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전해줄 이야기

이사야벌린의칼마르크스를읽고있다.

재미있다.

문체는시원하고통찰력은저어기헬리굽터위다.

가끔멋진사람을만나면그사람머릿속이궁금해지는데

이사야벌린이그렇다.

도대체얼마나많은것들이들어있어야이런글을쓸수있다는말인가.

사물을관계를인간을바라보는시선이다른사람을매혹시키려면

최소한잠자리의겹눈정도는필수이다.

즉마르크스에대해글을쓴다하더라도

그의사상을조망해줄또다른사상들이필요하며그것도무수하게,

그사상들의근간은무엇에서비롯되었는가,그방향은어딘가

그리고그것들을반죽해내는팔힘이있어야한다.

젊음도미모도돈도혹하게하지만

나를가장강렬하게매혹하는것은여전히지성이다.

지니지못한것에대한갈증일것이다.

오늘한시간가량이르게나가서영화표를예매하고

스폰지하우스자그마한카페에서마르크스를읽었다.

나이나노력만으로되어지는게인생이아니란것을아는데도

오늘사라폴리가감독한다큐멘터리

<우리가들려줄이야기>를보며새삼그문장이기억났다.

<어웨이프롬허>를이젊은이가감독했다는것을믿을수없었다.

그리고작년엔가…<우리가정말사랑했을까>를보면서도정말놀랬다.

찬연한가을햇살처럼사랑했던연인들사이로

아련하게내리는는개같은권태를

그녀는마치나이든마녀처럼섬세하게잡아냈다.

그녀가영화속에깔던자그마한복선들을보며고개를끄덕였는데…..

오늘사라폴리는그복선도뛰어넘었다.

복선은영화나소설의논리적인장치일뿐이지

실제우리네삶속에서그런복선….

호사가들의입방아에서나전개될여유같은지도모른다.

생은울릉도가는길의너울이거나쓰나미이니

그렇다고하여영화나소설에서논리를뛰어넘는다는것은

대단한배짱이아니고서는안된다.

사람들은거의가다그논리에익숙해있으니까.

그런데이제설흔넘은이젊은이가

발걸음가볍게,

논리같은것을점프해버리더라는것,

다큐가아닌정통스토리로보아도괜찮을정도로

영화의줄거리는양파처럼한없이벗겨진다.

사실다큐를보고나서정말정통적인다큐인가….에대한회의는들었다.

다큐멘터리의가장큰신뢰점인시간!

그시간의흐름속에서다큐는생성되는데

사건이다일어난후즉사라폴리의출생의비밀이밝혀지고난뒤

새롭게밝히는과정을찍었으니….?

편집과엮음그리고연출의도된부분이걸리긴하더라는것,

형제들을보는내내진짜형제들로알았는데

제작노트를보니

형제로분한배우들도있었다.

출연하지않겠다고고사를했을까?

사라는이부분도명확하게방향을제시했다.

일반다큐처럼그과정을찾아가는것이아니고

그일에대한반응을기록하는것이라고,흠,

사라폴리는돌아가신어머니다이앤에대해그들이알고있는모든걸얘기해달라며아버지마이클폴리와가족들을카메라앞으로초대한다.그들이기억하는다이앤은밝고생기넘치는사람이었으며자유분방하고개성강한배우였다.몇번의결혼실패후운명의상대마이클을만나게되고,고요히침잠하는물과타오르는불처럼서로정반대의성격이던두사람은42살의늦은나이에사라폴리를낳는다.그리고어느때부턴가사라가아버지를닮지않았다는우스갯소리가가족의비밀처럼자리잡게된다.다큐멘터리를만들고주변사람들을인터뷰하면서탐정처럼자신이모으게된모든조각들을펼쳐보이던그녀는어느덧자신의출생의비밀을둘러싼진실에다다르게되는데..()

아버지마이클은사라에대해글을쓰고

그가쓴글은이다큐의나레이션으로작용한다.

실제이면서도그장치가세련될수밖에없던이유.

이영화를보면서든생각

마치퍼즐처럼..이영화는엄마에대해

그녀의사랑에대해주변의여러사람들이다층적으로이야기해가는데

거기정말그녀가있었을까.그사람들속의그녀가정말그녀일까,

그녀를끊임없이찾아가고모두들그녀에대해이야기하지만

오히려그수많은기억들속에서

그녀의존재에대한의구심이증폭되더라는것,

생명의허무가엿보이더라는것,

한여인에대해같거나다른서술들은

결국바라보는자신에대한이야기가아닐까,

혹시그렇다면어느한사람의존재는타인의시선이나

타인이지닌관심과사랑의밀도에의해조립되어지는존재가아닌가

,그녀가세상을떠나서더욱그런생각이들었는지도모른다.

아니면그들모두가그녀를어느순간

혹은평생에걸쳐사랑하고그리워해서인지도….

결국사람의존재는사랑을하건하지않건간에결국사랑이라는테두리

그다음그보다는옅은아우라..그리움속에서이루어져간다는

매우약하면서그늘진생각이나를잡아끌었다.

마이클의고백이눈부셨다.

아내의외도를정확히알게되고

사라가자신의친딸이아님을알게되었을때

만약자기자식이태어났다면

분명히사라네가아니었을거라는것,

그러니얼마나다행이며사라의친부해리는얼마나불행한사람인가

너와함께하지못했으니여전히아내를사랑한다는….

나는이부분이가장좋았다.

