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났다ㅡ필립로스의 에브리 맨
에브리맨 저자 필립로스(PhilipRoth) 출판사 문학동네(2009년10월1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지심도를가기위해장승포항에서배를타는데

고기말린그물망이아주길게자리하고있었다.

새벽에잡아온고기였을까,.

아주말갛게씻은고기를가지고나와서사람들이그물망에차곡차곡아주단정하게널었다.

서대는약간분홍색을띄고있었고갈치는하얗고

까만듯한고기도사이사이하얗고우럭도아주깨끗했다.

의외로생선의모든빛깔들이다맑고고왔다.

침묵이혹은죽음이덧입혀놓은고요한색채….

크고작고가늘고길고

그얄팍한존재들….

크고두꺼운고기는반으로저며좌악펼쳐졌다.

필립로스가쓴에브리맨을읽어가는데

나는문득문득그그물망에널어진고기들이생각났다.

그비슷비슷한두께들.

필립로스는한남자의생애를얇고가볍게적어나갔다.

마치주마간산하듯이

깊고무겁게적어야만하는게글이,인생이아니라는것을보여주는것처럼,

(새롭다)

그러다가대목대목톤이달라지고깊이가달라지고오르막길이시작되었다.

소설이끝나는곳까지계속길은가팔랐다.

마치두꺼운생선을좌악갈라서펼치듯….

그리고마지막

그는이제없었다.있음에서풀려나서…..,,적막,

몸이조금약해서끊임없이무엇인가를몸속에넣고혹은잘라내고

혹은걷어내는수술을하면서살아가는

비교적성공한남자

그녀의여성편력기가양념처럼기록되고주변인들과의관계망속에서

적정한캐릭터들이숙성되어있다.

그는기억이라는

특히어릴적시간들을

마치구하기힘든보석이라도되듯

여기저기방향을달리해서들여다보곤한다.

자신의근원이거기에있듯이….젊고싱싱한흠없는…..늘씬한어뢰같은

자신을꿈꾸며….

그러니이글은

내가보기엔노년에대한진득한혹은슬픈보고서이다.

일흔한살,

그는또다시수술을해야하는시점에서鬱한상태로들어서며

늙음과병과죽음을아주자세히눈을부릅뜨고들여다본다.

그는아버지를사랑했지만아버지의장례식에서그에게남은것은’행위’였다.

무덤을흙으로덮는행위.

점점강도가세져가는….그거침없는행위를묘사하며

흙맛이입에고이던흙을덮는일은

어쩌면죽음이주는의미나가치조차도

무덤을덮는행위속에함몰되는,

마치관이사라지듯

죽엄도사라지듯….

흙을덮는맹렬한행위만남는….

그러니까그는맹렬한행위처럼산다.

그행위아래이루어진일ㅡ죽음아버지,,그리움따위는

눈을감고삶을정확하게보려고애를쓴다.

눈을부릅뜨면세상이삶이더잘보일까.

혹시감은듯할때혹은깊이감았을때더잘보이는것아닐까.,

자그마한산봉우리에올랐을때

선선한바람이불어올때여기저기바라보다가

.감탄도할만큼했을때

가만히눈을감으면…..

보이지않던바람이보이고바람을느끼는내안의내가보이는순간이있다.

이것은아주단순한일상의도식에서도자주일어난다.

가령아주고달픈일에내가처했다고하자.

그일을해결해야하는데….

그고달픈일에푹빠져서는도무지해결의기미를알아챌수없다.

고달픈일을벗어나서

그일을남의일처럼만들어서바라보게될때

혹은누군가에게그일을의뢰할때

적어도체념이나절망이라도선택할수있게된다는것이다.

벗어난다는단어자체가주는힘도있지않은가.

부릅뜬다는것은물속에서힘을주어가라않는일이고

(요즈음이상하게이런어설픈비유들이가벼우면서도즐겁네,스치듯…)

물론그도그의또래건강치못한여인의손을잡고생각한다.

젊을때는중요한게몸의외부이지하지만나이가들면내부야.”

그러면서도여전히젊은여인들의군살없는매끈함.

절대,이유가없는,싱싱한매력에눈을돌리고..

노년은전투가아니라대학살이라는….결론도내린다.

아프고괴롭고외로워서거짓말을하고……

어쩌면책에는기록되어있지않지만

주인공이힘을얻은것은그가알던모든나이들어가는사람들의

절망을알았기때문인지도모른다.그리고그들보다조금은더나은자신에대한희망이

그에게위로를주었을것이고,

그는쇠락한묘지앞에서뼈를찾아낸다.

육신은녹아없어지지만뼈는지속된다.

내세를믿지않고

신은허구이며

지금이것이자신의유일한삶이라는주인공에게

뼈는위로였다.

뼈에게말을거는….

부모님의묘에서그는뼈들과의강렬한연대의식을느꼈다.

필립로스는아마도

작가만의독특한세상을바라보는시선으로

신앙일지구원일지영생이없는허망한사람에게

가장적합한그러면서도개성이강한소재를발견했다.

!라는….

그러나

겨우뼈라니….

그것은무엇인가영원한것을바라는결국은원하는…..

소망의소산치고는….

매혹적이지만독특하지만

가엾고허망하지않는가.

사유가지닌무위함도그려지는글이다.

그냥그림을그리는

그냥아주오랜시간무덤을파는

그냥햄버거를먹고

그냥자연스럽게아들에게무덤파는일을계승하는….

그냥사람에게겸손하게대하고

그냥주어진자기일에대해사심없이임하는

그냥지극히평범한사람들의일상이

생각하는사람들의그것보다더깊다는것,

주인공은뼈와의연립으로희망에차서수술에임하게한다

매끈한어뢰의꿈을꾸며….

그런데….

그는이제없었다.있음에서풀려났다.

희망이무산된죽음으로에브리맨은끝난다.

마지막주인공의적멸을그리며

작가는그의죽음을

가장적합한소설적인결론으로혹은장치로만여겼을까,

혹시

무의식의소산인….

존재에대한불가항력을인정하는결론아니었을까,,

역자는책을덮을때차가운칼날이위에서부터수욱내려와

뭔가를싹뚝잘라내는느낌공포를느꼈다고했다.

나는책제에서

오래된영국의도덕극인에브리맨도생각났고…..

보통사람들

아마도이글의주인공처럼죽음을생각하지않고살아가는

내가아는몇몇가엾은사람들과

돌아가신아부지도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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