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아부지가공무원을하셔선지

보성촌임에도불구하고우리집에는책이꽤있었다.

삼성당인가삼중당인가초록색….

두꺼운하드표지에비닐이입혀진

세계문학전집오십권에

임어당전집

김형석에세이전집

하다못해연애소설박계형전집열권도있었다.

이러저러한전집류들이꽤많았는데

그때는책이거의전집류로나왔고

책팔러다는사람들이꽤많았던탓이아닐까,

지금실직하면식당을차린다고하는데

아마그때는책을팔러다녔던것같다.

오빠둘과언니가직장생활을하면서책은더많이늘어났다.

머리가좋던언니는

대학시험과보건공무원4급시험(지금이라면7?)을함께붙었는데

대학을포기하고공무원이되었다.

나중에엄청후회를했지만

그래도읍장하시던울아부지

가끔보건소에가면

언니가

남자직원들도못앉는

회전의자에앉아있다고흐뭇해하셨다.

아마5급은그냥의자4급계장급이라회전의자였던가보다

그러고보니회전의자어쩌고저쩌고하는노래도있었던것같은데…..

해서내가대학을다닐때는

우리집온식구가다돈을벌었다.

아부지는공무원엄마는가게를하셨고큰오빠는회사원작은오빠는선생

언니까지공무원을했으니…

해서용돈궁하지않게살았다.

누군들그러지않으랴먄

내인생중가장부담없이즐거운호시절이아니었겠는가..

글에대한흥미는아주많았던지라

알든지모르던지그모든책을읽어내긴했다.

이제야이야기지만

그게무슨책을읽은거겠나

그냥그림처럼본거겠지.

아니그림처럼이란말도쓸수는없다,

그림속의그많은이야기들을읽어내지못하면본게아니니까.

그러니결국이즈음죄와벌을읽은것은

아마도처음읽은책일것이다.

라스콜리니코프소냐두냐외에는이름도기억나지않았다.

스토리야너무유명해서이야기할거리도못되고….

여전히캐릭터들은살아움직였다.

오히려지금살아가고있는우리보다

글속에서더치열하게살아가는이들….

야비하고능글맞게치밀하고치열하게

슬프고도발적으로어리석고우매하게

삶이라는거대한쳇바퀴에서

저항하며도전하며체념하며순응하며

마치인생의수많은얼굴처럼

수많은삶들이펼쳐졌다.

그런데

소냐는

1800년대의소냐는

2000년대인지금에도있을까

그렇게착하고그렇게아량많고그렇게누구든지다긍휼하게여기는…..여인,

그렇게지순하고

더군다나그렇게나젊으면서….

신의사랑을인간이보여주는….거룩한여인….

그런여인근처에도못가는이기심많고게으른나는

그런사랑은생래적으로타고난건가

사랑을배울환경은아니었으니태생부터부여된게맞겠다.

그러면그것은그녀것이아니잖아.

그렇다면그런사랑은어디에서부여되나….

내게는없으되내탓으로하기에는싫어서

분석이란이름의물타기를

누가시키지도않는데저절로하고있다.

이지루하고시시한논법이라니.

로쟈의다른인격체로

이름도길다란스비드르가이로프

아주천박한종족이다.

방탕을일삼고뻔뻔하고

어쩌면글에서는선명하게표현되지않았지만

정말로자신의아내를죽인살인자일지도모른다.

그러나그런그라도

그가정말로사랑했던두냐에게대해서만큼은진실하고순전했다.

그는형편없는막장인생을살아가는사람임에도불구하고

두냐의사랑에대해절망하고그절망을이기지못해자살한다.

자신이누리는것에대해너무뻔뻔하고당연시여긴다.

무엇이든자신을위해서라면쟁취하며노리며고개숙인다.

가장근접한현대인,

<죄와벌>속의대다수사람들은

적빈의고통속에서산다.

적빈을모르며적빈속에사는사람들의고통을헤아릴수있을까.

먹고입고살기위하여필요한돈은

누리고즐기기위하여버는

현대의돈과는다를것이다.

수많은사람들의치열한삶.

적빈이주는첨예함.

절규,간절함,

그리고그들과함께흐르는인간의자존심

죄와벌은전혀즐거운독서가아니다.,

죄와벌은차라리

정말

고통스러운일이있을때

그고통을견디기힘들때

어디어디도망갈곳도없을때

아무도도와주지못할때

그저혼자일때

읽으면딱좋을책이다.

해결되지못할일이산처럼눈앞을가리고잇을때

그산을넘어갈수도

그산의둘레길을걸을수도없을때

전투하듯

죄와벌을책상위에펼치는것이다.

그리고허리를고추펴고앉아서책을읽기시작한다,.

글은지루하고딱딱하다.

그레도산보다는나을것이다.

그리고시간은흐를것이다.

로쟈의치밀한사고는고통스러운일에대한성찰을하게할것이며

신산한삶을살아가는수많은사람들을만나노라면

당신의문제가별것아니게변화될지도모른다.

