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순절ㅡ 편지나 보내자 삶이여

서로편지나보내자삶이여

실물은전부헛된것

만나지않는동안만우리는비단감촉처럼

사랑한다사랑한다죽도록

만날수록동백꽃처럼쉽게져버리는길들

실물은없다아무곳에도

가끔편지나보내어라

선천적으로수줍고서늘한가을인듯

오직그것만이생의한결같은그리움이고

서역이라니/나의서역비망록/김경미

포도순절입니다.

낭만이란말은원래일본풍이라썩그리좋아하지는않지만

그래도또미묘하게낭만적이기도하야

그대께안부를여쭈어야겠다고생각했지요.

그대를항시그리워해서가아니고

그렇다고자주생각해서도아닙니다.

이유는포도순절이기때문입니다.

포도순절에고여있는낭만을모은다면

적어도1.8리터크기의페트병은필요할거예요.

사람마다정도의차이는있겠지만

제포도순절의낭만은그정도이니

너무많다고도너무적다고도하지말아주세요..

나는평형감각을소중하게생각하는사람이죠.

나이가들어갈수록참필요한거아닌가요.

그러나나이가들어갈수록

이게저하되거나형편없이구겨지거나

드문경우에는자신만의것을내밀며모두에게!!!를외치기도하니

조심스럽기이를데없어요.

평형감각의가장아래중심축은바로역지사지입니다.

안다고하여혹은추구한다하여이게또모든것에적용되지는않죠.

아내로오래산다는것은

한사람을많이아는일이고그에맞춘다는일이기도해요.

맞춘다는것은그를배려수용하는부분도있으나

아무래도안되는부분은

긴세월을긴장할수없으니무시나체념도때로필요하곤하죠.

아이들의부모가되는일은이보다더많은에너지가필요한일이구요.

만나면반가운벗들이꽤많습니다만

그외무수한다른관계들

그들모두를벗으로뭉뚱거려한푸대에담습니다.

벗과의관계에서잘듣는다는것은아주중요한일이죠.

잘듣는다는것은자기를포기하는일과도흡사합니다.

헛된것으로치부해버리는것도필요하죠.

아니어쩌면그것은중요한삶의스킬이기도할거에요.

포도순절이네요.

시인의말처럼선천적으로수줍고서늘한….

어젠오랜만에북한산을갔습니다.

누군가와사귄다는일은

그리고그를연인삼는다는일은굉장한일이죠.

생각만해도좋고

그의품에안기면세상이내것같아

더이상부러울것이없어

그의품을걷노라면지극히정적인상태가도래하여

생의철학이사방데서다가와체화되곤했는데

그를연인으로삼고한이년정도정말무서운바람이들었었는데

어제내연인은

그저아직초록중이었고

가끔서늘한바람이불어왔으며

아그서늘한바람은그와나사이에생겨난

사이로부는바람이었을까요.

그래서그는그냥북한산이되고

나는그저한과객이되었을까요.

우리는이제서늘한관계로식어져버린것일까요.

그와의관계에서누렸던그충일함이내생에는사라져버린걸까요.

그렇게도당당하고아름답던

나를아기처럼안아주던

품넓은내연인을이제나는잃어버린걸까요.

어젯밤달도무참하게패여있더군요.

순식간에말이죠.

숨은벽가는길에는소나무군락지가있어요.

사실이미북한산은소나무수풀은아니에요.

차라리참나무수풀이라고해야맞을거예요.

그런데그소나무수풀에소나무곁에참나무종류가자라나고있었어요.

거의소나무한그루에어린참나무한그루….

여섯가지참나무종류중어떤거냐고묻지는마세요.

어린참나무들은떡갈나무빼고는다아비슷하니까요.

지금은저리여릿하지만시간이흐른뒤면

저참나무들은쑤욱쑥자라나서소나무를넘어설거예요.

그리고넓은잎으로소나무를고사시키겠죠.

소나무는태생적으로햇살지향적이긴하지만

싸움을못한다고해요

그래서점점밀려나는거죠.

싸움무서워하는저와비슷하죠.

산을내려오니주차해놓은주변으로고마리가가득피어나있더군요.

고만고만해선지고만이라고도불리는꽃

정말로작은꽃송이들이뭉쳐서피어나는데

그생김새가얼마나이쁜지….

산을올라갈때는전혀보이지않던것들이

내려오는길에이렇게많이보인다는것은무슨뜻이랍니까?

