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살구 노랗게 익어간다

어제오후딸내미랑예당에갔다.

지젤을보러,

대학일학년때만들어놓은운전면허증을요즈음에서야시연중인데

친구들과춘천도가고여기저기틈만나면몰고다니더니

이젠제법운전대앉은모습이안정적이다.

엄마랑갤러리가고콘서트가는친구들없다고한다.

그래서자기는효녀라고

그런가..생각하는데

지금엄마는원조교제중이라고한다.

아주아주젊은이와.그리고그젊은이가표도사고

차로모셔가고모셔오는,

팔짱도이렇게다정하게끼어주는,

이런환상적인원조교제가어디있겠냐는것이다.

가끔우리딸래미은근웃긴다.

엄마가매력이있나부지나도질수없다.

엄마가매력이없는것은아니지만젊은이한테까지는아니란다.

내친김에오붓한차안에서퉁박도했다.

너요즈음너무친구만나는데정신이팔려있는것아니니

사서가되어가지고책도안읽고말이지그러다정말너텅비겠다.

아무리늙은엄마보다야좀더읽어야하지않겠니.

다섯신줄알고갔는데

오페라당로비가한산하다..

다섯시가아니라일곱시다.

두시간을어찌보낸다

딸내미가방방뛴다.왜이런착각을했는지모르겠다며.

뭘그러냐겨우두시간인데

야아울엄마대단하시다.

뭐가.

자기라면엄마한테난리를쳣을거라며

알긴안다….

그러나이나이들어봐라두시간금방보낼수있다.

더군다나엄마핸드백에는쿳시의얄따란책한권얌전히들어있으니

커피한잔마시며책보고있으면그깟두시간은눈깜박할새다.

아엄마우리쿠사마야요이보자..

그래그래좋다.브라보….엄마도보고싶었는데….아주잘됐다.

햇살이따겁다.

음비타민디가몸안에들이차는군,

한가람미술관유리창에색색의물방울무늬가가득하다.

밖보다안에서밖을내다보니더이쁘다.

언제나창안에서보는창밖이매혹적인게참신기하다.

속하지않는

벗어난세상이라선가

혹시그래서

창밖은스쳐지나간젊음같은것인가

하얀색바탕에검은색물방울무늬가그려진원피스

입고나가면이쁘다고했는데…..

삼십여년도지난옷이생각난다.

그것도아주선명하게,

근데왜이옷을아직도담고있는거니?

내가원하는정보들은깊이도숨겨가지고

인색하게까탈부리면서말이지.

아무필요없는원피스라니

한생각은그러면서도

다른한생각은그옷을입은젊은이가아련하게다가온다.

어쩌면내가필요한정보보다

이렇게무담시떠오르는작은기억의단초가

내삶을더풍요롭게해주는것아닌가.

내삶의향방을내가아닌어느분이관리하듯이

나조차도

내이성이나분별이아닌

어떤선한무의식적인존재가있어

나를이끌어가는지도모른다는것,

섭리에의한무의식….….

원조교제운운히는내딸래미보다더젊었던

그아이에게로향하는그리움이

유월,살구노랗게익어가는시절

딸과함께있는내게

그렇다,

강물되어흐른다.

강,

토요일에철원에서지인의딸래미결혼식이있었다.

돌아올때는조금먼길이다싶으면서도

연곡을지나문산파주쪽으로해서자유로도돌아왔다.

한탄강이흐르다가

임진강이되고

파주에이르니강하구는무지넓어졌다.

결혼하고얼마안되어이년쯤파주에서살았다.

그래서폭포어장도화석정도새로만든율포리습지도

들려보았다.

그곳들에그시절들에상기도남아있는

채익지않는

푸르른청매실,푸른살구푸른자두같은

우리를기억하면서

그때참젊었다.우리근데그땐젊은지도몰랐어….

지극히평범한이야기를

그러나참실감나는이야기를마이브라더와도란거렸다.

그리고파평윤씨의시조가誕降(?)했다는용연도들렸다.

잉어와용의이야기가어려있는

삼십여년전에는그저주변에논만있던자그마한연못이었는데

기억보다의외로연못은컸다.

연못주변을다듬어놓고커다란비석도세워놓고

빙돌아한바퀴산책할수있게다듬어놓았다.

무심한개망초는물가라선지한껏키를세운채

나무그늘에서하얗게피어나있었다.

아무도없는연못주변을걷는데

형언키어려운감상이…..감상속으로스며들어가는데

어느낯설고새로운여행지가주는것보다….좋았다.

추억이아른거리며상승하고

깃털같은보드랍고환한햇살이하강해서

논에갓심겨진모로

이름모르는풀로

바람과한들거리는개망초로

삼십여년을함께살아

결국어쩔수없이절친이된부부에게로스며들지않았겠는가.

입장권을지하에서판다고해서

지하로내려가다가

딸래미가아트샵에있는우산에필이꽂혔다.

고흐크림트에곤쉴레의그림을우산으로만들어낸,

딸은이것저것을펴보았고

나는고흐의해바라기를권했고

지는클림트를사고싶어했다.

결국엄마의강요대로고흐의해바라기를샀다.

