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공곶이에서 동화 속 주인공 럼피우스를 만나다

거의언제나뒤가좋아….

걷는것도서는것도사람도

특히낯선사람들과는더더욱그러하지

앞을보거나시선을마주하는것보다는편안하거든

그보다도

사람의뒤는저절로풍경이되거든,

풍경은바라보기도스며들기도해서

거기굳이마법의약물이없다하더라도

망각의힘이풍겨나오고

혹시

풍겨….에서풍경이나온걸까,

여행도그렇지

얼핏풍경을찾아떠나는것처럼보이지만

사실여행은어딘가를바라보고어딘가로스미어들며

결국자신을잊기위해서야.

누구에게나있는경험이긴하겠지만

어릴때난장롱속을좋아했어.

지금처럼키가커다란장농은아니었고

밑으로반은서랖두세개달리고

위는이불을개켜놓기위한..

그러고보니예전장롱은옷거는장롱이아니었네.

이불넣는장롱이었어

.

장롱안은어둡고폭신한게자그마한내몸에꼭맞았지

꼭닫히지않는문틈사이로하얀빛이길다랗게스며들었고

그빛은평소에는절대보이지않는것들을선명하게보여주곤했어.

떠다니는먼지들….

크고작은것들그미세한움직임들,

내가아주조금만뒤척여도다시새로운것들이거기생겨나고….

가벼운낮잠이몰려올때면아마도,

그것들은그대로꿈길이되고일렁이는꿈이되었을거야.

그러니장롱안내어릴적그곳은

내가떠나는나의여행지였을것같아.

혼자고바라보고스미어들고잊고….

그길이꿈으로까지이어졌으니

지금보다더완벽한여행이었을것같기도하고.

거제도예구포구라고하데.

예구하니

예절도떠오르고예덕나무도떠오르고

공간지각력이없어서

바다가안보이는길을걸어가니

바닷가길인데도마치산길같았어.

벌써커다란장딸기꽃이피어나있었고

햇살은따스해서무릉도원의나른한봄이이러려니….

그러다가표지판만나고

그길에들어섰어.

동백터널

한사람가는데서로만나면주춤거려야할만큼좁은길이었어.

그리고

심하게경사진길.

333개의돌계단길

어두웠어

아침의환한햇살이눈부시게내려오는데

그길은어두웠다니까.,

그런길

내생전처음이었어.

간간히옆으로수선화모종이보였고

동백나무잎사이로팔손이나무와종려나무가보였고

아니,

도대체,

그러다가수선화가나타났어.

바다와함께

럼피우스는바바라쿠니가쓴그림동화속의주인공,.

그녀는세가지꿈을가지고산다네.

먼곳으로여행을다닌다.

늙어서는바닷가에집을짓고산다.

그리고세상을아름답게꾸민다.

그녀는정말자신의꿈대로

먼곳으로여행도다니고

친구도만들고

늙어서는바닷가에서살게된다네.

루핀이란꽃씨를심었는데

아름답게피어나는것을

많이아픈후에야보게되는럼피우스.

오래오래앓고난럼피우스할머니는

루핀씨앗을이곳저곳에마구뿌린다네.

하도사방데에뿌려대니

사람들은럼피우스를

정신나간늙은이로부르기도하고,

(조심해야돼정신,나가고들어오는것,이게한순간의일이라

이게또화현비화현의일이라모르는일이니)

하지만이듬해봄온동네는

루핀꽃이가득가득피어나참으로아름다운마을로..

그러나미스럼피우스가되기는참쉽지않은일,

오래살아야되고

아플때도정신을놓지않고

아름다움에대한열정이있어야하고

루핀이란꽃이얼마나아름다운가눈이밝아야되고

아픈뒤에도치열한정신력이있어서

여기저기꽃을뿌릴수있어야되고

사람들이정신나간늙그니

해도흥,할배짱두있어야하며(내글에서펌)

평생일군정원을돈한품받지않고

수많은사람들에게보여주기위해열심히노구의몸을움직여

수선화를심으신다는….

동화속럼피우스가

실제로거제도예구마을공곶이에살아계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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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omments

  1. 순이

    2014년 3월 23일 at 11:53 오후

    남쪽바다,수선화,동백….
    좋으셨겠네!
       

  2. 푸나무

    2014년 3월 24일 at 12:13 오전

    여행편지김휴림….무박여행을갔는데
    아좋다…넘좋다하다가
    집에돌아올때는
    아이젠더늙으면이런여행도못하겄네…했어요.ㅎ
       

  3. 데레사

    2014년 3월 24일 at 12:44 오전

    작년에저곳을갔었는데쳐다보니너무아득해서
    올라가질않았던게후회되네요.
    다리더아파오기전에꼭가보고싶은데요.   

  4. 참나무.

