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순절ㅡ 편지나 보내자 삶이여
BY 푸나무 ON 9. 17, 2014
서로편지나보내자삶이여
실물은전부헛된것
만나지않는동안만우리는비단감촉처럼
사랑한다사랑한다죽도록
만날수록동백꽃처럼쉽게져버리는길들
실물은없다아무곳에도
가끔편지나보내어라
선천적으로수줍고서늘한가을인듯
오직그것만이생의한결같은그리움이고
서역이라니/나의서역–비망록/김경미
포도순절입니다.
낭만이란말은원래일본풍이라썩그리좋아하지는않지만
그래도또미묘하게낭만적이기도하야
그대께안부를여쭈어야겠다고생각했지요.
그대를항시그리워해서가아니고
그렇다고자주생각해서도아닙니다.
이유는포도순절이기때문입니다.
포도순절에고여있는낭만을모은다면
적어도1.8리터크기의페트병은필요할거예요.
사람마다정도의차이는있겠지만
제포도순절의낭만은그정도이니
너무많다고도너무적다고도하지말아주세요..
나는평형감각을소중하게생각하는사람이죠.
나이가들어갈수록참필요한거아닌가요.
그러나나이가들어갈수록
이게저하되거나형편없이구겨지거나
드문경우에는자신만의것을내밀며모두에게!!!를외치기도하니
조심스럽기이를데없어요.
평형감각의가장아래중심축은바로역지사지입니다.
안다고하여혹은추구한다하여이게또모든것에적용되지는않죠.
아내로오래산다는것은
한사람을많이아는일이고그에맞춘다는일이기도해요.
맞춘다는것은그를배려수용하는부분도있으나
아무래도안되는부분은
긴세월을긴장할수없으니무시나체념도때로필요하곤하죠.
아이들의부모가되는일은이보다더많은에너지가필요한일이구요.
만나면반가운벗들이꽤많습니다만
그외무수한다른관계들
그들모두를벗으로뭉뚱거려한푸대에담습니다.
벗과의관계에서잘듣는다는것은아주중요한일이죠.
잘듣는다는것은자기를포기하는일과도흡사합니다.
헛된것으로치부해버리는것도필요하죠.
아니어쩌면그것은중요한삶의스킬이기도할거에요.
포도순절이네요.
시인의말처럼선천적으로수줍고서늘한….
어젠오랜만에북한산을갔습니다.
누군가와사귄다는일은
그리고그를연인삼는다는일은굉장한일이죠.
생각만해도좋고
그의품에안기면세상이내것같아
더이상부러울것이없어
그의품을걷노라면지극히정적인상태가도래하여
생의철학이사방데서다가와체화되곤했는데
그를연인으로삼고한이년정도정말무서운바람이들었었는데
어제내연인은
그저아직초록중이었고
가끔서늘한바람이불어왔으며
아그서늘한바람은그와나사이에생겨난
사이로부는바람이었을까요.
그래서그는그냥북한산이되고
나는그저한과객이되었을까요.
우리는이제서늘한관계로식어져버린것일까요.
그와의관계에서누렸던그충일함이내생에는사라져버린걸까요.
그렇게도당당하고아름답던
나를아기처럼안아주던
품넓은내연인을이제나는잃어버린걸까요.
어젯밤달도무참하게패여있더군요.
순식간에말이죠.
숨은벽가는길에는소나무군락지가있어요.
사실이미북한산은소나무수풀은아니에요.
차라리참나무수풀이라고해야맞을거예요.
그런데그소나무수풀에소나무곁에참나무종류가자라나고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