이게설령어수선한모든것들을차곡차곡추려서정리한

서랍같은이야기라할지라도

얼마나단정하며고상한가.

눈앞의일로지쳐서허덕일때

어깨를두드리며저기를보렴….가야할길을가르쳐주는확신에찬태도.

재기발랄한감독,

정확한시선으로다큐를찍어가는혹은질문하는

냉정한인터뷰어인사라가넘볼수없는지역에

아버지마이클은존재해있었다.

비록파리와벗을하며파리와대화를하는

외로운시간들속에서살아가고있는늙음이라할지라도

눈부실수있다는것,

이강렬한스토리에대해친부는자기외에누가이사랑에대해알겠냐며

서술에대한욕망을들어내는대목,

사라의친부는결국이사랑에대해글을썼을까?

영화를보고나오는데

문득아버지가생각났다.

아버지의마지막모습…..그리고외할머니얼마전장례를치룬권사님

생명이떠나간주검의빛은누르스름했다.

손도발도얼굴도..

피어나려고웅숭그리고있는산수유꽃망울이지펴내는으스름한노랑…..

혹시그래서주검은봄으로의회귀….같은건가

물론이런상상은논리가결여되어있다.

하지만좀결여되면어떤가.

저기저렇게봄이산수유꽃망울에서서성이고있는데

봄은논리적인가?

주검은?

내가아는지인들중에서삼형제가전부아버지가다른경우가있다.

주변사람들은거의다그비밀을알지만

너무다아니그게무슨비밀인가….싶기도하지만

그게또가장비밀이될수밖에없는것이

그들세형제는절대!그비밀을모른다는것이다.

이사야벌린

사라폴리

책을읽으면서

영화를보면서

사람은결국

자기자신을읽고보는중이다.

7 Comments

  1. 참나무.

    2014년 3월 14일 at 1:18 오전

    이러니제가권할수밖에…파리이야기도빼먹지않고…!!!

    연극출신아버지마이클마지막대사

    ""내행운의순간중하나는아내를사랑해준해리(생부)덕분에생겼지.세상에유일한존재인사라는아내와해리의사랑으로태어났으니까.내가친부였다면다른녀석이나왔겠지만,지금과같은사라의모습은절대아니었겠지."

    아버지마이클존경심까지느껴지던걸요
    사라폴리에게아버지마이클유전자가많이품어져있겠구나…그랬답니다
    죽네사네난리쳤을대한민국평균남성들관비교안될성숙된모습들이었지요

    꽤무거울수있는주제를막판반전으로가볍게끝내는센스라니요…
    나레이션하는아버지에게중요부분은다시한번더녹음을부탁하는것등등

       

  2. 푸나무

    2014년 3월 14일 at 1:38 오전

    아저대사외우신거예요?
    전느낌으로만적은건데…ㅋ~

    맞아요.
    일에대한대처방법이너무달라서
    심하게^^*쿨해서….
    너무나는미시적인것들에사로잡혀있나….
    생각이들더라니까요.

    뮤지엄아워스처럼
    엄청재미나게
    뒷담화차한잔하실까요?ㅎ   

  3. 참나무.

    2014년 3월 14일 at 4:39 오전

    제가오늘같은날아이폰없는게심히유감입디다…조조한편보고오니라고급해서…

    다큐들약간의연출이있든없든중요한건
    사라폴리가족사를공개한그용기가가상하더란말씀이지요

    오늘아침변희원기자리뷰…제포스팅답글에보관해두려고마우스에품었는데
    아이구참타이밍도절묘해라…푸님의리뷰를멈첨보게됐지뭡니까
    오늘아침이상하게제블로그는주인의입장을거부합디다??
    손님들답글은올라와있는데…그참알수없는게이노무인터넷…ㅎㅎ

    정해진일정대로(초밥왕지로선생처럼)조조+언제나이쿠라스시먹고집에왔어요…
    오늘KU씨네아니고롯데시네마였으면vip라운지에서답글고쳤을텐데..쯧…;;

    유전자–>인성
    끝부분반전–>애교로…;;
       

  4. 푸나무

    2014년 3월 14일 at 8:56 오전

    참나무님댁에가서그글봤어요.
    하여간사람들보는눈은다엇비슷한가봐요.ㅋ
    오늘조조는또머보셧는데요.
    하여간뒤따라가기벅차서….휘유~~~   

  5. J cash

    2014년 3월 14일 at 3:18 오후

    어제스폰지하우스에있었다구요?
    소생은
    누가미술을제대로아는체하려면
    ‘뮤지엄아워스’정도는봐야한다해서…
    오늘
    평생에처음으로혼자영화를봤어요ㅡ그곳에서…
       

  6. 푸나무

    2014년 3월 14일 at 11:31 오후

    아하,그’누가’말대로
    좋으셨는지요.
    정말혼자스폰지하우스에서보셨어요?
    흠,
    그영화보고
    참나무님과뒷담화엄청즐거웠는데
    제이님과도?ㅎㅎ
    하여간
    미술에대해일가견있으신
    제이박사님께서
    그영화어찌보셨을찌
    소생마구마구궁금하군요.   

  7. 쥴리아스

    2014년 3월 16일 at 8:20 오전

    이사야벌린의칼마르크스읽어보아야겠네요…
    지성!좋죠.돈과권력에만가치를두는한국같은나라에서꼭필요한건데..글쎄요..
    여하튼지성에가치를주는푸나님같은분이많아졌으면합니다…그런데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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