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숨은벽에서

익숙한길에서는길을잘보지않는다.

낯선길에서는다른어떤풍경보다

길을자세히본다.

어쩌면길은

풍경을떠받쳐주는

풍경위의어떤존재일지도모르다.

풍경이아름다워서길은….이아니고

길이아름다울때풍경은더욱….이라는,

보이는인생과보이지않는인생길을대신해보여주는….

어젠정말오랜만에북한산엘갔다.

마이브라더가그랬다.

자네몇년전으로돌아가서산잊어버린거아냐?슬슬가보지?

아직도내친한친구하나는

내가산엘가는걸도무지믿을수없다고

사진을찍어보내줘도믿기지않는다고한다.

내가생각해도내가사실산에가는것,대견하다.

맞아,내평생겨우얻은소중한재산을지켜야지,

아침부터마음먹고또먹고또먹고

위영가자,소리까지한번지르면서,,,

겨우두시되기전집을나섰다.

눈이내리고있었다.

춘설,벚꽃엔딩….

그리고에프엠에서는바흐의토카타와푸가.

웅장한오르간소리로차안이오래된성전으로화한다.

정말음악만이할수있는신비로운마술.

집에서타온커피한잔의향기가코에스친다..

여기에서더뭘바라랴….

숨은벽을가기위해사기막골로오른다.

그렇지않아도사람없는길에오후두시가넘었으니

산에는온전히나혼자다.

아직도진달래가있네….

혼잣말해도괜찮다혼자니ㅋㅋ

오르다보니아직도가아니라

이제숨은벽은진달래중….

진달래와철쭉의차이는

진달래는이파리없이꽃먼저피어나고

철쭉은이파리가먼저솟아난다.

진달래잎은자그마하게끝은뽀족하나

철쭉은잎이조금더크고아주둥그렇다.

이렇게비유하면인간타령하시는

기사님께서비인간적이라며나무라실지도모르는데

가느다란가지에숱하게피어난진달래가

가난한흥부네집아이들같다면

철쭉은드문드문그옅은빛깔

그리고조금더큰크기로

부잣집에서잘먹고자란귀티나는

놀부네집아이들같다.

(심술기는알아서찾아내시고..)

산에서나풀거리며산벚꽃이파리져내리면

그게또가슴조차따라서져내린다.

왜져내리는것들은모두가슴조차끌어안는건지

나만그러는가..

산벚꽃도벚꽃과차이가많다.

우선피는시기가다르다.

철쭉처럼새순과함께산벚꽃은피어난다.

그러니희거나엷은분홍빛이라해도멀리서보면

홀로자그마한솜사탕처럼보이기도한다.

봄산이가장부드러울때는이른봄이다.

열매만나무를나타내주는아니라

새순도나무에게새로운자태를덧입힌다.

나무들이가지마다내보내는새순들은형형의빛깔로태어난다.

새순은아주자그마한몸짓으로

나무를아주부드러운자태로변화시켜버린다.

아무리오래된거센나무라할지라도

이른봄새순에뒤덮히는날

그는동글동글마치아이처럼동그마하게변한다.

거의다내려와서야

한남자가내곁을스쳐지나갔다.

그리고주차해놓은곳에서

그가등산복을벗고

넥타이까지맨양복으로옷을갈아입고

차뒷트렁크에배낭넣는것을보았다.

그와눈이마주쳤다.

나는얼른눈을피했다.

그리고속으로말했다.

나아무런상상…안했어요.

바람이아주공평하게불어오는날이었다.

그러고보니

햇살도너무공평해서…

공평에취한날….

죽음도아픔도공평하게다가올때가있으리…

복사꽃,천지간(天地間)의우수리/오태환

삐뚜로만피었다가지는그리움을만난적있으신가백금(白金)의물소리와청금(靑金)의새소리
가맡기고간자리연분홍의떼가,저렇게세살장지미닫이문에여닫이창까지옻칠경대빼닫이
서랍까지죄다열어젖혀버린그리움을만난적있으신가맨살로삐뚜로만삐뚜로만저질러놓고,
다시소름같이돋는참난처한그리움을만난적있으신가발바닥에서겨드랑이까지해끗한달빛
도사늘한그늘도없는데,맨몸으로숭어리째저질러놓고호미걸이로한사코벼랑처럼뛰어내리
는애먼그리움,천지간의우수리,금니(金泥)도다삭은연분홍연분홍떼의

이시들은진달래는꼭나같아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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