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 ㅡ 밀란 쿤데라는 귀족이다

무의미의축제 저자 밀란쿤데라(MilanKundera) 출판사 민음사(2014년07월23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무엇엔가매혹되지못한채,

매혹없이살아가는사람은비극적인생을살고있는사람이다.

매혹이라하니무슨거대한것이나대단한것을이야기하는것은절대아니다..

오히려소소하고미미한것들에매혹을느낄수록

삶은더욱풍요로워진다.

이즈음누구에게나무상으로공급되는

청추의서늘한바람!

음미해보면

거기봄에는없던맑은깊음과

여름에는귀하던청초함이넉넉하다.

마음을매만지는로맨틱함이있으며

가던길걷다말고서성이게하는부드러운터치와

나뭇잎말려가며단풍만들어내는미려한아트까지숨어있다.

밀란쿤데라는

29년생이니우리나라나이로86살이다.

그가오랜만이긴하지만최근에쓴

<무의미의축제>는

거의모든소설이그렇듯이

주인공의성품여기저기에작가자신이출몰한다.

작가의분신이기도한

주인공들의생에대한감각이

혹은

소설쓰는접근법=살아가는방법이

지천명은커녕아직불혹에도이르지못한채

그저눈부시게젊다는것이다

젊은이가젊고발랄하거나창조적인것은당연하다.

그것들은젊음의재증상이니까.

하지만노인으로치부해도서운치않을팔십이

한참넘은작가의정서가그리하다면

이것은참으로매혹적인일아닌가말이다.

이책은처음그냥대강읽으면

어머밀란쿤데라맞아.

왜이리드라이하거나뻑뻑해

너무가벼운것아냐?

아마도그렇기십상이다.

그러나다시한번더책을즉두번째읽어본다면

(다행히글은매우짧다.)

거기전혀다른새로운소설이기다리고있다.

물론눈이밝으시다면

처음도가능한일이다.

처음에는진중하게읽어갔다.

글중반쯤가니그제야눈이떠졌다.,

그리고다시한번더훌훌읽었더니

거기신세계가펼쳐지며

역시밀란쿤데라!!!!!!!!!!

알랭은배꼽티를입은아이들을보며

배꼽에대해생각하기시작하고

라몽은누군가의사망소식을기쁨에찬얼굴로들려주는다르델로를만난다.

그리고그가이미너무늦은….암에걸렸다는이야기를듣게된다.

평소에는거의좋아하지않았던그의수줍은손길은라몸의가슴을뭉클하게한다.

다르델로는자신의거짓말에대해웃고아주기분이좋아졌다.

글말미쯤가면암에걸린그를위해라몽역시

다르델로가관심있어하는여인과그가연인관계일거라는…..

거짓말을해주게된다.

연극배우이기도한

칼리방은친구들과의파티에서프랑스말을한마디도하지못하는파키스탄인으로나온다

그리고파키스탄말을못하면서파키스탄말을해댄다.

24마리자고새에관한

스탈린의농담에대해아무도그말을농담으로여기지않는다.

농담의시대가아니기때문이다.

흐르시초프가그말은거짓말이라고화장실에서야난리를친다.

샤를은그지점을위대한역사의시대가도래했다고못박는다.

나는단언?컨대

단언하는사람을좋아하지않는다.

단언은

자신이진보주의자이면서

진보가아닌사람을매도하는일이라고여긴다.

자신의생각이나경험이절박하거나절대절명일수는있다.

그러나그진폭이아무리깊고넓다손치더라도

자신을넘어서면그일은그저바닷물에휩쓸려버리는

작은시냇물같은것이된다.

지금도그다지복잡하지않고

더군다나부자가아니어서

나중에

(나중에도비겁한기운을상당히많이품고는있지만)

난참심플하게살거에요.,

하면

부자의눈빛은이렇다..

니가부자로살지않아봐서뭘모르는이야기야….

나보다조금정말께끼손톱만하게고생을한사람은

니가고생을안해봐서그렇지정말나처럼고생을해보면그런말을함부로못할거야.

그러니나는내삶의한축이자

가치의지향점이기도한

심플한삶에대해

아무에게도강요하지않는다

그냥마음이통하는사람들에게가끔이야기하는정도이다.

그런데

농담을..

혹은표현을

위대한역사의시대가도래한지점이라고단언하고못박는것,

이것은참으로명랑하면서도대단해보인다.

그리고고개까지끄덕이며공감하게된다..

그공감의부분이

아무도알아채지못하는부분,

비밀스러운부분

그전까지아무도접근하지못했던지점..

지극히섬세해서…..

나는밀란쿤데라에게

참을수없이매혹당하고만다.

