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도서관

언제나무겁고진실되고진중한사람만좋은것은아니다.

의외로가볍고소란스러우며재기발랄해서

신뢰는썩가지않더라도

가끔그런사람만나는것즐거운일이기도하다.

클래식을좋아한다하여

유행가….가볍지만느낌이금방오고금방촉촉해지는,

설령그촉촉함이매우값싼감정이라는것을충분히알면서도

그런감정들에젖고싶을때도있다는것이다.

책두그렇다.

지나치게경직되고딱딱해서마치지은이처럼혹은번역가처럼

긴장하며지적즐거움을느끼게하는책도좋지만

어제오후도서관에서우연히눈에띄어빌려온

환상도서관….그리고나무회상록

핸드폰전자책의애거사크리스티의짧은추리소설도괜찮더라는것이다.

<환상도서관>은유고슬라비아현세르비아의작가조란지브코비치가쓴책이다.

보르헤스를잇는환상적이고마술적인시계를그려낸다고하는데

거기까지는아니고

가령보르헤스의글은

멀리우주속으로떠나가면서도

지구와연결된끈이아주단단하다면

조란의책은멀리가지도않을뿐더러

그끈도그다지여무지지는않아조금아슬아슬해보이는,.

마음울하여울한척이라도하고싶은데

무심한브라더에게하겠는가

엄마는그저사람아닌그저엄마인아들딸에게?

미국말한국말왔다갔다하는조카에게할수도없고,ㅋㅋ

그러니어제그하고싶은을잊게하는데에

책이아주요긴하더라는것,

흥미로웠다는뜻이다.

가상도서관

집안도서관

야간도서관

지옥도서관

초소형도서관

위대한도서관

세상어디에도없는특이한도서관여섯개가파노라마처럼펼쳐진다.

마지막위대한도서관에서는

하드커버인책만소지하고있는주인공이

자신의책장속에꽂혀있는페이퍼백책….을보고

놀라고증오하며그책을말살시키려하는이야기다.

쓰레기통에버리고아주짝짝찢어버려도여전히자산의책장속에건재하는페이퍼백책

책을자신으로놓고내가자살할때어떻게할까,

그는돌과함께책을수장시킨다.

(돌을땅에서뽑아내는이야기도아주리얼하게그러진다)

아주높은타워에가서던지고

기차세번째바퀴사이에던져서박살내고….너무잔인한듯하여

확인까지는않는다.

그러나여전히자신의책꽂이에단정한모습으로꽂혀있는페이퍼백책

그는마지막으로식탁으로책을가지고온다.

우선칼과포크로표지를잘라냈다.

목차를보니여섯장으로되어있어각장을따로자른다.

러시아식샐러드의향취가풍기던가상도서관의맛.

집안도서관은국수가들어간진하고풍부한소고기스프

야간도서관은속을채운고추같은맛

디저트에별로신경을쓰는사람은아니지만

지옥도서관은훌륭한체리파이맛,

초소형도서관은크림을친커피.

(나라면조금상상력은떨어질지몰라도

사람으로바꿔보면어떨까생각이들기도했다

가령야간도서관은키크고마른듯한그러나눈이깊어보이는초로의아저씨

가상도서관은영리하고총명하나유머와함께변덕도항존하는노처녀아가씨..

..음쓰다보니형편없는상상력이군,)

마지막챕터

위대한도서관은

맛을알수없는,모든것을섞어놓은듯한맛,

그는한조각남김없이다삼켰다.

그리고그는서재로향했다.

위대한도서관을더럽히는흉측한침입자는없었다.

그책은그안에있었다.

이또한즐겁지아니하랴

이제가벼운것들에게도눈이간다는이야기이다.

평생너무무거운척살아오지않았나.

의식적인건조함을지탱해오지않았나.

머릿속으로는향기화려하고자태아름다운백합이나

잘보이지도않는봄맞이풀이나

근수가같다고여기면서도

속으로는치밀하게판단하며작은미리그램까지재고살아왔는지도…..

나이라는것이혹가벼운드라이버일이지도모르겠다.

조여있던나사들을느슨하게풀어주는….

어젠식구들마침조카아이들둘이와서중국요리를시켜먹었다.

설거지할필요도밥차릴필요도없어서아주좋았다.

자장면과탕수육먹는시간약간을제외하고

오후내내그리고밤열두시반까지책을읽었다.

조용하고소박한날

사월의하루

어디선가봄꽃은하염없이져내리고있었을것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