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정맥 트레일

바람이랑비랑..

봄을나타내는것들이잠잠해서

올해봄은그냥지나가는구나

봄없이금방여름자락드리우는구나

봄비는나즉하고그윽하게내리는거라서

불안한사람은

봄비앞에서나즉해지고

열이많은사람은

봄비앞에서그윽한것을배우기도하는데

시절이하수상하니

봄바람도봄비도….그렇겠지…..했었는데.

해야할일은해야지싶었는지

이즈음봄바람이있어요.

어젯밤은바람과함께내내비가오락가락하더군요.

빗소리가그중잘들리는창가앞에서

스탠드까지옮겨놓고

(아이고,나이답지않는이청승이라니)

슈테판츠바이크의글을아주오랜시간읽었어요.

그가쓴전기들니체와도스토엡스키와이별여행,체스

그리고평생을걸친외사랑의교본모르는여인의편지..

젊을때이책은오!!였는데

어젠약간시시하더군요.

사랑에대한맹목을혹은그런사랑이사랑인가….에대한회의가

들어서일거예요.

그리고천재와광기의역사….

아이번부클책인데

츠바이크의책을많이읽고오기여서

빌려다놓고이책저책..맘대로읽는다는거지요.

이런책읽기가조금집중력은떨어질수도있는데

어느면에서는오히려사유의폭이커질수도있어요.

책을읽는다해서책만읽나요

책이지시하는곳으로도가지만

그틈에잘하는해찰은여전하지요.

그러니까글사이에서낙동정맥트레일이귀신처럼나타나더라는거지요..

5일어린이날에걸었던길요.

손자도아직없고아이들은다컸고밋밋한어린이날

그렇다고차를가지고나가기에는놀러나간아이들한테미안한일이고,.

그래서우연히알게된낙동정맥트레일……

기차여행을신청해놓았어요.

서울역에610분까지오라니

530분에집에서나가야했고

기차도시락이야뻔할듯해서

깊은밤찰밥을했지요.

알맞게간을맞춘찰밥을살짝구운김에둥글게주먹밥처럼그냥싸는거에요.

그리고묵은지조금,언니가담궈준돌산갓김치조금그리고멸치볶음….

절친부부와함께넷이가는데기차에서먹는찰밥

정말맛있는아침이라고칭찬들을해줘서마음이좋았지요.

경북봉화군승부역으로가는무궁화호특별열차……

제가이름을새로지었어요양보호라고….

모든열차에게양보를하며느긋하게달리는열차

1130분쯤승부역에서내려걷기시작하는거예요.

양원역비동마을을지나

분천역에서오후630분에다시같은기차를타는트래킹

다녀와서바로사진은정리를했는데

그길이주긴했지만,

그러나내가내안에그린?만든?정경이정리가되질않는거예요.

바람과숲과강그리고길….길옆의풍경들이

겨우

내글로는소화가되질않은것같았어요.

이것도일종의언케니(uncanny)일까요.

본래는익숙했지만억압에의해낯선것이되었던것

그것이되살아날때느껴지는충격과불안한모호감

너무나자연스러워서….커서..아름다운것들이내안에들이차자

그러지못한내안이그들을억압하는거죠.

기실표현은어느순간다가오는것이기도하고,.

그것을알면서도니체를표현한츠바이크처럼

그런강렬한,

깊고우아한표현에대한욕구를

그풍경이내게지시하는것같기도했어요.

눈이부시게푸르른날이었어요.

산과숲그리고나무는연두와초록의경계에서있더군요.

경계인의고뇌가경계인을매혹적으로여기게하듯

경계사이의세상이얼마나나를매혹시키는지….

허공도오브제가될수있다는생각을자코메티가했는데

풍경이허공이라는무형의공간으로확장되어지고

그리하여허공은풍경으로가득차고.

제법세차게불어오는바람은

그모든것들을한없이흔들리게하는데

흔들리는어린순들의모습이

역광아래놓여질때면온몸을다비쳐내면서흔들리고

멀어지면

세상에

숲이움직였어요.

산이움직이더라구요.

푸른물줄기들은종일토록내곁을떠나지않고같이걷더군요.

낙동강의발원지와근접해잇는강은

이렇게흐르고흘러무려500KM를흐른다구요.

깊어졌다세차졌다야트막해졌다…..

일렁이며하얗게변하고

투명한햇살에

반짝이며

빛나며

깊어지며

순해지며

형형색색이더군요.

물소리도얼마나다르던지

혹시그가지나치는곳에따라

물은다른소리들을뿜어냈던것인지도몰라요.

그곳과가장어울리는소리들….

그러니강물만보더라도

소리와형상이빚어내는것들의그신묘한다름들이

내안에들이차는데

속되고천박하기만한일상의

내가그것들을억압하지않을수있었을까요.

오월속에나는있었어요.

그리고나는걸었죠.

걸음

걷는다는것,

걷는다는,

그지극히평범한일상의행위가그곳에서는아름다워졌어요.

가슴을펴고

바람을맞으며

나뭇잎흔들리는것처럼세포의떨림을기분좋게느끼며걷는걸음.

그렇죠

길이있어서죠.

풍경을더욱풍경답게만드는것이길이란생각을자주해요.

풍경은길이있기때문에존재하니까요.

그것두아주오래된길

사람의발자국만으로만들어진길이라면

더할나위없죠.

길이어디로향하는가를생각하지않아도돼요.

거기길이있어그냥걷는거죠.

돌이가득한길

자그마한꽃들이피어난자드락길

푸나무서릿길을지나

솔수펑이길을지나

된비알길도지나

너덜캉길도지나.

가파른계단길도지나

기찻길옆에만들어놓은길도좋았어요.

저쪽편강물가바윗돌틈에는늦게핀철쭉이가득하더군요.

자그마한키에..

왜저리키가작을까?

글쎄..

아마도위로클필요가없어서일걸,햇살이너무도풍성하니

아그렇겠다..

그래도쉽지는않아보여.바위틈이라….

세상에있는수많은길을여섯시간에

다걷는것같앗어요.

그렇게숲을건너산을지나강물과함께흐르는길을걷다보니

강물이글을따라흐르는건지

길이강물을따라흐르는건지

내가길을걷는건지

길이나를데리고흐르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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