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두리 사구
BY 푸나무 ON 4. 3, 2014
그러니까갑자기꽃이피어서
갑자기한만큼더수다하게꽃이야기들이쏟아진다.
꽃만피는게아니라꽃에대한이야기도
그렇지,개나리처럼뽕뽕뽕뽕해야만하는거다.
너도나도봄사람되겠다는듯꽃이야기를
새는바가지처럼줄줄흘리고다닌다.
꽃이사람을혹하게하는것은
그첫째가새로움이다.
겨울지나봄꽃이유별나게여겨지는것도
겨우내회빛,갈빛,잿빛,속에살아와서다.
저눈부신노랑은어디서
저여린분홍빛은어디서
저희디흰빛은어디서…
빛이야색이야,
역광으로꽃잎들들여다보면더욱자지러들수밖에없다.
해보시라.
벚꽃그냥뭉텅이로
보지마시고
꽃아래들어서는것이다.
한송이특별히정해서눈길을깊게주는것이다.
그리고꽃잎조금아래서서햇살쪽으로….바라보면
색이옅어지는대신그눈부심,
꽃잎의두꺼움대신그엷음…
그러니까눈부신엷음이펼치는‘환장’속으로아마도들어가게될것이다.
무릉도원이있다면
거기그사이를그틈을지나가지않을까,…
목신판이다스리던아르카디아로들어가는관문이거기있지않을까,
존재하지않는곳을들어갈수있다면
그문은아름답고고요하고사람의눈에잘띄지않아야하고
무엇보다금방사라져야하니
꽃의문이아마가장적당할것이다.
꽃이내게데려다주던추론이다.
여림에대한혹함도있다.
모든사랑스러운것들이지닌필수적조항은여림이다.
어린아이들이지닌극도의사랑스러움은
품에포옥안기는그부드러운여림탓이다.
가장이기적이면서도
가장이타적인형태.상황존재
그래서아이는사람이피어내는가장아름다운꽃이다.
아이가아름다우니아이를담고있는젊은여인도아름답고
동그마하게솟아나는불균형의배도그렇게아름다운것이다.
가장아름다운여인이라칭하는모나리자에게
수염을그려서
아름다운여인의미소속에는
아름다움이아니라
엉덩이의뜨거움을연상해내는혹은연상하라는,
발랄한개념주의자인뒤샹도
그의부정을통한본질의환기….앞에서도
아이들엄마는전혀기죽지않을것이다.
.
꽃들…은금방만개했나….하다가져내리기시작한다.
꽃잎지는소리들으신적있나.
무참하게져내리면서도도무지소리가없다.
벚꽃의아름다움은필때보다오히려질때더하다.
아름다운적멸의순간이다.
모든꽃은등롱이다.
우리집앞에도벚나무몇그루있다.
심은지오래지않아비리비리하지만
벚꽃피어나니세상에,세상에,주변이환하다.
환할수밖에등이몇개인가
셀수도없는등이다.
오늘아침에도꽃을보는순간
저등롱들따라스위치가켜지는지
낡고오래된형광등처럼바바바바떨다가
내안에불이탁켜졌다.
꽃에대한찬가가아니다.
사실은아침에꽃보러가자는청을
해야할일이있어서….
사실은오늘특별한일은없었다.
라며거절했다.
대신머위나물을된장살짝넣어조물거려무치고
우거지를뭉근하게멸치랑함께오래끓였다.
그리고김장김치속에박은무를넣어씻어얄팍하게저며무쳤다.
가끔보이는비리비리한벚꽃만으로도너무충분했다.
(틀린문법이라도괜찮다)
천리포를가면서오목교옆에무수하게피어나있는개나리와벚꽃을보았다.
다행히천리포는모든꽃들이만개하지않았고
그전의지심도의동백들은
나무가되기위해꽃에관심이없는자태였다.
꽃을아주적게매달고있었다.
해안사구인신두리사구는아직겨울인채로황량했다.
만오천년전에만들어진….
만오천년이란시간은과연있는가….
여기저기모래위를걸으며
모래위에자라난시들은갈대
아직꽃되지못하고이제막초록잎으로솟구치고있는해당화ㅡ풀
그리고버드나무….
화려함대신황무함이가슴을저밀듯세게다가오더라는것이다.
꽃이지닌그수많은미덕보다
아무것도없는황무함이
나를더이해하는듯….
아니면내가슴이황무해선가.
좋았다
사람에게는어쩌면청개구리심보하나가더있는지도모른다.
혹부리영감의혹같은것,
그혹이내게속삭인다.
꽃질렸다구말해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