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격이 없음은….

어떤사람이좋은사람인가….

살아갈수록잘모르겠는데

글에서보이는,

글이좋아하는,

혹은글쓴이가좋아하는

좋은사람은조금알것도같다.

소동파를좋아하는이유중의하나가그가쓴글인데

그글에서나타나는사람의모습이아름답기때문이다.

달빛가득한날장회민을찾아나서는동파

벗과함께뜨락의달빛을보며물속인가…..여기는

그들의삼매경이그러하고

아무나할수있는,

그러나절대아무나할수없는,

아주사소한일에서

생의의미를찾아내는그思無邪가좋다는것이다.

태학사에서나온

윤오영의수필집’곳감과수필’에서도맨처음에

아주짧은글<달밤>이나온다.

달빛이몹시밝은날친구를찾아간다.

그집문이잠겨있어그냥돌아서는데

맞은편집사랑툇마루에한노인이앉아달을보고있다.

달이밝다는이야기가한두마디오가고

막걸리한사발을서로나눈다음다시달을바라보다가돌아오는데.

뒤돌아보니여전히노인은달을바라보고….

정민의윤오영론에서보면

윤오영이일생을두고강조한것은

문학수필,

詩格이있는글이었다고한다.

그렇다면

<달밤>의어디무엇에시격이있다는말인가.

저사소한짧은만남

두루뭉술한말몇마디

(?)낮은막걸리그것도이제껏마셔보지못한커다란사발….

윤오영은자신을

진실하지못하고

매일매일허위와뜻아닌자세와

비루한타협과저속한인간…..이라고쓰고있는데

사실우리모두더한사람아닌가

그렇고그런

사람의만남어디에격이있을수있을까.

달빛에서그답을찾을수있다.

둘이만나서한일이라고는

겨우달빛에젖어있는일이다.

몹시도밝은달빛에의해그들은만났다.

달빛때문에벗을찾아가나벗대신노인을만나다..

그노인도툇마루에앉아달빛을맞고있다.

홀로달빛을맞으며걸어도느꺼울텐데

이젊은이는왜그노인에게로스며들까

그노인에게서자기가본달빛이흘러나왔기때문일것이다.

노인은왜아무말없이농주두사발에상을차려왔을까,

아마도달빛이그리시켰을것이다.

생각도버리고

사람도버리고

돈도버리고

생활도버리고

다버리고그들은그저달빛에젖어있다.

그러면서도

달빛이좋다는이야기외엔

달빛에대한어떤묘사도없다.

그러니까이늙은이와젊은이는

달빛속에들어가있는것이다.

달빛의세상…..

달빛이주는탈속에들어서있는것이다.

탈속이주는시격에젖어있는것이다.

그림읽는버릇대로추론한다면

막걸리는어느술보다달빛과흡사하지않을까

그리고사발도이세상어느그릇보다달빛에맞춤하지않겠는가.

와인을담는화려한크리스탈유리잔이나

양주를먹는작은유리잔은저리저리휘익던져버려라.

잔을던지고사발을취하듯……

~그렇다면

달빛아래서던져버려야할것은얼마나많은가,.

좋은옷좋은가구좋은음식….

그좋은것들을소유하기위하여

우리는맹목의시간을보내고있다.

정말좋은것은

공기처럼비처럼구름처럼하늘처럼그리고달빛처럼

무료인데

돈을내고무엇인가를사기위하여

돈을벌기위하여

우리는좋은것들을바라볼시간도없다.

과연그런삶의태도에대하여

달빛이묻는것이다.

낮에그렇게좋게여겼던것들이

아무것도아니란것을,

오히려하찮은것이라는것을

달빛이알려주는것이다.

소박한삶이

그어떤화려한삶보다

더격있는삶이란것을

달빛이환하게보여주는것이다.

대낮이라도

마치내가달빛아래그들과함께하는것처럼여겨지기도한다.

막걸리를마시고

떠나고

뒤돌아보고

여전히달빛아래서있는노인을바라보는달빛에젖은…..

머무르고싶은찰라이다.

글만이줄수있는고급한착각에젖을수있는,

이글은사실a4한장정도도채미치지못하는아주짧은글이다.

마치달빛처럼소소한이야기가

달빛처럼기록된아주짧은글

짧음에도주목해야한다.

그간략함….간소함

소략은삶의중요한테제이다.

수선스러운묘사나어투도전무하다.

(아그짧은글에대한이런요란한수사라니….)

주인공들의동선도한적하기그지없다.

이런사람을대하고나면

내삶이지닌누추한그림자가더욱짙어보인다.

그래서

혹시하며

달을바라보게되고

달빛아래서성이며누군가를찾아가고싶어진다.

달빛은언제나거기그렇게잇는데

그달빛을보지못하는내마음이문제인것이다.

마음이가난한자천국을볼것이니

마음이가난해야

달빛도들이찰데가있을것이다.

내가격이없음은

좋은사람이되지못함은

결국마음이가난하지못해서이다.

(전략)

연암은일찍이묘한말을했다.

들에서놀던어린애가제귓속에서소리가나니까

옆의아이를보고제귀에서나는소리를들어보라고햇다.

귀를마주대고아무리들어봐야들릴리가없다()..

.내가이병든글을써놓고남더러읽어달라는어리석음도

그와같을지모른다./윤오영글을쓰는마음에서펌

14 Comments

  1. 士雄

    2014년 6월 13일 at 3:26 오전

    마음가난하기가그게쉽지않습니다.^^   

  2. Anne

    2014년 6월 13일 at 3:26 오전

    무심,담백,무욕하기가그리쉽겠습니까?
    그저남의글,그림,말에서그흔적이라도
    보려는마음도귀하다고봅니다.   

