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닮은 섬 지심도의 동백나무
BY 푸나무 ON 3. 26, 2014
그렇다.
달빛이문제다.
달빛아래가문제다.
달빛아래있으면다가오는모든것들이아득해진다.
창문에비친이른새벽항구는어둑어둑하다.
다들버스안에서깊은잠에빠져있는데
달빛이나를깨웠다고는하지않겠다.
그러나달빛아니고무엇이었을까…..
.
나는조용한버스안에서아주조심스럽게자리에서일어났다.
내부츠는부드러운고무로되어있어서소리를내지는않았다.
김휴림선생이가만히버스문을열어주었다.
밤인지새벽인지모호한시간
반달인데도달빛은휘영했다.
마치금방바다위에서솟아난듯이
바다위에달은떠있었다.
새벽즈음가장어둡다고한시간은거기없었다.
여명이었다.
여명은옅어짐….섞임….물타기인듯
싱거워지고바래고순해졌다.
달빛아래그렇게아무도없는낯선항구에서여기저기를
달빛과함께거닐었다.
달빛은점점더환해졌다.
수평선에자리잡은노랑주황의빛들이사라지며
환해지는사위…그어느순간
환하던달빛은낮달이되었다.
천천히느리게가아니라어느순간이었다.
사람들은이런이야기를좋아한다.
죽을때그영혼이불이되어몸에서나간다는….
그불이바로앞산을너울거리며지나간다는것,
먼데사람들누군가가우연히너울거리는영혼을바라보며
세상을떠난이….누군가…세상을떠났네……한다는것,
낯선장승포항새벽
그순간어릴때꿈에서본너울거리는불덩어리가어디선가나타나
달빛에안겼다고생각했다.
그렇다
달빛이문제다.
여행이꼭즐거운것만은아니다
즐겁기위해서여행을간다면
나처럼뒹글거리기좋아하는사람이라면
차라리편안한집소파에서뒹글거리며
스토리찹찹한소설책보는것이적어도열입곱배는즐거울것이다.
하루라도집을비우고여행을가려면
소소히처리해야할일거리가보통이아니다.
하루치일을모아서해놓아야하고
유별나게걸리는것도많다.
그렇게하고나서도깊은밤혹은이른새벽집을나서야한다는것,
이나이들어절대쉽지않은일이다.
깊은밤이나이른새벽은에너지가소멸되어있는시간이다.
그러니부족한에너지를정신력으로대치해야한다.
뿐아니라여행은일상을저버리는일인데
일상이라는단단한형체가타성이되어사람을제법힘있게붙잡는다.
그러므로어딘가로떠나기위해서는
적어도그만큼강해져야한다.
뿌리칠여력이있어야한다는것이다.
그렇게떠나면거기무엇이있을까.
이제이나이되니
걷는것의소중함을느끼며걷게된다.
젊음의생각없는걸음과는확연히다르다.
늙음은어디에서나시간을신선하게느낄수있는신비로운시간이다.
젊음들은절대알수없는,
젊음이지닌태생적한계로인하여,
마라톤을하는자만이느낄수있는러너스하이….같은것이다.
공부하는것,독서를하는것음악을듣는것,
그러니까모든행위자체가여행이된다는것을이제는안다.
그럼에도왜굳이여행을떠나는가.
여행은새롭게나를바라보는일이다.
여행아니면
어디에서
바닷가여명의빛을보는나를바라보겠는가.
달이어느순간낮달이되는것을처음안나를,.
새로운무엇을바라보는나…
낯
선항구의향취속에서스스로어둑한그림자가되어걸을수있는나…
그희미한것들속에서
더욱선명해지는내가보이기때문이다.
나를본다는것은
나를생각한다는일이고
나를생각한다는것은결국생의근원에대해성찰하는일이다.
설마
그렇다면생의답을얻었는가.
물으실그대는아니시리라.
김휴림여행편지는여자들만을위한여행클럽이다.
무엇보다가장좋은것은바로옆에있는사람과
말을하거나미소를짓지않아도된다는일이다.
그랬다가는혼난다.
자거나생각하거나책을읽거나창밖을내다보거나…
버스안에는공인된무심함이흐른다.
같이면서혼자인것,
외로운듯외롭지않다.
외롭지않은듯외롭다.
깊은밤집을나서충무로에가서버스를타고
밤새내버스는달려장승포항에다다른다..
새벽6시20분에굴국밥을먹는다.
국물이시원하다.
무박여행을갈때아침과점심은
언제나소박하면서도괜찮다.
김휴림씨는뻥이없다.
볼수록여행의고수라는사실이그<뻥없음>과함께
은근하게엿보인다.
“사람손가득한외도보다자연스러운지심도가한열배는좋아요.”
그렇다.나는한열세배쯤더좋았다.
배를타고동백이지천이라동백섬이라고도부르는지심도에들어선다.
섬이마음心자를닮았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