치열하게생을살아가는사람들

정직하고진실하게그리고소박하게살아가는사람들은

아마이책을읽으며위로를얻을것이다.

사랑에대한서술이나담론은없으되

죄와벌의주제는단하나사랑이다.

로쟈의날선이성을무릎끓게하는

로쟈를절망가운데서견디게하는

로쟈에게살아갈수있는희망을주는

오직단하나의확실한존재

사랑.

그사랑이내겐있는가.

아니아니얄팍한감정

같은것을사랑이라호도하지말라

얄팍한배려,얄팍한위선,얄팍한눈물,

모든얄팍한것들은

소냐의사랑앞에나서지말라

나스스로가너무도얄팍해선지

얄팍한감정들…

분위기타는감정들에

정말질린다..

나도가끔내삶은소박하고비교적진실하며

비교적정직하게살아간다고여겼는데

아니었다.

그래서사실이글을읽으며

나는내내불편하고고통스러웠다.

이도저도아닌

속물적인성향이다분한

나같은사람이읽기에는

이글은버겁고버겁다.

투명한거울이다.

이글

19 Comments

  1. 푸나무

    2014년 7월 29일 at 9:23 오전

    아니이런아름다운고백을지우는바본줄아셧어요?ㅋ~
    절대네버요.

    아첫사랑……
    근데정말신발그리해놓고
    주무셨다는게지요.
    그렇다면꿈도정말꾸셧어요?
    궁금,궁금,

       

  2. 조르바

    2014년 7월 29일 at 1:27 오후

    누군가솔직한추억의댓글을썼다지우션나부다…궁금,궁금,,,ㅎㅎㅎ

    푸나무님은비단실을뽑는누에고치?아번데기?
    그래서번데기앞에서주름잡지말라는말이생견나?히히
    잘읽었어요…감사!!!!   

  3. 데레사

    2014년 7월 29일 at 1:39 오후

    보성득량으로시집간울언니,일곱살차이인언니덕에나는
    초등학교때부터연애소설읽었어요.그때청춘극장이니벌레먹은장미니
    이런걸다읽었답니다.

    그리고부산에서의학창시절에는대본점에서주로빌려다읽었지요.
    빨리읽어야돈이덜드니까빨리빨리읽었던버릇이지금도남아
    있어서남보다빨리책을읽거든요.

    죄와벌,분명히나도읽긴했는데내용이전혀기억에없어요.
    너무어려워서일까요?   

  4. Marie

    2014년 7월 29일 at 3:54 오후

    박계형..참오랜만에대하는이름이네요.
    우리학창시절에많이들읽던책이었는데,난흥미없었던기억이나네요.
    푸나무님의글속에서잊고있던기억의타래들이
    꾸물꾸물깨어나나오는것같아요.
       

  5. 서영

    2014년 7월 29일 at 6:12 오후

    독백같은이귀한글을읽게된새벽이아주소중한시간이되네요..
    아박계형의바람속에눈동자들돌려보던세라복교복소녀의시간이그려지네요
       

  6. 松軒

    2014년 7월 29일 at 10:31 오후

    고백적인글에"투명한거울"이라는표현하시는푸나무님..
    최고셔요…

    쭉..읽어내려오다가마지막글에.역시푸나무님~~~하면서
    풀빳빳이먹인연두색의드레스에
    다소곳이앉아계신푸나무님모습이..확…다가오네요
    역시…굿이셔요
    로그인안하고더러글봤었어요
    댓글쓰려로그인하면먹통…제..공유기에문제가있었는데
    새거장만하고씽씽….go…go…입니다..

    푸나무님오늘하루…씽씽…고..고..하셔요…ㅋㅋㅋ   

  7. 푸나무

    2014년 7월 29일 at 11:40 오후

    하하맞아요조르바님
    어느분께서첫사랑이야기에신발을그사람쪽으로향해놓으면꿈에나타난다는….
    로맨틱한이야기를적어놓으신뒤
    부끄럽다며
    저기제안게판비밀글로숨으셧어요.

    아름다운이야기는
    부그럽기도한가봐요.ㅎㅎ

    누에고치…그것괜찮네요.
    더군다나비단실인데…
    가끔글써놓고
    재미없고기다란게…가시도품고있지않나싶어
    민망할때가있는데
    지금윗글두요.
    잘읽어주셨다는댓글보면
    좋죠.
    조르바님도굿모님에굿데이….   

  8. 푸나무

    2014년 7월 29일 at 11:47 오후

    데레사님아마중고등학교시절
    저책손에안대본사람은없을거에요.
    선생님들도읽어야할필독서라고말씀하셨으니깐요.
    근데
    선생님들은정말저책읽으셨을까요?ㅎㅎ

    책을쓰는것두그러겟지만
    읽는것두나이들어서읽는게아주아주다른것같아요.
    보이는게
    느끼는게
    그감도와체도가말이죠.

