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공곶이에서 동화 속 주인공 럼피우스를 만나다
BY 푸나무 ON 3. 23, 2014
거의언제나뒤가좋아….
걷는것도서는것도사람도…
특히낯선사람들과는더더욱그러하지
앞을보거나시선을마주하는것보다는편안하거든
그보다도
사람의뒤는저절로풍경이되거든,
풍경은바라보기도스며들기도해서
거기굳이마법의약물이없다하더라도
망각의힘이풍겨나오고
혹시
풍겨….에서풍경이나온걸까,
여행도그렇지…
얼핏풍경을찾아떠나는것처럼보이지만
사실여행은어딘가를바라보고어딘가로스미어들며
결국자신을잊기위해서야.
누구에게나있는경험이긴하겠지만
어릴때난장롱속을좋아했어.
지금처럼키가커다란장농은아니었고
밑으로반은서랖두세개달리고
위는이불을개켜놓기위한..
그러고보니예전장롱은옷거는장롱이아니었네.
이불넣는장롱이었어
.
장롱안은어둡고폭신한게자그마한내몸에꼭맞았지
꼭닫히지않는문틈사이로하얀빛이길다랗게스며들었고
그빛은평소에는절대보이지않는것들을선명하게보여주곤했어.
떠다니는먼지들….
크고작은것들그미세한움직임들,
내가아주조금만뒤척여도다시새로운것들이거기생겨나고….
가벼운낮잠이몰려올때면아마도,
그것들은그대로꿈길이되고일렁이는꿈이되었을거야.
그러니장롱안내어릴적그곳은
내가떠나는나의여행지였을것같아.
혼자고바라보고스미어들고…잊고….
그길이꿈으로까지이어졌으니
지금보다더완벽한여행이었을것같기도하고.
거제도예구포구라고하데.
예구하니
예절도떠오르고예덕나무도떠오르고
공간지각력이없어서
바다가안보이는길을걸어가니
바닷가길인데도마치산길같았어.
벌써커다란장딸기꽃이피어나있었고
햇살은따스해서무릉도원의나른한봄…이이러려니….
그러다가표지판만나고
그길에들어섰어.
동백터널
한사람가는데서로만나면주춤거려야할만큼좁은길이었어.
그리고
심하게경사진길.
333개의돌계단길
어두웠어
아침의환한햇살이눈부시게내려오는데
그길은어두웠다니까.,
그런길
내생전처음이었어.
간간히옆으로수선화모종이보였고
동백나무잎사이로팔손이나무와종려나무가보였고
아니,
도대체,
그러다가수선화가나타났어.
바다와함께
럼피우스는바바라쿠니가쓴그림동화속의주인공,.
그녀는세가지꿈을가지고산다네.
먼곳으로여행을다닌다.
늙어서는바닷가에집을짓고산다.
그리고세상을아름답게꾸민다.
그녀는정말자신의꿈대로
먼곳으로여행도다니고
친구도만들고
늙어서는바닷가에서살게된다네.
루핀이란꽃씨를심었는데
아름답게피어나는것을
많이아픈후에야보게되는럼피우스.
오래오래앓고난럼피우스할머니는
루핀씨앗을이곳저곳에마구뿌린다네.
하도사방데에뿌려대니
사람들은럼피우스를
‘정신나간늙은이’로부르기도하고,
(조심해야돼정신,나가고들어오는것,이게한순간의일이라
이게또화현비화현의일이라모르는일이니)
하지만이듬해봄온동네는
루핀꽃이가득가득피어나참으로아름다운마을로化..
그러나미스럼피우스가되기는참쉽지않은일,
오래살아야되고
아플때도정신을놓지않고
아름다움에대한열정이있어야하고
루핀이란꽃이얼마나아름다운가눈이밝아야되고
아픈뒤에도치열한정신력이있어서
여기저기꽃을뿌릴수있어야되고
사람들이정신나간늙그니
해도흥,할배짱두있어야하며(내글에서펌)
평생일군정원을돈한품받지않고
수많은사람들에게보여주기위해열심히노구의몸을움직여
수선화를심으신다는….
동화속럼피우스가
실제로거제도예구마을공곶이에살아계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