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샛강 버드나무 숲에서

젊은시절의독서는틈사이로달을엿보는것과같고,

중년의독서는뜰가운데서달을바라보는것과같으며,

노년의독서는누각위에서달구경하는것과같다.

모두살아온경력의얕고깊음에따라얻는바도얕고깊게될뿐이다.

장조의글줄기인데

비유가절묘합니다.

틈사이뜰가운데누각위….

이제노년이니정말누각위달보는것과같은가….

한참생각해보았어요.

그러다문득그대생각이나더군요.

갑자기걷고싶었어요.

바람속을..

나뭇잎흔들거리는속을….

초록그늘속을요.

무엇보다낯선곳을혼자걷고싶었어요.

며칠전여의도샛강에대한글을읽었어요.

가보고싶게글을썼더군요.

여의도샛강을검색했더니..

행신에서차를타고공덕에서5호선으로바꿔타고

여의도에서6번출구로나서면된다구요.

너어디갈때제발연락좀해서같이가자

친구의말이생각났지만그냥혼자나섰습니다.

혹시거절도싫고

시간맞추려면복잡해서요.

혼자가좋아요.

햇살은따가웠지만바람은선선하게불어왔어요.

아직오월이잖아요.

약간서쪽으로기울어가는햇살이눈부시더군요.

샛강하류를향하여걷는데

햇살이나랑놀자….였어요.

햇빛은오랜만이다.하면서요.

약간더운가하는데

사람없는길에후줄근한차림의남자가나타나는거였어요.

노숙잔가….급무서웠어요.

산에서는별로사람이무섭지않은데

오히려동네가까운데서는

무서운길은싫죠….

거기다가길은….한참동안지루했어요.

뭔가변화가없었거든요.

꽃도없고

수종이래야버드나무….그리고시시한억새와수크렁

사이로건달같이자라나고있는소리쟁이들…..

신기하게도뽕나무가제법있더군요.

파랗고그다음빨갛고그리고까맣게익어가는오디한알

입에무니그제야외할머니생각이나면서

길이조금시원해지는거였어요.

울외할머니옛날누에고치를키우셨거든요.

어쩌다가외갓집에서잠이라도자는양이면

누에들이뽕잎갉아먹는소리가제법크게들려오곤했어요.

그리고뭔가좀사방데가스멀거렸지요.

할머니는거침없이누에를만지시는데

전아무래도누에가벌레처럼징그러웠죠..

조금살짝할머니곁에서만져보면아주부드럽긴했는데

그래도얼른손을떼어내곤했죠.

옛날여의도이곳에서도양잠을했을까요?

그래서아직도뽕나무가이렇게자라고있는걸까요?

틀림없이그랬을것같아요.

갑자기머리에흰수건을쓴

무명옷입은여인들이바구니에뽕잎을따는정경이그려지더군요..

길은

어려운길도있고쉬운길도있어요.

지루한길은어렵구요.

꽃피거나색다르거나변화무쌍하면아주쉬운길이구요.

마치한결같은사람과사는것비슷하죠.

지루한길은말이죠.

샛강길이그랬어요.

그래도그작은강가다가지루하면보라고….

무성한풀들을아주가늘게베어서길을만들어놓았더군요.

마치별많은호텔의서비스처럼섬세해보이더군요.

그런길들이.

걷다가나오면슬쩍걸어들어가고

물한번마주치고

막히면다시돌아나오고

도심의한가운데에있는개울같은샛강물이깨끗할리가없죠.

그래도그자연스러운흐름이어디에요.

거기다가그물이주변푸나무들을

얼마나싱싱하게자라나게하는데요.

풍경자체가아름다운것이아니라

풍경을만들어가는

부드럽고따사로운힘이그작은물줄기에있더라는거죠.

그러니까그지루한길에서

여의도샛강에서

풍경의진심을바라보았다고나할까요.

점점버드나무숲이짙어졌어요.

빛에의해수많은초록으로나뉘어지는….

그무수한초록들….

붉음으로푸름으로노랑으로

쌩빅트와르산의초록을표현해내던

세잔이생각나더군요.

며칠전.

국립중앙박물관오르세전에서그이와친견을했거든요.

모두다그런것은아니지만

아정말딱그마마한이파리들

저기공중위까지가득히매달고

바람에온몸을내어주고있는한그루버드나무

오월의햇살에결결이올올이현란하게빛나는이파리들….

온몸을휘젓는….

바람과화합하듯함께휘는가지들

마치바람과아주열렬히사랑하는듯보였어요.

그래서그리사랑스럽게보였을거예요.

거기어디쯤버드나무아래앉았어요.

버드나무에부는바람이란책이있죠.