편지나보내자삶이여..

편지가지닌가장좋은장점은

언제나할수없는누구와도할수없는

특별히찻길에서는아주조심해야할일방통행이죠.

포도순절은일년중가장섬세한시간이예요.

누군가와만났을때

끊었던담배가피우고싶다거나

가령얼굴에묻은티를가볍게떼어주거나라는,

아주미미한행위조차의미부여가가능한시간이기도하죠.

포도순절의어느하루

늦은밤찻집에서차를마실때

나뭇잎점점가벼워져가고

여름엔들리지않던

나뭇잎들끼리부딪히며내는바스락거리는소리를가들린다면

그시간을

특히조심해야한다는거죠.

지금저시인이그렇게말하잖아요.,

편지나보내자삶이여.

사진은전부대마도것

16 Comments

  1. Anne

    2014년 9월 17일 at 3:07 오전

    첫사진보고
    미륵산정상에서본통영앞바다생각을했어요.   

  2. 푸나무

    2014년 9월 17일 at 3:14 오전

    충주호같기두하더라구요.
    근데대마도긴해요ㅎㅎ   

  3. 데레사

    2014년 9월 17일 at 4:14 오전

    나는첫사진에서강원도의한반도지형이있는서강을
    생각했지요.ㅎㅎ

    대마도에서도꽈리를심나봅니다.   

  4. 선화

    2014년 9월 17일 at 7:46 오전

    낭만으로뭉쳐진푸나무님!!ㅎㅎ

    김경미시참좋은데요?
    (갖고가야겠심더!!ㅎㅎ)

    근데…
    푸나무님의포도순절~의글은
    김경미보다더섬세하고더낭만적인데요?ㅋ~~

    낭만이넘치는가을이되시길요~^^*   

  5. 산성

    2014년 9월 17일 at 8:55 오전

    기대했던고마리사진은없네요.
    천변에도하양분홍으로한껏어우러져있어요.
    안개꽃같은안개스러움으로

    평형감각,
    그반듯한건조(?)함이휘청기울때가있지요.
    바로살아있음의징표같은…흑.
    편지한장두고갑니다.
    사흘뒤답장?미워할거야요~

       

  6. 푸나무

    2014년 9월 17일 at 9:35 오전

    데레사님맞아요저거꽈리거든요.
    근데정말뭉툭하니미워요.
    우리나라꽈리는알맞게도담도담부풀어오르며
    한복치마깃처럼곱게선이쳐져서참알맞게어여쁜데….
    속에든열매꽈리도오강같을지몰라요ㅋ~   

  7. 푸나무

    2014년 9월 17일 at 9:36 오전

    선화님실제로저는상당히드라이해요,
    평형감각때문에ㅎ

    그런데어느부분은
    그리고
    아주친한거나마음가는사람에게는
    로맨틱한부분이있기도한것같아요.

    허나이제늘것으니
    그도조심해야지요.
    오히려유쾌하려고노력하죠.
    얼마든지요.
    근데퍼져요?풀어놀까요   

  8. 푸나무

    2014년 9월 17일 at 9:43 오전

    산성님미워할거라는말씀에냉큼로긴했슴돠
    안하셨으면사흘뒤답장…ㅋㅋ

    이심전심이죠.
    저두말은아니글은그렇게썼으나
    그게어디쉬운가요.
    오히려편협할때가더많죠.
    단지방향은그리잡고산다는의미에서…

    외로운여자
    모르는여자
    헤메는여자….
    고은참감성적이죠.
    가을에정말어울리는여자들아닌가요
    그를아름답게여기는남자의마음도…..

    저요?
    전편지쓰는여자…~~~
    그래서시에안타나는여자…ㅋ~   

  9. J cash

    2014년 9월 17일 at 10:38 오전

    한때부카니스트라고도불리우던푸..께서
    연인북한산의품에서
    섬세한포도순절에어울리는
    감성적인글을쓰셨군요

    ‘누군가만났을때끊었던담배가피우고싶다거나…
    얼굴에묻은티를가볍게떼어주거나라는
    아주미미한행위조차
    의미부여가가능한시간이기도하다’는말이
    마음에다가옵니다

    담배를오래전에끊었지만
    저도
    이가을에그리워하던’그녀’를만나면
    담배를피우고싶을것같거든요~

    에이~
    그냥편지나보내자삶이여…?

