학자님들께서나하실말씀이잖아요.

    머빙증이되었네요.
    박사타이틀을지니시고최고위경영자공부까지마스터하신
    제이박사님을
    울엄마가외딴치게했으니…ㅋㅋ

    제이님을
    울엄마글…
    권위있는해석자로인정해드릴께요.
    사실은저두마지막줄은물어봤어요.ㅎㅎ

    푸…글중가장난해하다는대목에서
    푸하하하웃었습니다.   

  8. 푸나무

    2014년 2월 23일 at 11:48 오후

    앤님…
    저두가끔앤님엄마이야기들으면울엄마생각나더라구요.
    세상의모든엄마들은
    거의비슷할지두요.
    고구마껍질처럼말이죠.
    굿모닝앤님…   

  9. 김성희

    2014년 2월 24일 at 12:32 오전

    아하!!
    모전여전,,
    아마도푸님의재능과감성은엄마에게서물려받으신듯,,,
    돌아가신저의엄마도,
    저보다더길눈이밝으시고,,더사교적이시고,,ㅎㅎ

    거봐요!!
    책자로내야한다니깐,,ㅎㅎ
    올한해기다려볼까요??
    월요일,,달의날이예요,,푸나무님,,^^**   

  10. 느티나무

    2014년 2월 24일 at 1:29 오전

    어머니의글씨를보는순간,
    그저가슴이써억해집니다.
    마치우리엄니가쓴편지읽는것같았거든요.

    당신은착한따님,
    어머니가자랑스러워하실,고운따님.

       

  11. Angella

    2014년 2월 24일 at 1:46 오전

    연령대가비슷한저의친정어머니도살아계신데심장이아프세요.
    오래는못사시지싶은데…
    세상어머니는모두비슷하신가봅니다.
    근데.푸나무님어머님은감성도있으시네요…?ㅎ
       

  12. Marie

    2014년 2월 24일 at 8:50 오전

    자식은아무리나이들어도부모에게는아이라는말을
    저도실감하곤한답니다.
    때로그런게짜증스럽기도하지만
    그게엄마의마음이거니..하면또감사하구요..
    보성고구마에서엄마의길고깊은사랑이야기까지soft합니다.^^*
       

  13. 조르바

    2014년 2월 24일 at 10:00 오전

    마음이따닷해지는좋은글이어요
    퇴근준비하며산만하게겨우다읽었네요
    왔다갔다섰다앉았다
    껍질벗기는거…ㅎㅎㅎ
    감자칼왔다죠?   

  14. 푸나무

    2014년 2월 25일 at 12:37 오전

    성희님올만이에요.
    월요일을달의날이라해서
    한참생각했어요.
    맞아요그러네…
    어제달의날잘지내셧어요?
    오늘은불의날….

    자주뵈어요.ㅎㅎ   

  15. 푸나무

    2014년 2월 25일 at 12:45 오전

    느티나무님.
    사실은그렇지는않아요.
    괜히글로쓰면
    그래보여서그렇죠.

    느티나무님
    엄니….다정해보여요.ㅎ   

  16. 푸나무

    2014년 2월 25일 at 12:48 오전

    안젤라님
    세상어머니는비슷하시죠.
    사랑도..품도…
    근데엄마가아프세요?
    울엄마는다리만약하셔서
    나가실때는전동휠체어를사용하시는데
    다른곳은건강하시죠.
    마음아프시겟어요.   

  17. 푸나무

    2014년 2월 25일 at 12:54 오전

    감자칼…그것밖으로각는것이좋던데요.
    껍질멋기는데최고죠..
    팔워머…이쁘던데요…
    수가요..
    .재주좋으신조르바님…   

  18. 푸나무

    2014년 2월 25일 at 12:55 오전

    마리님…
    엄마도아직계시군요.
    전제가망내라좀나이가많으시죠.

    소프트했어요?
    감솨!
       

  19. 쥴리아스

    2014년 2월 26일 at 3:26 오후

    ‘구경하고저기눈만보고오면꿈과같다.
    뿌리가있는글로책을내야지.
    영하30도눈속에서해당화는낮에피었다가밤에는져버려눈만남는것처럼..’

    푸나무어머님이쓰신글을무심히들여다보았는데아마위의뜻인것같습니다…
    그런데어머님이속이깊으시고시적이신분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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