    2014년 3월 24일 at 1:19 오전

    자주혼자떠나시네요…
    여행지에서만나는현지처가있으니든든하고행복하시겠습니다
    저는서울구경이나하며맴맴거리는데…
    그러나저도행복하다우깁니다-필연때문에놀래가미…^^
       

  5. Anne

    2014년 3월 24일 at 7:24 오전

    아이구,가까운곳에아름다운곳이있네요.
    함가봐야…
    글고
    어릴때의장롱기억하나.
    난자주고열에시달려경기를많이해서엄마를애태웠는데
    열로화끈거리는눈을떠보면
    장롱앞판의나무무늬가
    호랑이로,구름으로,날개로변하면서무섭게했지만
    열내린담날보면아무것도없었다는사실.ㅎㅎ   

  6. 쥴리아스

    2014년 3월 24일 at 1:03 오후

    부럽다…안가시는데가없구나…일해야하는제팔자(?)는뭔고…푸웁…   

  7. Marie

    2014년 3월 24일 at 1:18 오후

    이런장관도있군요.다리힘빠지기전에가봐야할곳이참많습니다.
    가슴이터질듯할것같아요.   

  8. 산성

    2014년 3월 24일 at 2:10 오후

    핼로…수선화..들!

       

  9. 2014년 3월 24일 at 2:45 오후

    수선화는화분에하나씩만담겨있는것만봐서요..
    하긴..어디수선화뿐이겠습니까?
    저는쌀나무에쌀이주렁주렁달릴것같고요..
    밀가루가밀가루나무에풍선처럼대롱대롱달릴것도같고요..   

  10. 선화

    2014년 3월 25일 at 7:56 오전

    저도데레사님처럼몇년전갔다가…
    아득해서….(실은울짝이반대해서?ㅎㅎ)그냥왔는데
    후회됩니다!!ㅎㅎㅎ
    저는울집에온통유채꽃을둘러가며심을까?
    씨는어디서구입을해야하나?등으로고민중입니다
    그나저나억시게댕기시네요~ㅎㅎ   

  11. trio

    2014년 3월 25일 at 2:31 오후

    참부지런하세요.여행다니시랴,사진찍으시랴,
    영화나컨서트도많이보시고…
    그많은양의독서하시랴…
    일일이,하루가멀게포스팅들하시랴,
    아무리생각해도무한한에너지를소유하고계신듯…
    젊어서그런가?에고고…부럽습니다.
       

  12. 푸나무

    2014년 3월 25일 at 3:22 오후

    데레사님
    반대편에서내려온길도있던데…
    바로앞안도=내도바닷가에서서계신거예요?
    오호,애재라.   

  13. 푸나무

    2014년 3월 25일 at 3:23 오후

    앤님정말가까우시겠구나…
    부산에서거제도오는연육교가놓였으니
    함가보셔요.
    어릴때열나면
    눈에안보이던도깨비도보이고..
    열이새로운세상을보게해주었어요.   

  14. 푸나무

    2014년 3월 25일 at 3:24 오후

    쥴님
    남의떡이커보이는것을
    아직도하시다니…
    먼나라눈나라에서살다가오신분이
    하실표현은아니신데요.
    더군다나동아께서….풉~   

  15. 푸나무

    2014년 3월 25일 at 3:26 오후

    마리님
    여행편지진행하는김휴림씨가
    그러는데그냥반은외도보다지심도공곶이가한열배는좋다고하더군요.
    자연스러웠어요.   

  16. 푸나무

    2014년 3월 25일 at 3:28 오후

    참나무님서울맴맴하시는것,
    그것저보다더깊은여행하시는거
    아시죠?
    당근행복하신것맞구말구요.
    근데필연은요?
    현지처는,,
    제가생각하는게맞는지.ㅎㅎ   

  17. 푸나무

    2014년 3월 25일 at 3:30 오후

    산성님
    들으셨죠?
    아산성님보믄좋아할텐데…..
    하던내이야기…생각.ㅎㅎ   

  18. 푸나무

    2014년 3월 25일 at 3:32 오후

    그러니가밥님
    지금쌀나무이야기하산건가요?
    흠,
    아니고구마저장법은아시는분께서…
    아필요에의한…???ㅎㅎ
    언젠가기회가닿는다면
    날씬한밀가리나무와
    도톰한보리나무를내일러드리리다.
    첼로는못하지만그것은할수있응께…ㅎㅎ   

  19. 푸나무

    2014년 3월 25일 at 3:34 오후

    선화님
    제주도좋은곳에서사시면서
    여기저기라운딩겸
    여행하시는선화님께비하리이까…ㅋㅋ
    유채든무엇인든심으시면알려주세요.
    식물에대해
    감탄할준비는언제나되어있으니까요.하하   

  20. 푸나무

    2014년 3월 25일 at 3:41 오후

    트리오님글을읽어보니정말제가부지런한사람처럼여겨집니다.ㅋㅋ
    여행은
    무박으로버스에서자고
    새벽기운…가득한낯선바닷가거니는것
    좋죠.
    시간도돈도
    다른어떤소비보다매우적게드는마구마구소박한여행이죠.

    근데이제조금더나이들면
    이런여행도피곤해서못하겟구나싶은생각이들더군요.
    그러기전에부지런하게….
    사진이야트리오님이더잘아실것이고

    독서와글은내가가장좋아하는것이니
    밥먹는것처럼하는일이고
    이제까지아주열심히살아왔으니
    새로운방해물,
    손주랄지
    늙음이랄지
    아픔이랄지
    다가오기전열심히움직이는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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