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격이 없음은….
BY 푸나무 ON 6. 13, 2014
어떤사람이좋은사람인가….는
살아갈수록잘모르겠는데
글에서보이는,
글이좋아하는,
혹은글쓴이가좋아하는
좋은사람은조금알것도같다.
소동파를좋아하는이유중의하나가그가쓴글인데
그글에서나타나는사람의모습이아름답기때문이다.
달빛가득한날장회민을찾아나서는동파
벗과함께뜨락의달빛을보며물속인가…..여기는
그들의삼매경이그러하고
아무나할수있는,
그러나절대아무나할수없는,
아주사소한일에서
생의의미를찾아내는그思無邪가좋다는것이다.
태학사에서나온
윤오영의수필집’곳감과수필’에서도맨처음에
아주짧은글<달밤>이나온다.
달빛이몹시밝은날친구를찾아간다.
그집문이잠겨있어그냥돌아서는데
맞은편집사랑툇마루에한노인이앉아달을보고있다.
달이밝다는이야기가한두마디오가고
막걸리한사발을서로나눈다음다시달을바라보다가돌아오는데.
뒤돌아보니여전히노인은달을바라보고….
정민의윤오영론에서보면
윤오영이일생을두고강조한것은
문학수필,
즉詩格이있는글이었다고한다.
그렇다면
<달밤>의어디무엇에시격이있다는말인가.
저사소한짧은만남
두루뭉술한말몇마디
격(?)낮은막걸리…그것도이제껏마셔보지못한커다란사발….
윤오영은자신을
진실하지못하고
매일매일허위와뜻아닌자세와
비루한타협과저속한인간…..이라고쓰고있는데
사실우리모두더한사람아닌가
그렇고그런
사람의만남어디에격이있을수있을까.
달빛에서그답을찾을수있다.
둘이만나서한일이라고는
겨우달빛에젖어있는일이다.
몹시도밝은달빛에의해그들은만났다.
달빛때문에벗을찾아가나벗대신노인을만나다..
그노인도툇마루에앉아달빛을맞고있다.
홀로달빛을맞으며걸어도느꺼울텐데
이젊은이는왜그노인에게로스며들까
그노인에게서자기가본달빛이흘러나왔기때문일것이다.
노인은왜아무말없이농주두사발에상을차려왔을까,
아마도달빛이그리시켰을것이다.
생각도버리고
사람도버리고
돈도버리고
생활도버리고
다버리고그들은그저달빛에젖어있다.
그러면서도
달빛이좋다는이야기외엔
달빛에대한어떤묘사도없다.
그러니까이늙은이와젊은이는
달빛속에들어가있는것이다.
달빛의세상…..
달빛이주는탈속에들어서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