자그마한시골두더쥐의귀엽고사랑스러운좌충우돌이야기

이런셀수없는바람의결이

버드나무잎을만지는손길아래서

작가는혹시그스토리를생각해냈을까요.

배낭에든깔개를깔고

보냉병에든차가운커피….한잔을마시는데

초록그늘아래서읽으리

토마스만의단펀집이있었는데

버드나무를감미롭게만지는바람….을보는게훨씬더좋았어요.

마치

누각에서달보는것처럼요.

안경을벗었더니

햇살아래그순해보이는연두가더부드러워보이는거예요.

여행가서는절대선글라스를쓰지않는다는

비단님,윤작가생각이나던걸요.

그러니까또렷한시선에서는보이지않던순후한침묵이보이더라는거지요.

채우는것보다비우는게더나으리

얼마나그렇게느슨하게앉아있었는지….

아이고벌레지네처럼생긴까만벌레가

하나가보이니두개세개네개….

으아….옷털고발털고혼자방방

아이들트램블린하듯이뛰었어요.ㅋㅋ

혹시어디내몸에올라왔나….

그리고뒤도안돌아보고도망쳤어요…..

상상한번해보세요.

그작은벌레에놀라튀어오르는….경박한나와

버드나무숲에부는바람을느끼는나

어느게진짜나인거죠?

그대아시다시피

속속들이촌사람이라먹는것도촌스럽고하는짓도촌스러운데

딱하나피부가약하여풀만스쳐도두드러기….

모기스쳐지나가도..두드러기나요.

그작은벌레가

그많은감흥을순식간에죽여버리더군요.

버드나무숲사이로오월이가고있었어요.

유별나게올해는바람이자주보여요.

바람에의해흔들리는것들….이아름다운것은

이나이에도사소한것들에게여전히흔들리는나에대한

연민일지도모르겠어요.

오월도

바람이그런흔들림이데려가는것인지

그렇죠.

여전히전아직틈새사이로달을보는중인거예요.

예전에도그대는누각위에게신것같았는데말이죠.

20 Comments

  1. 참나무.

    2014년 5월 26일 at 11:07 오후

    우월–>유월오타항개찾아냈고요
    폰트체도정경들도낯익어서요…댓글창깜빡하셨으면지워도상관없어요~~^^

    뽕잎갉아먹는거순차적으로묘사한썩잘된글쓴이가누구시더라?
    기억이전혀안남니다이름들어면금방아하!하겠지만서도

    좋은아침이에요
    오늘은기온이상당히높겠다네요
       

  2. 푸나무

    2014년 5월 27일 at 12:37 오전

    네좋은아침이에요.
    참나무님.
    가르쳐주신오타는고쳤구요.
    근데유월이아니라오월로.ㅎㅎ

    샛강자주가보셧나봐요.
    전처음이었어요.
    영등포랑합해서11킬로미터정도된다는데
    할일없고
    심심하면
    언제한번다걸어봐야겠어요   

  3. douky

    2014년 5월 27일 at 1:23 오전

    외할머니댁에서밤에듣는,누에가뽕잎갉아먹는소리….
    몹시경험해보고싶은순간이네요..궁금하고.

    여의도샛강은…
    안가기로.
    푸나무님닮은데가두어가지있는관계로…ㅎㅎㅎ
    느낌왔을때선뜻나서는기동력은안닮기까지했으니요…

    언제쯤이면마당에서달보는기분으로책보게될까요?
    틈새로내다보듯재밌게그렇게읽다보면
    어느새’마당에나서있게되었구나’…하는순간이오겠지요?   

  4. 벤조

    2014년 5월 27일 at 3:38 오전

    ‘유시민선생께’,잘봤어요.
    슬펐어요.유시민선생의청춘이가버려서…
    슬퍼하라고쓰신거지요?
       

  5. 느티나무

    2014년 5월 27일 at 3:38 오전

    유별나게올해는바람이자주보이신다구요?
    그러면
    그만큼님의마음이여유롭고편하다고생각이들어요.ㅎㅎ

    혼자잘다녀오셨습니다.
    덕분에전이쁜연두색,짙은녹색의신록을볼수있었으니
    감사하네요.

       

  6. 데레사

    2014년 5월 27일 at 4:44 오전

    여의도샛강은못가봤어요.
    한번틉내서걸어봐야겠습니다.

    좋은곳소개,고맙습니다.   

  7. 松軒

    2014년 5월 27일 at 6:17 오전

    어머..얼마전
    여의도63빌딩의식사초대받아갔다가
    먹고나오면서모처럼여의도에왔으니
    길건너한강보여서건너가게차돌리자했다가
    뜨거운데어딜?…하곤야단만맞았는데….

