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고 닳아도 사그라지는 법이 없다

한결같은소나무

서오릉에가면

서오릉은우리집에서한십여분가면있다.

능때문에숲이깊다.

숲이깊어서능자리인지도…

능주변의소나무들은저기능곁의돌로만든….것처럼한결같다.

돌이야그런다쳐도

살아있는생물이어찌그다지도한결같은지…

비오는날오후

저물어가는햇살아래라선지

소나무의빛깔이유별났다.

물먹은초록과물먹은붉은몸통

비오는…속의비가운데의햇살이

비쳐내는데

신묘막측했다.

살구주를만들어주는살구나무에게경배하라는시인의시귀절이생각났다.

흔하디흔한꽃산철쭉

연분홍빛이진달래보다아련하다.

그것도철이늦어선지형제들다지고난나무에서

시들거리는늦둥이…처럼생겨나있다.

그래도기다란저꽃술봐라….

내비록이리작다하더라도이세상옹골지게살아내리.

불끈쥔주먹같지않은가.

눈물은겹다만,

잘보이지않는꽃큰애기나리다

그냥애기나리도있다.

꽃에관심이없는사람에게는절대보이지않는꽃이다.

어떻게그렇게절대!를사용하냐고?

이럴때는왠지그러고싶다.

아무데서도용감하지못하니

이런시시한자리에서라도주먹을불끈쥐고싶다.

철쭉의꽃술처럼말이다.

자그마한풀숲더미어매들사이에서피어난다.

자세히잘보면귀골스럽다.

그런데자세히보지않으면작고흐릿하다.

모든인간같다.

자세히보면귀하나

아무렇게나보면아무렇게나대하게되는.

누구든자세히잘보아야한다.

나만보는게아니라나아닌사람을…

큰애기나리를자세히보면그렇게속삭인다.

흔하지않는귀한꽃분꽃나무다.

저런형태로피어나는것을취산화서라한다.

풀꽃분꽃말고나무분꽃이다.

색도희지만아마도향기가짙어서

여인들바르는분같아서분꽃이라고했다고도한다.

일제시대분은겁나향기가좋았서야

지금화장품들은냄새가통없드라…..

굳이냄새를맡아보지않더라도

산에서턱피어나있는데그자태만으로도충분히향기로웠다.

병아리꽃이다.

청초하고도무지욕심없어보이는자태다.

아마도저사랑스러운이름은

가지끝에차레로매달려있는모습을보고누군가붙였을게다.

종종종해보이거든.

그늘에서주로피어난다.

이상하게어여쁜모습때문에

사람들이좋아해많이기를듯한데

안그런것을보면아마도조금즘식생이까다로울듯도….

병아리처럼소식을해서…

작년우연히마주친

아그배나무….

어덯게이렇게환하게피어날수있는지…..

사실비내리는서오릉을찾은가장큰목적은이아그배나무와귀룽나무였다.

그런데꽃은다져버리고없었다.

그래잘가라꽃이여…..

어디이별을못한게너뿐이랴…..

콩배나무…..

아마도콩만한배가열리렸다.

그래도꽃은배꽃못지않다.

비슷한꽃피어나

그열매는천양지차인데

사람편에서보면야큰배가유익하려나

나무ㅡ쪽에서본다면

활짝피어나부담없이작은열매맺으니

얼마나신간편한생애인가

아주자족할수있는소양을지녔겟다.

이런귀룽나무를기대했네

구름같은꽃이여

이르게피어난연두잎새가꽃보다더아름다운나무여

자연스럽게땅으로휘늘어진자태에

어이그리고운겸손을담았나.

나를선하게해주는나무

나를씻어주는나무

자연스러운그대모습은

치장하지않는자연의아름다움을속삭여주는듯….

꽃은지고

대신똘망한열매들

눈시리게바라보았다.

초록보석들

그리고덜꿩나무

숲속에서피어난다

그냥가만히…수줍게….

수수함의극치

새것은어느사이헌것이되어버린다

슬그머니바래지거나꼴불견이된다

소위새로운시라는것도흐지부지

안개속에황사바람속에떠돌다가

다음날아침의명징!온데간데가없다

그러므로이것은소통이아니다

나는사십년전에읽은시가지금너무새로와

몸이떨린다산에들어가는것처럼

새로운길은다음사람들이그길로

더많이다녀야비로소길이다

닳고닳아도사그라지는법이없다//비로소길//이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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