  3. 푸나무

    2014년 6월 13일 at 3:27 오전

    음,그렇겠죠?
    근데나이들어가니
    그리고별로부자가아니니
    혹시더늙어가면조금쯤흉내를낼수도있지않을까..
    좀간소하게살면서요….
    저절로요.ㅎㅎ.   

  4. 푸나무

    2014년 6월 13일 at 3:29 오전

    맞아요
    사웅님.
    마음가난하기가그리쉽다면
    천국에못갈사람이어디있겟습니까.,
    그래서
    저두이렇게자신에게퉁박을부리는거지요.
    남이듣지도못할이야기를저연암의아이처럼하면서요.

    혹시글쓰는동안이라도?
    하면서요ㅋ~/   

  5. 디오스

    2014년 6월 13일 at 4:10 오전

    한번모범생은영원한모범생?
    너무묶여있지맙시다.
    나의경우,모범생은비겁할수밖에없던데요?
    죄지어도안되고,실수해도안되고..아니,
    세상이나의약점을허락하지도안잖아요?되려숨겨주고,덮어주고..

    그리고
    엄친아의질주는곧내존재의요구조건이되었잖아요..
    그것도세상의모든엄친아의..
    본받아야할모습들이얼마나많은데…질식할정도로.

    요즘한번씩드는생각이지만..우리의‘정해진/주어진본질/Essence’은
    종종현실적율법처럼되어우리를힘들게할때
    더러는..
    니체가말한‘노예도덕/SlaveMorality’을잠간내려놓아보는것도..?

    그렇다고(신을잠간밀어둔다고)우리가,
    우리동양인이가진순천(順天)의도에대한무의식적바탕을
    지울수있는건아닐테고요.
    (요새는;순처자흥順妻者興이요역처자망逆妻者亡이라그러데요?ㅎㅎ)

    그런데..딱히힘들다고는할수없는선망?-그리움?그것은
    그것은..사람의아름다움이라부릅시다.

    YouareBeautiful!
       

  6. mutter

    2014년 6월 13일 at 5:30 오전

    어느글보다도좋은데요.
    달.
    달에얼킨사연이없어서일까요?
    난그냥달이달로보이거든요.
    ㅎㅎ이러면안되는데..
    이글을보면과연나의’격’은???

    난인간의주름진얼굴에서..
    초라한노인에게서.
    느릿한말속에서..
    가슴찡한느낌이들거든요.

    어디에서마음이통한다는건글쓴사람과
    스토리가있어야한다고생각했어요.   

  7. 지안(智安)

    2014년 6월 13일 at 2:40 오후

    아주간소하게버리고비우고살기가소원입니다!
    나이들면더더욱..
    그런데그비운다는거
    사람격을논하는이마당에..
    푸나무님과는다른차원인듯해서..
    너무사람난처하게하지맙시다!ㅎㅎ   

  8. 2014년 6월 13일 at 2:51 오후

    윤오영선생님글참좋아요..
    저의아버지고등학교때국어선생님이셨다는데요..정말글과똑같이멋진분이셨다고하더라고요.아웅..세상에윤오영선생님한테국어를배우다니ㅠㅠ아버지가부러웠어요ㅎㅎㅎ   

  9. 푸나무

    2014년 6월 13일 at 3:16 오후

    디오스님
    워낙엄친아셔서…ㅋㅋ
    저는전혀엄친아가아니라서요

    근데비겁은엄친아아니라도수시로해야해요.
    비겁이나를좋아하나봐요.무척ㅋ~

    윤오영선생의명분에대한글이있는데
    이암것도아닌것같은명분이없어지면
    사람이의도없고
    치도없어진다구요.

    혹시그명분이노예도덕아닐까요?
    이즈음도덕이란단어도
    이미사어화되어가고있습니다만,

    마지막문장은
    저를잘아시는제이박사님께서보시면이렇게웃으시겟는데요.

    Poo~~하하핫,

    아니총명한써니형님께서
    이리착각을하시다니…
    글이문제여~~~
    하시겠는데요.풋,
       

  10. 푸나무

    2014년 6월 13일 at 3:17 오후

    흠,지언니.
    아마도지니신게나보다더많아서
    조금복잡하실듯두요

    점점좁혀가는것
    단순화시키는것,
    지금도조금식훈련하고있으니
    아마도잘되어가리라봐요.
    니지금잘난척하나.
    물으시면.
    넹,
    옛써….ㅋㅋㄴㅇㄴㅇ   

  11. 푸나무

    2014년 6월 13일 at 3:19 오후

    오,진자요?밥님?
    그렇다면보성고등학교
    아부지가나오셨네?
    ㅋㅋ
    보성에도보성고등학교있는디….

    전엔그냥슬쩍슬쩍봤는데
    이번에
    우연히읽게되었는데
    오메이게그냥너무존거라….
    그래내가친애하는여인들에게주려고네권샀음.ㅎ   

  12. 푸나무

    2014년 6월 13일 at 3:20 오후

    무터님이야기나
    제달이야기나
    아마도같은이야기같은데요.

    정원꾸미시면서
    된장장사엄마를기억하시는
    아름다우신분이니….   

  13. 벤조

    2014년 6월 16일 at 2:33 오전

    연암의묘한말,귓소리,정말묘해요.
    허나,
    귀에귀를갖다대는어린애들모습이상상이되어미소가지어집니다.
    저,그러고싶어요.
       

  14. 푸나무

    2014년 6월 17일 at 2:30 오전

    자신만들리는소리를전하고싶으세요?
    누구귀에?
    그누구가궁금하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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