    삶은…누가…
    삶은계란이라던데…
    에이~
    이가을에삶은계란이나먹자…삶이여~
    헛소리하지말고…하하하
       

  10. 松軒

    2014년 9월 17일 at 11:12 오전

    글을읽어내리면서

    연신~~아..가을이구나
    이가을섬세한마음을
    어느때이리도쏟아내고싶으셨을까
    우리의푸나무님께서…
    라는생각이들어요

    간밤에잠이깨어
    뭘할까….하다가
    전각도잡고돌쪼개고있는저는
    너무삭막했다는생각이..

    김경미의싯귀절에
    푸나무님의감성이푹~~묻어나는글에
    저~~마음이촉촉해진체물러갑니다….

    좋은밤되셔요…푸나무님….ㅋ

       

  11. 참나무.

    2014년 9월 17일 at 12:28 오후

    가을다가기전에이노래부른다른가수릴레이식으로바톤받아올리면재밌겠다요

    …이동원은제가올렸고…요담엔김민기,신영옥까지…^^

    저도대마도설명없었으면한려수도로착각했을겁니다맨위사진…
    고마리사진의대가김필연시인인데요-물론주관적인…;;
       

  12. 푸나무

    2014년 9월 17일 at 2:17 오후

    올해는부카니스트라는별호를
    사용할수없을것같아요.
    나의연인께서변심을한건지
    내마음에서그연인을밀어낸건지…

    경험햇던일에마음이다가서기도
    혹은의미부여가되기도하는데
    포도순절이니

    에라이나
    삶은게란이다…하시지말고
    그녀에게
    저처럼편지나보내시죠.

    아마총명한저시인
    알았을것같아요.
    삶은…하면
    계란이나올줄
    그래서삶이여~
    한거죠.

    제이님블록이름
    그리며그리워하며
    는..

    만날수록동백꽃처럼쉽게져버리는길들

    을살아오신탓에…..
    그리움많아서
    그리적으신거잖아요.
    그러니에라이편지나쓰세요.하하

    소심에이형다우신농담..ㅋㅋ

    .
       

  13. 푸나무

    2014년 9월 17일 at 2:22 오후

    전각도잡고돌쪼개시는송헌님
    우와,알수록놀라우신분….
    삭막하기는요.
    오히려깊으시죠.
    깊은밤잠이깬다는것은
    달빛이나
    어둠의정한이불러깨운것이니
    무엇을하더라도
    이가을에는어울린거죠
    깊은밤잠갠사람은
    헤메는사람외로운사람모르는사람….
    혹오늘밤에도잠못이루시거들랑
    편지하세요.
    제게
    답할께요.ㅎ   

  14. 푸나무

    2014년 9월 17일 at 2:24 오후

    이동원노래가분위기는제일좋죠.
    최양숙은약간
    나이탓인지촌스러운데
    그게또묘한맛이있어서…
    하여간초추에가장어울리는노래아닐까합니다.
    아울엄마
    채송화엄마…생각하며찍으신사진봤어요.
    ㄳㄳ
    고마리사진은핸펀으로찍어서시시해서안올렷는데
    한장은산성님
    한장은참나무님…
    언급하셔서올렸습니다.
    사이즈를적게하니고만고만해보이기도하고
    겸손해보이기도하지요   

  15. 말그미

    2014년 9월 17일 at 4:42 오후

    잊고있었던’포도순절’.이귀한표현을?…
    하여간섬세한감정으로똘똘뭉친푸나무님이어요.

    난’고마리’도모르는데
    여기오면식물도감을사고싶은생각이문득문득들어도
    아직실행에못옮겼어요.
    젤아래사진이고마리?

    아이들과복닥거리다가이곳에오니
    가을냄새가물씬납니다.
    여기만가을이온것같아요.
    어디떠나고싶어져요,또…
       

  16. 푸나무

    2014년 9월 18일 at 1:10 오후

    준호기안이가눈에삼삼하시겠어요.
    두분손주들한테하시는것보면
    저두그럴수있을까……싶어요.
    녜제일아래사진이고마리
    요즈음그늘진곳습한곳이면
    우수수올라오는잡초에요.
    들여다보면엄청이쁜….

    하하스페인까지다녀오셨으면서
    어딘가또가고싶으시다면
    욕심이넘많으신거아니세요?하하
    가을단풍이깊어지면
    저절로여기저기가실텐데요,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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