우아함의극치

세련됨의정점

여전히치기어린수컷의성향을지니고있지만

자유롭고배려많은

깊은성찰과함께

아무나할수없는그만의독특한생에대한해석을지닌자

나는그가

그런사람을

생이부여한<귀족>이라고생각한다..

아직이십여년내게도기회가있으니

나도생의귀족이될수있을까….

가난을모시고/장석남

오늘나는가난해야겠다
그러나가난이어디있기는한가
그저황혼의전봇대그림자가길고길뿐
사납던이웃집개도오늘하루는얌전했을뿐

우연히생겨난담밑아주까리가
성년이되니열매를맺었다
실하다고말하진못하겠다
어디또그런데가서그아들손주가되겠다
거짓마저도용서할
맑고호젓한가계(家系)

오늘도드물고드문가난을모신,
때까만메밀껍질베개의
서걱임
수(壽)와복(福)의
서걱임

어제영광불갑사에서찍은사진

10 Comments

  1. 선화

    2014년 9월 24일 at 11:22 오전

    메밀베개의서걱임…
    서걱거림을느낄때즈음이면
    분명소슬한바람을느낄즈음의요때!!!
    가을의문턱을넘어온때가아닐까…유추해봅니다

    언제영광은가시고~~

    저는아직…무지해서밀란쿤데라에게전혀
    유혹을몬느끼고있고요~~ㅎㅎ   

  2. 참나무.

    2014년 9월 24일 at 1:22 오후

    귀족이라시니저도읽고싶네요…
    ‘까막눈이’는진도는무척잘나가는데…
    -특히다녀본곳…많이지명까지많아나와…
    근데책덮을즈음…남는게없는것같아힘빠지는중이어서…

    (나부코…지난일요일은서로바빠많이아쉬웠어요~~요담엔순이님도같이…….)
       

  3. mutter

    2014년 9월 24일 at 3:20 오후

    란쿤데라의소설을몇권읽고났더니
    스타일이비슷하다할까?
    내일은친구를만나기로했는데한시간일찍나가서
    책방에앉아밀란쿤데라의(지난번에읽다가다못읽은)
    소설을한권읽고들어오려해요.
    짧은것은두시간만책방구석에앉아읽으면가능하거든요.ㅋㅋ   

  4. 푸나무

    2014년 9월 24일 at 3:35 오후

    선화님
    이런글이좀관념적이고
    머릿속생각을적은글이라
    재미가없긴해요.ㅎㅎ

    밀란쿤데라..생기기도잘생겼는데….ㅎㅎ
    말해보고싶은사람인데
    말이안통하겠죠?
    그레도언제한국오면사인받아야지.하하   

  5. 푸나무

    2014년 9월 24일 at 3:36 오후

    이다음에만날때
    도서관에없으면
    빌려드릴께요.

    그쵸까막눈이는
    그두께에비하면허전하죠.
    무의미는아주얇아요.

    생각해보니순이언니가삐치셨을지도몰라요ㅠㅠ.
    혹시하면서도
    물어보지도않았거든요.
    네담엔꼭함께….   

  6. 푸나무

    2014년 9월 24일 at 3:42 오후

    멋쟁이무터님…..
    사람이가장아름다워보일때
    제경우엔책읽는포즈예요.
    서점도서관전철….
    거기다가밀란쿤데라면야….
    나는그의머릿속이
    진정으로럭셔리하다고생각해요.ㅎㅎ   

  7. Hansa

    2014년 9월 25일 at 12:47 오전

    쿤데라할아버지가말하는’인생의통찰’이군요.
    여자배꼽모양,사실은모두다르지요.
    모양,깊이,크기..하하

    저는외과의사라맨날배꼽을봅니다…
    몸매에균형이잡힌사람은배꼽도잘생겼답니다.

       

  8. 쥴리아스

    2014년 9월 27일 at 11:09 오전

    스탈린,칼리닌그리고칸트얘기가너무아이러니하지않나요?이건뭐절대적아이러니가아니고서야어찌이새사람이같은문장에같이그것도전혀우스꽝스럽게나타난답디까?이부분에서깔깔대고웃었어요..으이구쿤데라의짓궂음이란…ㅋ   

  9. 푸나무

    2014년 10월 1일 at 1:43 오후

    쿤데라는배꼽을아주전혀다르게해석해내더군요.
    아하참하며읽었어요
    치과의사는
    이빨생김새에따라
    성격두다르다는이야기도하더군요.
    모두가
    각각다름!!!!
    철학이죠.
       

  10. 푸나무

    2014년 10월 1일 at 1:44 오후

    쥴님
    정말대단하지않아요?
    그할아부지……
    근데책나왔던데
    언제출판기념회안하셔요?
    저두부르시겟죠?
    그래도우리가블절친에동갑인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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