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선생께

난워낙정치에관심이없는사람이라

이글역시정치인유시민에대한이야기가아님을미리밝혀요.

하지만유선생이정치인이아니라면내가어찌유선생을알았을것이며

유선생의말한마디가온나라를토네이도처럼휩쓸고다니겠어요.

그러니눈가리고아웅하는일인지도모르겠네요.

나는정치에정말관심이없는사람이에요.

신문을보면서도정치면은타이틀만읽는다니까요.

관심이없는주된이유는

유선생처럼너무나똑똑한사람들이많은탓이요.

앞장서고싶어하는사람이많기때문이기도하지만

난태생적으로뒷자리가좋아요.

책임지지않아도되고(비겁한부분이긴하지만)무엇보다조용하고편안하죠.

<관조>하는데가장적합한자리이기도하죠.

머리도좋으시고글도잘쓰시는유선생께서

관조를모르실리없지만

그단어를안다고하여모든사람이행하지는않아요.

관조는어쩌면인생오가는길에서

특히미를인식하는데에가장필요한정서이기도하고

진리를깨닫는데도불가결한요소인데

대다수사람들은우습게여기기도하죠.

관조를,

사실뒷자리에앉아있다보면감이떨어지기도하죠.

더군다나정치에대한감은요.

이즈음우리동네도서관은후해져서

한번에무려7권이나책을빌려주곤하죠.

좋아하는분야의책을7권이나빌려와서일주일동안읽어대려면

텔레비전볼시간도없죠.

글쎄밀회드라마도두횐가봤는데

김희애가그렇게옷도잘입고나오더니만

거기다가젊은아이와연애라니…….

아이구참아싸한스토리던데

철없는아지매들로망이네..

,저두그부류구요.ㅋㅋ

하여간잊어버리고못봤는데벌써끝났다더군요.

어떻게끝났는지…..

취미생활인블로그도이즈음엔책에밀려나있어요.

아침커피한잔하며꼼꼼이읽던신문마저도대강후딱치러요.

그런내시선에그럼에도불구하고유선생의말이

마치나비처럼날아와서벌처럼쏘더군요.

물론그러라고한말이긴하겠지만요.

정치다방예고편에서

박근혜후보가대통령되면사람들엄청죽고감옥가고호가호위하는환관정치될거다

라고했다구요?

설마유선생께서그가슴아픈사건을자신의정치적목적에이용했으려구요.

아니우리나라사람그어느누구든

사람의탈을쓴자라면

자신의어떤부분에설령이익이된다한들

그가슴아픈상처를헤집겠어요.

가만히둬도줄줄피가흐르는

시간이가도조금도멈추지않고여전히피가흐르는데

너무나피가많이흘러지혈하고있는손을뗄수도없어

지금상처를꿰매지도못하는데

그저지혈만이최대의방법인데

설마그손을떼어내서

자세히들여다보고

이러네저러네말하기위해서….말이죠

설마그런사람이어디있겠어요..

그러니나는유선생의그말도

근데아무리그렇다고해도

어쩌면그런이야기를

사람죽는다는이야기를

그렇게손쉽게할수있으며

더군다나이시점에그런이야기를했다는것을

자랑스레이야기할수가있는거죠.

오마이갓….아니세상에….

나정말그랬어요.

유선생이했다는이야기를보며말이죠.

나야노빠도아니고

그렇다고박대통령을지지하는사람도아니에요.

매달모여책을읽고수다부리는나의북클럽멤버다섯명에서

한분만근혜언니를지지하더군요.

그래도이것은아니잖아요.

마음이서늘해져왔어요.

나는사실나보다한두살작은유선생팬이었거든요.

아니정치인으로서말고

유선생이젊은날쓴

<항소이유서>때문에요.

그러니정확하게이야기해보자면

유선생팬이아니라

<항소이유서>의팬이라고해야맞겠네요.

어쩌면그리잘썼는지….

감동적인지….

근데아시겠지만그글이주는감동은

유선생의정치적식견이나방향에의한것이아니에요.

우선은

감옥에있으면서도

아정말푸르른수의를입은푸르른젊은이가

자신의의도를피력하기전,

재판부를바라보고

사회를바라보며

무엇보다류선생의어머니의고통을류선생이바라보고있어서에요.

