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클래식 나부코와 무의미의 축제

아람극장은음향도좋다.오페라극장이라,

시네클래식나부코

보이는것도실제로내가가서본것보다훨씬더잘보여준다.

가수들의표정지휘자의모습무대의앞에서옆에서뒤에서

올해73세인레오누치나부코역을한바리톤은

정말음.흠아….

표현하기어려운저깊은심연의소리

소프라노….아버지인나부코를폐위시키려는노예의딸….

강한악녀가되지만

회한에찬아리아

자신도옛날에는이러지않았다며

행복에대해생각했던그옛날처럼단하루만살수있다면..

아그아리아를듣는데

그노래가마치무슨지혜서라도되듯이

인생이지닌알지도보지도못한저깊은곳의슬픔을깨달아아는것같은

그탄식의노래가칼날이되어가슴을한점한점저미는것같은.

그리고

바빌론의강가에서울었다는….히브리노예들의합창이흐르는데..

울고싶었다.

진짜….

스마트폰에는말러와레퀴엠이들어있고

차에서는주로오페라아리아를듣는다.

지난달까지는마리아칼라스를들었고요즈음은파바로티를듣고있다.

한번시디를넣어놓으면싫증날때까지듣는다.

근데싫증이나지않는다.

음악을들을때는혼자차를탈때이고얼마나차를타겠나.

그러고보니창작오페라는몇편본것같은데

실제정통오페라는기억이없다.세상에….

공연기회도작을뿐더러

너무비싸서언제나입맛만다시다만다.

그런의미에서시네클래식은나같은사람에게는안성맞춤이다.

언제내가이탈리아파르마레죠극장엘가겠는가.

언제그유수의가수들….

그멋진바리톤과그멋진소프라노…..를바라보며음악을듣겠는가.

지인과같이관람을하고

찻집아람뜨레에서아주짤막한에프터를했다.

저녁약속이있어서

서로느낌감흥을다풀지도못한채아쉬워하며헤어졌다.

그리고주차장으로오는데

서늘한바람이아람도서관과아람극장사이로불어왔다.

그러니지금부터의이야기는전부그서늘한바람탓이려니….하시라.

정발산으로이어진주차장에는아무도없었다.

주차장변으로느티나무들이사이좋게심어져있고

딱한그루한가지가물들어있었다.

느티나무는노랗게단품이든다.

흔해서그렇지참아름다운빛깔이다.

빨간단풍이바이올린이라면

노란색은콘트라바스라고해야할까..

혼자도아름답지만빨간단품을더아름답게해주는색이다.

단풍이시들어가는한과정이라면

시듬역시햇것일때가있는것이다.

사람이없어서일까

단풍의향기도있더라.

말라가며뿜어내는마른빨래에서는나는건조한향기가바람결에배어있었다.

이중섭은아픈구상에게문병을와

도화지위에애호박같은복숭아와어린아이가만세를한그림을그려주었다.

그는웃으며말했다.

천도복숭아임자구상이이걸먹고어서빨리나으란말씀이지

십년후구상은폐를꺼내고갈비뼈를자르는수술을하는데

그림과구상의이야기를경문처럼떠올린다.

구상에게중섭의그림은실제천도복숭아가되었다는이야기로읽었다.

단풍의향기에대한변론같은거

이르게물든나무한가지를모델로삼아서몇장사진을찍었다.

그리고집으로돌아오는데

서쪽이아니라불타는황혼같은것은아예없었다.

구름이끼었는지조금일찍어둠이밀려온듯했다.

신호등불빛에따라섰다.

터널이라는거대한소문에는지붕이열린다고했다….나이트크럽은

벌써온몸에조명등을입고번쩍이기시작했다.

아거리의가로등도켜지고있었다.

그리고

참으로무심심한하늘

회색도푸른색도아닌

어둠도밝음도아닌

기묘한상태의하늘….이거기있었다.

밀란쿤데라의무의미의축제를읽고있는데

그냥반책은언제나그렇듯이발목을잘붙잡는다.

가지마,여기서좀더생각해….

그렇다고내가어찌그훌륭하신작가의생각을

마치곤같은혹은대붕같은크기와넓음을

피라미거나참새같은내가헤아릴수있을것인가….

소설의방법도다르고

접근법도다르고

반복회자되는쉬운스토리는쉬워서오히려이해할수없고

그속에깃든유머는숨은그림찾기였다.

그러니까그냥반은

의미를찾는것자체가무의미할수도있다는이야기를한것인가

아니면여기까지살아오고보니

생의모든것들이거의가무의미한이들로이루어져간다는것을

깨달았다는것인가

사실모든글은결국작가의시선을설교하는일이며전도하는일이다.

하찮고의미없는것이

존재의본질이라는그의생각은

의미를찾는일이참으로무의미한일이라는이야기도되는것일까

요즘내가반해있는유쾌함에대한흠모의감정도

혹시무의미함에대한축제의일환인가….

축제는….축제일수도있지만

축제가아닌것을축제화하려는의도적사용일수도있고

아니면실제로축제인데축제가아니라고여기며살아온것인가.