    그래도더운데읽지마세요.
    더재미잇는책두훨씬많은걸요.ㅎㅎ
       

  9. 푸나무

    2014년 7월 29일 at 11:51 오후

    마리님..
    아..그유명한연애소설이흥미가없으셧다니
    마리님은엄청…
    수준높은고상한…
    새침한세라복여학생????
    아새침하니목화꽃생각이드는데
    마리님은목화꽃같은???
    기억이터치되셧다니…
    좋은걸요.
    마리님차분한포슽도…참좋아요..   

  10. 푸나무

    2014년 7월 29일 at 11:54 오후

    서영님
    그쵸
    박계형….그때중고등학교소녀들의
    사랑에대한로망을적은글이엇어요.
    그문학성이나완결성같은것은다벗어던지구요.ㅎ
    아니근데그새벽에일어나신거에요.
    아니면아직추무시기전….
    전늦게자는사람에게흥미가많거든요.
    요즈음저는열두시쯤엔자려고애를쓰긴하지만요.ㅎㅎ.

       

  11. 푸나무

    2014년 7월 29일 at 11:58 오후

    송헌님
    글읽으며
    제프로필난열어뒀어요.
    작년엔가누군가플로필없는사람글은신뢰할수없다고…해서
    써놓긴햇는데
    민망해서닫아둔것요.
    여성제위분들
    전부제게댓글주신분들께대한오늘의서비스….
    푸나무의솔직함…ㅎㅎ
    재미없는기다란글…
    읽어주심에대한감사의표시..
    송헌님도오늘내내굿데이하세욤.   

  12. 나를 찾으며...

    2014년 7월 30일 at 12:11 오후

    윽~!

    그저이소리만…

    얼마전영화’노아’를보면서
    만약,지구최후의날이온다면나도저방주에탈수있었으면…하는욕심이..

    그러니원,이글읽으면서얼마나섬뜩하고무서웠을까요?
    에긍,,푸나무님미워요!!ㅎㅎ   

  13. 선화

    2014년 7월 30일 at 1:01 오후

    맞아요~~프로필없는사람&비글로해논사람은신뢰할수없습네다!!ㅎㅎ
    (어느이웃님말씀에100%동감!!!)

    아니이왕맹글어놓은것왜?닫으시남요?ㅋ~~

    박계형…오랜만에들어보는이름입니다
    울엄마는박계형책만보면???불속에다~~ㅎㅎ

    눈에선합니다그풍경들…^^   

  14. 푸나무

    2014년 7월 30일 at 2:14 오후

    나찾님,에궁푸나무미워하지마셈…ㅎ

    노아보면서그생각하셨구나.
    나도그비슷한생각….
    도무지돌이킬수없는일이
    생길수도있겠구나.
    그게정말
    참으로
    절망이아닐까…..
    쉬운듯인생을살아가는것같은데
    생각해보면
    다문다문무서운데가있죠.굿나잇…..나찾님   

  15. 푸나무

    2014년 7월 30일 at 2:22 오후

    선화님프로필은제어릴때간딴구입은사진도들어잇고
    육년전가족사진..ㅎㅎ
    그리고갠찮다고여겨지는사진,그래봣자지만…ㅎㅎ
    오늘재미없는제글에댓글주신여성제위들께보여드릴려고
    하루문열어놓았는데
    아까오후에익숙하지않는이름들이보여서
    얼른닫았시요.
    박계형스토리…
    요즈음아이들과함께보는드라마만도못할걸요.
    아니아주청순한드라말걸요.
    그래도그대는연애소설이라고…ㅎㅎ
    참나름
    순수의시대였네요.
       

  16. 산성

    2014년 7월 30일 at 2:39 오후

    라스콜리니코프…아주깊이각인된이름이지요.
    온갖사연들로엮여져있는등장인물들과함께..
    우리집에이런종류소설,아주깊이연구(?)하는사람있어요.
    무슨취미인지…
    아무튼그오래된가난이여전히세상도처에…

    그리고프로필은고사하고
    아무것도드러내고싶지않은
    아주믿을만하지못한사람다녀감..죄송^^

       

  17. 푸나무

    2014년 7월 30일 at 2:43 오후

    산성님은
    신비주의??하하

    저두써놓고
    열어놓기에왠지부끄럽더라구요.
    아니다민망인가?하하
    그레서닫아논거잖아요.
    저안에그래도댓글이세개나있어요.ㅎㅎ

    아뇨그래도지금은
    그시절의적빈과는다른것같아요.
    그래서돈두더천박스러워졌구요…
    생명을위한돈은
    절박해서필요해서
    돈돈돈돈해도
    천박스럽지는않거든요.
    연구하는사람뉘시요?궁금궁금.ㅎ
       

  18. 凸凸峯

    2014년 8월 1일 at 2:25 오전

    재미있는책은재미로읽고
    재미없는책은수면제이지요.
    ‘죄와벌’도저에겐수면제였는데….
    ‘카라마조프의형제’도마찬가지로..
       

  19. 푸나무

    2014년 8월 1일 at 11:31 오전

    하하,자제분들과줄거운시간파티하셨지요?
    조금아프고나면
    삶이달리보이니
    아마도철님께서도
    더욱
    시간이
    삶이
    충일하실것같습니다.
    이곳은밤이되어도덥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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