엄마도하나사,사줄께이왕원조교제중이니

집안에쌓여있는선물받은우산들도다못쓰는데무슨새우산이야

그리고지하를내려갔는데

세상에매표소줄이장난이아니다.

그복잡한세상속으로들어가서그림이봐질까

더군다나시간은얼마되지도않는데….

그만두자….

못보면내게아닌거야…..

대신느긋하게커피도한잔마시고

책도읽고카톡도하고

지언니도발레를보러온다고….

사람도많고언니도식구들과함께여서

지젤이끝난시간위치확인으로

서로먼자리에서

팔만번쩍흔들며반가움을표시햇다.

밀란쿤데라의불멸에서처럼

나이든여인이젊은수영코치에게

나이를잊고팔을번쩍드는

그실감나는묘사와숨은감정들을생각하며….

엄마작년국립발레단보다어땠어

작년발레가조금더보수적인것같더라해석은더고요하고

무슨보수진보가거기서나와

음간략하게무엇인가를나누는데보수진보처럼편한게없거든

보수는클래식성향이고

진보는롹이지아물론진짜둘다클래식발레이긴하지만

그해석차이가그러더라는거야.

그나저나윌리대빵이키가좀크더라

발레는키가크면더우아하잖아

아니적당해야우아한것같던데..

아나도정말그렇게우아햇으면좋겠어.

누구나다우아하면무대위우아를그렇게열심히보겟니

우리에게없는우아라

우리가보는거지

흠모의정을가득담아서….

그제와어제가버무려진이야기.

유월이가고있네

살구익어가면서

능소화봉오리키워가면서…….

이고목…살구나무는

행주산성에있는데

정말과실나무라라고는할수없이크다.

가득가득살구매달고있는…

10 Comments

  1. 참나무.

    2014년 6월 16일 at 3:07 오전

    부러워라…
    제딸래미도서울있으면같이다닐텐데…

    맨아래살구나무놀랍네요
    딸네집정원에살구자두참많이열리는데
    주체를못해잼맹글어서울까지가져왔거든요…

    물방울무늬원피스…전xx책생각나요-이름기억안남..;;

    그리고윤오영하셔서찾아냈어요누에에관한수필…고마워서요

       

  2. 순이

    2014년 6월 16일 at 3:32 오전

    우리딸은원조교제하기엔너무늙었나봐요.
    제아기돌보기도바쁘니엄마신경쓸겨를이없어요.
    다만진짜어린남자와산책은자주해요.
    길에서안기도하고업기도하면서요.
    푸나무님원조교제보다좀더깊다면관계가깊지요.
    팔장을끼는정도가아닌.^^
       

  3. 데레사

    2014년 6월 16일 at 8:51 오전

    우리아파트의살구나무는오래아주많이열려서가지가
    휘어져버렸어요.
    그래서키가닿길래몇개따긴했는데옛날맛이아니라서
    버렸어요.

    고향집살구는아주맛있거든요.   

  4. Hansa

    2014년 6월 16일 at 12:21 오후

    우린그땐젊었다.젊은지도몰랐다.
    오~,그렇죠..

       

  5. 푸나무

    2014년 6월 17일 at 1:55 오전

    그러시겠지요.
    제가괜히먼뎃딸래미를기억나게?ㅎㅎ

    참나무님아들래미야..크면지
    여친이나마누라생각이나하지…

    하하양잠설말씀이지요.
    비오는소리는누에가뽕잎먹는소리도그렇고
    대나무소리도비오는소리예요.아주딱,.   

  6. 산성

    2014년 6월 17일 at 2:00 오전

    우리동네살구나무도
    제법열렸구나어여뻐했더니
    매달아두질못하고
    마구떨쳐내고있더군요.
    떨어내고가맞는지둘다틀렸는지모르겠다..요.
    몇알주워드는순간이미갈라져서즙과향내만
    유월이주는선물..이라..
    하며다시살구나무올려다보기.
    사진속나무엄청나다요~^^

       

  7. 푸나무

    2014년 6월 17일 at 2:00 오전

    하하순이언니는저보다몇배찐한원조교제를하시는군요.
    우린겨우팔짱이나엉더이나톡톡두드리는사인데

    안아주고업어주고뽀뽀도무지많이할것이고…
    아나도그런깊은교제하고싶다요.ㅎ

       

  8. 푸나무

    2014년 6월 17일 at 2:02 오전

    데레사님맞아요.이젠살구가맛이없어요.
    우리어렸을때는무지달콤했는데요.
    살구가과실이아니라이제화초처럼
    그저이쁘기만해요.   

  9. 푸나무

    2014년 6월 17일 at 2:06 오전

    한사님.
    그렇죠?
    저두한사님처럼딸에게…아들래미에게…
    근데우리담휘와규서는엄마글잘안봐요.
    재미없대요.ㅎㅎ   

  10. 푸나무

    2014년 6월 17일 at 2:08 오전

    그죠,저나무정말엄청났어요.
    산성님도보시면
    오메…하고반하실거라.
    아니다어머,하시겠구나.ㅎㅎ
    살구나무도그렇고
    느티나무도얼마나가지를옆으로길게매달고있는지
    측은하더라니까요.
    세상에비오면
    이제장마시작될텐데..
    엄청무거울거라….
    어디가서나무잘생긴놈?
    하나만봐도마음그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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