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히드 뒤러 ㅡ 네 명의 사도

(2013/11/12지난해가을에실린?써놓은?글)

얼마전포천평강식물원을갔다.서리가득내린아침이었다.

숲에서는사라져가는가을향이뭉클거리며다가왔다.

막연한듯소진한듯…哀를품은향기였다.

찬서리지나투명하게언서리들이숲에가득했다.

땅에는하얗게고추선서릿발들이흙을열고세상밖으로나왔다.

온도차로내려온물방울도있겠지만땅속의습기가저리변하기도했을터….

추위로인해보이지않던것들이보이니…

죽음뒤달라지는우리의모습도그럴게아닌가.
알브레히트뒤러(AlbrechtDurer,1471-1528)의<네명의사도들>이다.

나무에유채.
흰옷을입은바울,

주황색옷을입은요한,

그리고바울뒤의마가…요한뒤의베드로다.
마가는엄밀하게이야기하면사도가아닌데

알브레히트뒤러는네명의사도들이란제목을붙였다.

너무강렬한추론일지몰라도

사도면어떻고아니면어떤가….

그중심이중요하지..라는작가의의도된제목이아닐까,
뒤러는말씀을생명의곳간으로여겼던사람이다.

그는루터를흠모하는루터주의자였는데

루터가흠모한복음주의사도가요한이었다.

이그림을그리던시절의뒤러는

톨릭추기경이나상류층지도자들과의교류가많았지만

자신의믿음과는다른도상의사람들에게

그는도움을받지않았다.

그래서그의말년은어려웠고많은그림을그리지못했다.
그럼에도<네명의사도>는독일을대표하는그림이자

종교개혁의정신을담은위대한그림이다.

그전까지모든성화가베드로와바울을주축으로그렸다면

뒤러는요한과바울을앞으로내세웠다.
실제천국열쇠를지니고있는베드로는늙고어둡고음울해보인다.

무엇보다그는아래…땅을바라보고있다.

그림이그려지는시점을생각해보면

베드로의시선은더욱의미심장해진다.

초록색옷에주황색옷을입은요한은젊고싱싱하다.

그는세상어떤것에도관심이없이오직말씀에만집중해있다.

종교개혁의요소가베드로와요한의대비속에서아주선명하게나타난다.

참고로요한이들고있는성경은루터가번역한독일어판성경이다.
마가는어둠속에몸을숨기고있지만

아주강렬한눈빛으로바울을바라보고있다.

그의손에는두루마리성경이있다.

바울과바나바사이에서다툼의원인을제공했지만

결국더큰전도의문을열게했고

바울에게도움이되는사람이라는칭호를받게된마가…의눈빛이많은생각을하게한다.

속죄와참회를나타내는흰옷을입은바울의눈빛은

바로나를바라보고있다.

강렬하다통렬하다.

너는지금과연말씀대로살고있는거냐?

칼을잡은손엔힘이들어가있다.

긴장해야한다.언제마귀가너를침해할지몰라.

위험에처하지않게깨어있어야해.바울은눈빛으로외치고있다.
실물보다더큰그림속의사도들은

바라보는곳이제각각이며하고있는일도다르고옷도다르다.

오직하나그들이처한공간만이그들의동질성을나타내준다.

교회라는공동체속에서의다름과개성을사려깊게인지해야한다.

교회안에서특별한은사를받거나은혜를입은사람들때문에

오히려교회가시끄러워지는경우가가끔있다.

뒤러는네명의사도가열심히한분예수님을따르지만

그들역시각자다른개성과삶의방법,

다른성향을지니고있다는것을선연히나타내준다.

그림속의스토리가을숲처럼많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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