    저도여의도샛강가고싶어요….ㅋ

    5호선여의도6번출구….기억합니다….
    혼자(?)가좋지요…푸나무님!!!ㅋ   

  8. 푸나무

    2014년 5월 27일 at 12:19 오후

    맞아덕희님그희디흰살결
    일만해요.
    하얀살결변하듯이
    알러지에도좀강해지면좋으련만..

    아프리카밀림속보다가
    아…멋지다가고싶어….
    그런데벌레…생각하면
    그냥살자…그래요.하하,

    아니덕희님은지금누각에서달보시는것아니오?
    난그런줄알았는뎅   

  9. 푸나무

    2014년 5월 27일 at 12:19 오후

    느티님
    정말그럴까요?
    왠지느티님이그렇게말씀하시니
    정말그런것같아요.
    그랬으면좋겠어요.

    언제고느티님과는
    같이걷거나어딘가를가면
    마음이포옥맞을것같아요.ㅎ

       

  10. 푸나무

    2014년 5월 27일 at 12:20 오후

    벤조님
    네에
    슬픈이야기롤쓴거맞아요.
    사라져가버린젊음에대한찬가이니까요.
       

  11. 푸나무

    2014년 5월 27일 at 12:32 오후

    데레사님걷기에는괜찮더라구요.
    언제한번가보셔요.ㅎ   

  12. 푸나무

    2014년 5월 27일 at 12:33 오후

    이다음에63빌딩가실일생기시면
    거기서부터걷기시작이에요.
    송헌님다녀오셔서
    샛강역사플어쓰세요.ㅎㅎ

    나이들수록혼자잘놀아야지요.하하,   

  13. 참나무.

    2014년 5월 27일 at 12:46 오후

    아침엔죄송했어요오월을유월로..;;

    현지니아침산보시간,유모차에앉혀두고설랑
    컴닫다우월부분까지만급히읽은죄…용서하소소

    그리고답글창닫는거깜빡하신줄알고
    급히일리려는맘도쪼매있었고요…^^

    혼자잘노는사람요요붙어라할까요
    1뜽푸님2등송헌님…^^
       

  14. 푸나무

    2014년 5월 27일 at 12:58 오후

    아닫을라다가
    참나무님부지런하심에….아이구감솨,하며요ㅎ

    혼자잘노는사람
    조블일등은참나무님이시죠.
    그리고아마조선블로거중에
    혼자못노는사람없을걸요.

    이제혼자잘노는게
    가장큰실력인시대가되었으니까.ㅎㅎ
    마이브라더가며칠어딜가버리니
    그참혼자놀기가더신나요..ㅋㅋ
       

  15. 八月花

    2014년 5월 27일 at 3:06 오후

    전화주셨으면나갔을텐데요..
    제나와바리라..ㅎㅎ
    비오시는날이면더좋았을텐뎅.   

  16. 푸나무

    2014년 5월 27일 at 11:18 오후

    요즈음비가드물어요.
    정말그렇네,
    언제비오는날만날까요?샛강에서…
    그리고묵혓던커피한잔?ㅎ
       

  17. J cash

    2014년 5월 28일 at 2:34 오전

    보성촌에서초등학교때
    남들운동하는시간…
    혼자서숲길을걷다가
    풀독오르던여자애가
    반세기가지나여의도샛강숲을
    혼자어슬렁?거리다가
    까만벌레에놀라
    애들트램블린하듯이뛰는구나…하하

    댓글열어놓으시니
    왜소생의쳇기가내리는것같은거요?ㅎ   

  18. 푸나무

    2014년 5월 28일 at 9:03 오전

    아니제집댓글난때문에
    쳇기가생기셨다구요.
    ㅎㅎ
    쳇기는의사샘이아시지
    어찌하여
    소생께물으시는건지….ㅎ

    풀독을아시는구나.
    종아리내놓고풀길조금만걸어도
    벌겋게부풀어올라
    전어릴땐풀에독이있다고생각했어요.ㅋㅋ

    아무도없었기에다행이지…
    원차암,
    땀이났어요.
    정말?요.ㅎ   

  19. 산성

    2014년 5월 28일 at 10:13 오전

    자동차로그주변,자주돌아나오던길인데…
    멀리내려다보면제법아늑하게
    깊어보이기도하더군요.깊을일도없는데..
    벌레많구나…!^^

       

  20. 푸나무

    2014년 5월 28일 at 1:17 오후

    저다리가샛강다리잖아요.
    건너오면신길역이고
    여의도역에서내려샛강으로내려가
    여기저기세시간가량걷다가
    신길역으로건너와서지하철타고울집에왔어요.

    걷는것이점점좋아져요.
    집에서나가기가문제지….
    풍경이나를가져가고
    바람이나를가져가고
    일종의해체라니까요.

    벌레는그런정신적인것을훌쩍뒤어넘는
    무서운존재이구요..ㅋㅋ
    나참…한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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