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톨스토이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ㅡ 고슴도치와 여우

<여우는많은것을알고있지만고슴도치는하나의큰것을알고있다>는말을

그리스의시인아르킬로코스가했다고,

이사야벌린은<우리는톨스토이를무엇이라부르는가>라는

부제가붙은<고슴도치와여우>라는책의모두에적고있다.

이지적인사람은

톨스토이가실제는여우이나

스스로는고슴도치로생각했다고단언한다.

세상의모든사람을이두가지부류로나누어가며

톨스토이의글

<전쟁과평화>를중심으로톨스토이의역사관을분석해낸다,

어찌나지적이고어찌나통달해있던지

그녀의글은분석이나평론을넘어서

톨스토이에대한새로운학설을세우는것처럼여겨졌다.

문장은정확하면서은유적이고

글의주제는여우처럼

그러나고슴도치라는목표를항해치밀하게전진한다.

개인의삶이지닌특징이역사를앞선진실이라고톨스토이는생각했다.

그러나개인의특징을단초로

역사의흐름을설명해내기에는그리간단치가않았다.

그래서그는쉼없이모든역사가들의이론을통렬하게비판햇고

그런자신의비판에도무너지지않

어떤원칙을세우기위해줄기차게노력했다.

모든것을포괄하는단하나의시각

단순한원칙과단순한기준을그는찾아헤맸다.

생각하며산다면

적어도삶과죽음을잊지않고살아가는사람이라면누군들그러지않을까,

새로운것을창출하고규합해내는톨스토이처럼은아닐지라도

자신의삶속에서어떤길을찾고찾아헤메는것,

어쩌면일평생찾아가는것이길일지도모른다.

그길은방법이기도하고목표이기도하며절대적으로가야할길이기도할것이다.

톨스토이는숱한독서를통해

루소스탕달메스트르등

자신의신념을그들의이론속에서덧붙이고빼며구축해나갔다.

단순하고정교한

모든것에적합한이론을끊임없이원하고바랫지만

그의갈등은그의생이끝나는날까지계속되었다.

그는모든대상에서특정한속성을찾아내고

그런현상을모두설명할수있는보편원리를찾아내려고했다.

더이상나눠질수없는핵같은원리

그리고그핵의원리는모든것을설명해낼수있는보편원리여야했다.

톨스토이는처음엔역사를무시했지만

차츰인간의기원과근원적인문제에고민한다.

그러면서역사에진실이있을거라고여기는경험론적탐구에몰두했다.

생각지식시음악사랑우정증오열정등

개인적경험을역사학자들의무가치한분류보다우선하다고여겼다.

그는거대한역사에대한담론보다는

아주작은사람과의관계를소중히여기는

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를아는

하나님을인정하는크리스챤이었기때문이다..

톨스토이를그린영화마지막나날에서

그는아내를사랑하지만모든사람을사랑하기도하는

그래서아내에게휘둘리고

이념에휘둘리는연약한사람이기도했다.

이사야벌린

마르크스평전을읽으면서도

그녀를익히알았거늘,

톨스토이평전은톨스토이에대한새로운시각외에도

그녀의명민한논리로그녀를보게하며나를들여다보게한다.

지성적인책을읽으며

독서가환경에혹은시간에무엇보다

독자의지극히사소한기분에좌우된다는이야기를한다면

아마다도무지한여우의작태일것이다.

그러나실제로그랬다.

처음조금산만한상태에서읽기시작햇는데재미가전혀없엇다.

그러다가화장실에서..

화장실은매우육적인상태로오히려몸을떠나

정신의여행을떠나는장소로는최적이다.

집중이가장잘되는…..오손을뗄수없이흥미로웠다.

그래서내쳐계속읽기시작했다.

존재하는것과존재해야만하는것들과의갈등속에서평생을산사람.

그녀는톨스토이가수많은사람곁에서추앙을받고살았지만

결국은언재나홀로인

위대한작가중가장애처로운사람이라고결론지었다.

왜아니그럴까.,

무엇인가를분석한다는일은결국깨트리는일이다.

끝을보는일이어서거기허무외에무엇이있겠는가

천재거나지나치게분석적인사람혹은

혹은자신의경험을완전하다고여기는사람은

절대손을내밀지않는다.

나같은범인은자신이약하다는것하나는분명히알아서

그허무의끝에서부끄럽지만손을내민다.

신경학전문가이자작가인올리버색스의책에는

바가완디라는인도소녀가나온다.

그녀의머릿속에는시한폭탄인종양이자라고있엇다.

수술을해도점점발작이심해지고

의사는스테로이드계를주입했다.

그녀는꿈을꾸기시작했다.

시간이지날수록꿈과환상은빈번해지고심해졌다.

미소를짓고있는그녀……

바가완디양지금무슨일이일어나고있는거죠.

그녀가대답했다.

죽어가고있어요.전고향으로가고있어요.어쩌면이럴게귀향인지도모르죠.

한주가지나자바가완디는외부의자극에반응하지않았다.

얼굴에는여전히행복한미소와연하게띄고

사흘후그녀가죽었다.

인도로가는여행이끝났다고작가는적고있다

아무에게도영향은커녕그저자신속에빠져서죽어가는

어린소녀의죽음

위대한죽음앞에서기억나는제비꽃같은죽음.

아주작은소리로꽃에질렸다고

정말아주작은소리로말해보았다.

말은되었지만말이되질않았다..

도대체그마음이얼마나삭막하면어떻게감히꽃에질릴수가있다는말인가..

작은소리로지나가듯흘러가듯말한것은

결국그러지않다는이야기와도같다.

더군다나모든사람들이꽃에환장하고있는데….

그렇다고꽃에질렸다는것이거짓말은아니다.

여전히꽃에그등롱에

그환함에그눈부심에눈부셔하며환해하며오등롱~~~~

하면서도질린다는것,

내가이야기했던가

내마음을가끔사과한알로인식한다는것,

그사과한알을동그마하게들어내서

살펴보기를좋아한다는것을,

크게보면사과한알이지만

그사과는셀수없는색과세포와빛과형체를지니고있다.

당신이바라보는내사과와

내가바라보는내사과는보나마나현저하게다를것이다.

당신은혹은나는

고슴도치인가여우인가.

고슴도치거나여우거나….

하나도중요하지않다는생각이든다.

독서를잘못했는지도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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