그래서류선생의글은명문이되었고

읽는사람모두에게감동을주었죠.

거짓성령속에묻혀있는국민에게는

진실의세례를줄것을재판부에요구하는청원서

류선생은아마도교회를안다니실것같은데이런절묘한비유라니요.

하도멋져서

조금길긴하지만인용해봅니다.

(상략)그런데진달래는벌써시들었지만아직아키시아꽃은피기전인5월어느날,눈부시게밝은햇살아래푸르러만가던교정에서,처음맛보는매운최루가스와걷잡을수없이솟아나오던눈물너머로머리채를붙잡힌채끌려가던여리디여린여학생의모습을,학생회관의후미진구석에숨어서겁에질린가슴을움켜쥔채보았던것입니다.그날이후모든사물이조금씩다른의미로다가들기시작했습니다.기숙사입구전망대아래에교내상주하던전투경찰들이날마다야구를하는바람에그자리만하얗게벗겨져있던잔디밭의흉한모습은생각날적마다저릿해지는가슴속묵은상처로자리잡았습니다.열여섯꽃같은처녀가매주일60시간이상을일해서버는한달치월급보다더많은우리들의하숙비가부끄러워졌습니다.맥주를마시다가도,예쁜여학생과고고미팅을하다가도문득문득나쁜짓을하다가들킨아이처럼얼굴이화끈거리는일이잦아졌습니다.이런현상들이다문제학생이될조짐이었나봅니다.그리고그겨울,사랑하는선배들이신성한법정에서죄수가되어나오는것을보고나서는자신이법복입고높다란자리에않아있는모습을꽤나심각한고민끝에머리속에서지워버리고말았습니다.

빛나는미래를생각할때마다가슴설레던열아홉살의소년이7년이지난지금용서받을수없는폭력배처럼비난받게된것은결코온순한소년이포악한청년으로성장했기때문이아니라,이시대가가장온순한인간들중에서가장열렬한투사를만들어내는부정한시대이기때문입니다.본피고인이지난7년간거쳐온삶의여정은결코특수한예외가아니라이시대의모든학생들이공유하는보편적경험입니다.본피고인은이시대의모든양심과함께하는민주주의에대한믿음에비추어,정통성도효율성도갖지못한군사독재정권에저항하여민주제도의회복을요구하는학생운동이야말로가위눌린민중의혼을흔들어깨우는새벽종소리임을확신하는바입니다.

오늘은군사독재에맞서용감하게투쟁한위대한광주민중항재의횃불이마지막으로타올랐던날이며,벗이요동지인고김태훈열사가아크로폴리스의잿빛계단을순결한피로적신채꽃잎처럼떨어져간바로그날이며,번뇌에허덕이는인간을구원하기위해부처님께서세상에오신날입니다.이성스러운날에인간해방을위한투쟁에몸바치고가신숱한넋들을기리면서작으나마정성들여적은이글이감추어진진실을드러내는데조금이라도보탬이될것을기원해봅니다.

모순투성이이기때문에더욱더내나라를사랑하는본피고인은불의가횡행하는시대라면언제어디서나타당한격언인네크라소프의시구로이보잘것없는독백을마치고자합니다.

슬픔도노여움도없이살아가는자는조국을사랑하고있지않다.”

아이렇게고상한기품과품위를지닌

멋진글을쓴사람이류선생맞나요?

진달래아카시아…는아카시가정확하게맞는단어에요.ㅎ

를감옥에서기억하던

아름다운정신은

그저젊을때스쳐지나가버리고마는

한줄기바람같은건가요?

문득젊음이아름다운것은

시들지않는몸이아니라

불타오르는정의에대한사랑에대한연약한자에대한

무지한자에대한대한대한대한….

깊은관심때문일까요.

그리고

슬픈나이는

슬픈세월은

이런모든것을사정없이좀먹어버리는건가요.

자신의권력을위한

혹은이익을위한

혹은이기기위한

탐욕만이남는것이늙음인가요.

그러니류선생

이글은정치에대한글이아닙니다.

어쩌면사라져버린젊음에대한

그젊음이지녔던

맑고순후한사유思惟에대한그리움일거에요

유선생의젊음

그리고나의젊음도

아카시도이미져가고잇어요.

유선생의교정에핀아카시….를아예잊으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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