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어디로 갔나ㅡ 無限有한 인생

꽃들은어디로갔나 저자 서영은 출판사 해냄출판사(2014년02월0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시절이다르다고생각하기도한다.

그래도나는노인의연인이

노인의발을

그것도장례식장에서꺼멓게때가묻은발ㅡ양말을벗겨

대야에물을떠가지고와씻긴다음

깨끗한수건으로닦고새양말을신기는….

나는평생한번도해보지않는

그사랑의행위에가슴이서늘했다.

남의발을만지며씻는행위는

발을씻는꺼먼땟국물에내손을담그는행위는

얼마나좋으면얼마나사랑하면얼마나존경하면그렇게할수있을까.

나의박이님외할머니는한참부족한자식에게

고아라는이유로성한며느리와결혼시키셨다.

지금같으면같이살아줘서고맙다며

받들어모셔도시원찮을텐데

그며느리가한데부엌에서뎁힌따뜻한물을담은세숫대야를

방으로가져오면방에서세수를하셨다.

그리고그물에어린손주들둘을씻기고

나는어린사촌동생들을보며애들아그물더럽단다….

속으로말했는데

그리고그며느리는

할머니외출할때면언제나흰고무신샘에서하얗게닦아

마루끝에놔드리곤했다.

부족한아들의며느리가평생을모셨다.

그러고보니세수대야물은시절을많이담고있구나.

지금은어느집에나욕조가있고

뜨거운물이즉시나오니

이제대얏물가져다가발씻어주는사랑….같은것은

이미사라져버린시절속에나있는행태인것이다.

대신할수있는어떤곡진함도남기지않은채

사라져가버린것들은얼마나많은가.

<꽃들은어디로갔나>

서영은자신의사랑이야기이다.

사랑이라기보다는

사랑으로시작된관계에대한통증어린성찰이라고나할까

워낙유명한스토리여선지소설적장치가없어도소설이되는

그래서글은

삶의정황을스케치하는,혹은

사랑어디있니무엇이니

시간은어디있고늙음은어디있는가….묻으며찾는것처럼읽히기도했다..

이십대때만나서는불륜이었고

사십대때겨우절에서올린가벼운결혼식

이제노인이된연인과의짧은결혼생활

그리고노인의쓰러짐과죽음,

그죽음뒤의

세간에회자되는무수한이야기들은누추했는데

그는한마디선명한문장외에거의기록하지않았다.

단지그는노인과자신의관계……에만집중했다.

꽃이아름다운것은

무참한사라짐,지는져버리는….행위에있다고해도괜찮다.

생각해보라

사시장철꽃이피어나있다면

그꽃이사람의마음을어디건드리겠는가.

만약에그리한다면꽃은일상이되어버린다.

꽃이꽃이기위해서는

아름답거나서럽기위해서는

그의생명은

눈부시게피어나는것처럼

눈부시게져야한다.

지는모습이아름다운벚꽃이야말할것도없다.

보성대원사가는길은오래된벚꽃이길양쪽에서겹겹이팔짱을낀채

길을가득덮고있는데

그길한쪽으로자그마한강이흐른다.

언젠가벚꽃눈처럼지면서그강물쪽으로낙화하는데아흐,

붉은동백이사람들마음을아프게하는것은

목이댕강!해있는데도선명한모습때문이다.

땅위에널부러져있는백목련은

내언제희디흰채고귀했었던가

흔적없어생명과주검을응시하게한다.

혹시모든아름다움은

상실에발을담고있는것일까.

쇠잔과쇠락그리고사라짐이라는….

꽃들은어디로갔나….

나는서영은의꽃에대한생각이궁금했다.

꽃들은어디로……라는챕터를그래서유심히읽었다.

꽃에대한이야기는없었다.

단지

머리카락을뒤로탁치며고개까지옆으로살짝비트는

에로틱한몸짓을지닌삼십대의젊은여기자

그녀를바라보는노인의무심한시선에어려있는상실감을알아보는그녀

(나는그대목이깊이보였다.

서로를알고이해한다는것은

사랑보다훨씬더높은감정아닐까)

그리고예전에자신에게다가왔던남자의

당신지금행복합니까?라는질문.

그러니까아마도그녀는

꽃을

사랑이라보았던것이다.

꽃의속성인

<핌>

그리고

<짐>도

꽃이라는것을

우리도

수많은꽃들의

<짐>앞에서

이제

가슴아프지만

그러니가슴아프게

생각해야하지않을까

꽃.

<짐>을

<핌>을

예전에한시인이인도여행중길에서화장장면을목격하고그곁에서밤새도록시체타는것을지켜보았다는얘기를들었다.살과뼈까지도다타고가장나중까지불속에서지글거리는것이있어저게무엇이냐고물엇더니‘심장’하는대답이돌아왔다고한다갑자기궁금해져서그런데이사람은누구?‘그낯모르는사람은아주담담하게내아내라고대답하더라했다.불구덩이속에서지글거리는붉은심장과내아내사이의무심심함그무한유한인생의심오함을소설로담아내고싶었다(작가의말에서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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