그무심심개심심한하늘이

터널이라는나이트클럽의요란한조명에게한귀퉁이내주며펼쳐지는데

바라보이는공간이란게원래그러질않는가

시선속에서결국살짝가린

전혀다른두세상이선명하게보이는데,

그대로한없이가고싶더라는것

날아가고싶더라는것

가다보면하늘이품을벌리겠더라!는것……

나이에어울리지않는

그허무맹랑한느낌이

너무나절실하더라는것,

그공동에서깨달아지는것

어쩌면

무의미의축제

결국시대를앞선베르디의오페라나부코처럼

그전의오페라는거의다테너만이남자주인공이었는데

바리톤이주인공이되고

둘러리였던합창이주류로등극을하는

새로운역사

무의미라는

정말의미없는사안이

어떤의미보다더깊은의미로부각되어

오히려다가올미래시대에

밸런스를맞추기위한천칭이될것인가.

나는밖에서저녁식사를햇고

집에돌아와

늦은밤다시아들래미를위하여밥을차렸다.

>

10 Comments

  1. Anne

    2014년 9월 22일 at 12:27 오전

    다시
    가을이군요.
    영화의전당에서시네클래식을상영하는데
    입맛만다시고못가고있지요.
    아.그런것들도나중에모-두보러갈거에요ㅎㅎㅎ   

  2. 데레사

    2014년 9월 22일 at 3:20 오전

    나무잎들이어느새누렇게변해버렸군요.
    저이파리들도연두였다가초록이었다가했을텐데하고
    생각하면서자신을돌아봅니다.

    이가을즐겁게보내시길바랍니다.   

  3. 산성

    2014년 9월 22일 at 12:36 오후

    히브리노예들의합창은멜로디뿐만이아니고
    여고시절쯤에들었던그시절배경(?)때문에
    더짠한것아닐까요?제경우엔…
    물든느티가지만집중조명하셨네.
    내다보이는앞산에도나뭇잎색들이흐려지고있어요.
    그러다가불타오르겠지요?가을!

       

  4. 푸나무

    2014년 9월 22일 at 3:10 오후

    아그곳부산에서도….
    나중에모오두우~~~~~
    보세요.
    줄거우실거예요.
    그러고보니제가앤님의퇴직을기다리는?하하
    일하실때는또일을즐기시고…
    가을이뙤약볕아레ㅐ서똘망하니익어갑니다.   

  5. 푸나무

    2014년 9월 22일 at 3:12 오후

    데레사님
    아뇨.한가지만
    이상하게주욱쳐져내려와서
    저리물들어가더군요.
    하긴
    북한산도아직초록중이긴…했지만
    조금씩변해가긴했어요.
    그럼요
    우리인생과별로다름이없죠.
    생명이좀길다라~~다는것밖에
    데레사님도다가오는가을즈릭실준비다되셧지요?   

  6. 푸나무

    2014년 9월 22일 at 3:16 오후

    어젯밤쓰다가만글아침에몇자고쳐올려놓고나갔다가
    다시들아왓다가
    다시나갔다가
    이제야컴앞에앉아서답글답니다.내일은아침일찍
    꽃무릇보러
    여행편지가구요.
    마실갈시간도없으니
    산성님댁방문도내일밤으로미뤄야겠어요.
    이제는자야내일움직일것같아서말이죠.
    굿나잇…
    댓글안달믄산성님께혼날까미로긴..ㅎㅎㅋㅋ
       

  7. trio

    2014년 9월 23일 at 4:24 오전

    이곳에서도메트로폴리탄오페라가공연하는오페라를특정극장에서
    상연해줄때가있습니다.인터미션동안무대뒷면도보여주고
    지휘자와의인터뷰도보여주는등,나름감동이있지요.
    물론공연장에서만은못하지만요.
    나부코같은오페라는규모가너무커서왠만한무대에서는공연하기가힘들거예요.

    이태리베로나의고대원형극장에서공연하는것을3년전여름에보았네요.
    일생잊지못할추억이되었지요.
       

  8. 벤조

    2014년 9월 24일 at 3:27 오전

    밥차리는것에대단한의미를둘건없지만
    그래도아들밥상차리는건의미있지요?
    그럴것같아서…   

  9. 푸나무

    2014년 9월 24일 at 3:44 오후

    트리오님
    부러워요.
    평생잊지못할추억을지니셨으니….

    아람누리에서
    시월에진짜나부코공연을하긴해요.
    도서관갈때지나가노라면
    나부코연습장이라고써진곳에서
    연습하는소리가들려오기도하구요.
    .
    고대원형극장만큼은못하더라도…ㅋㅋ
    지금기대하고있답니다.

    사실시네클래식에서도
    자카리아…스가랴죠?
    를지루해서뺏다고하더군요.
    길기도해선지….   

  10. 푸나무

    2014년 9월 24일 at 3:47 오후

    네벤조님
    그럼요.
    오늘도꽃게찌개해서
    담휘가밥을아주마아니먹으니엄청마음이좋던걸요.
    워낙날씬하거든요.
    우리집식구들셋이다요.
    저만빼고ㅋㅋ

    밥…밥상…무지중요하죠.
    그어떤것보다…..ㅎ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