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섬 증도ㅡ 천년의 숲길을 걸었네

왜낡은것들은

그리고오래된것들은

언제나사람의저깊은곳으로스며드는걸까요.

숲이사람을홀리는것도

그의성품의하나인

오래됨일거예요.

나무의낡음도새로움을낳는낡음때문이죠.

섬엘가면시간이더디가는게보이곤해요.

잘만하면

오래된사원인앙코르왓에서만난스콜에서

비의정체를바라보앗듯이

시간의정체가보이기도해요.

사람이많이다니지않는섬

하긴제주도도….그언저리사람이잘다니지않는곳을걷노라면

여전히그렇죠.

시간이보인다는것은

가령파도가스쳐왔다가다시사라져가는바닷가…..에서

얼마나긴세월을저렇게만나고헤어졌을까……를생각하면가슴이뭉클해지는거죠.

마음속어떤사건의점화가

감겨져있던눈을뜨게해요.

순간눈이밝아지는거죠.

거기시간이흘깃자취를들어내보여서.

무한대의시간과그안의점하나같은내가만나는거요.

어디론가떠난다는것은

어쩌면그런시간과의해후일것같기도해요.

반복되는일상속에서는절대바라보지못하는것,

그러니떠난다는것은

일상의벗어남뿐이아니라

새로운시선을갖는일이아닐까,.

두번째간보물섬증도에서

염전은자주볼수있는풍경의하나죠.

벼농사못지않게

소금농사….를많이짓고있으니까요.

바닷물이라는씨앗을염전에담고

물속에숨어있는소금이라는열매를걷어내는일.

햇살과바람이

그리고시간이벗해주지않으면절대안되는일

슬로우라는단어속에서살아숨쉬는단어가벗일것같기도하죠.

어쩌면어떤농사보다더천수답적인농사….염전.

그리고그밭에는어디나헐거운듯낡은듯

야트막한소금창고가

마치모란디의정물화처럼놓여있어요.

평생살던곳을떠나지않으면서

그러니까그소략한삶의모습대로

몇가지그릇과조화만을가지고

블랙홀같은예술의세계로빠져들어갔던모란디말에요.

그는몇개아주간결한그릇들을이리저리배치를하고그리기시작하죠

정말참사소한소재이죠.

너무시시해서어떻게그림이될까싶은데.

히려그렇게미미해서

더욱우아한정신의세계가되는것아닌가

많은것을커다란것을

더군다나일상을가득안고있는사람들은

결국예술이추구하는지점이정신이라면

정신이라고생각하는것들을소산해낼뿐이지

실제정신자체에는도달하지못할지도몰라요.

모란디의단순한정물화가그토록아름다운것은

단순하기에

그렇게홀로정진하기에

정신으로가는여정속에서

결국정신을만난게아니었을까….

그저아담한빛깔,

경계선즈음의색들

모란디의…..의손끝에서빚어지는아련한정물들….

세상의어떤풍경에도밀리지않아요.

정신의우아함이극도로세밀하게표출되어있어서죠..

바닷가파도소리를들으며해송이가득한길을걸으며든생각이었어요.

슬프고도아름다운풍경

소금창고는마치바다끝수평선처럼아련해보이기도했어요.

증도는우리나라소금의약6%를생산해낸다고한하는데

소금도당연히슬로우푸드이죠..

증도는섬전체가금연섬이에요.

아시아최초의슬로우시티….

슬로우시티는패스트푸드에반하는단어라구해요.

즉패스트푸드가없는곳이어야하고

인구가5만이하여야하고

유기농식품의생산과소비,

전통음식과문화보존등의조건을충족해야하고

대개섬나라가미신이많은데

자연재해에민감한곳일수록그렇죠.

일본도그래서신이많다고하더군요.

인간의한계를의식….

누군가에게의지하고픈….

근데증도는거의모든섬주민들이기독교인이에요.

남편에게버림받은한여인이담대하게복음을전했죠.

그리고그녀의발길에따라교회가세워졌어요.

천사개로이루어진신안군의섬들을수없이다니노라

그녀의고무신은일년에아홉켤레가닳아졌다구요.

자신이사랑했던성도들을위해

죽음의땅으로거침없이회귀했던문준경.

<알을까는씨암탉>이란….

일본인순사의모멸에찬문장과함께순교하신분.

그러나지금이문장은믿는사람에겐지극히아름답고무구하죠.

별처럼빛나구요.

그녀가날마다밤이되면홀로올라기도했다던산을올라가봤는데

우린해가뜨겁네

가파르네

땀이흐르네하며올라갔구요.

길이닦여진지금도쉽지않은길을

그분은날마다혼자올라가서담대하게기도하셨다고해요.

멀리염전이보이고

그너머

한반도지형으로나무가심어진울참한삼림이보이더군요.

그리고그곁의아주길다란모래사장우전해수욕장…..

산을내려와서점심을먹고

우리는그길을걷기시작했어요.

짱뚱어모양을한증도의명물다리에서시작해서

천년의숲을요.

해송이그렇게길게그렇게많이심어졌다니

오른쪽으로그렇게길다란백사장이이어지다니

오직들리는것은

바람이해송을건드려서내는서걱이는소리와

파도소리

조금가까이가면커지고조금멀면멀어지는…..

난부러일행들과떨어져걸었어요.

그러니모란디생각도했고

거기어디쯤서시간과의해후를할수있었던거죠.

17 Comments

  1. 참나무.

    2014년 10월 1일 at 9:43 오전

    기다렸어요증도다녀오신이야기

    저에게증도에관한책도있는데언제빌려들릴게요…
    진짜소금도사야하고…

    -나중에다시정독해야겠어요…지금은…;;
       

  2. 참나무.

    2014년 10월 1일 at 12:44 오후

    정독했어요이젠…증도를두번이나가시고…
    조르지아모란디그회색의절대미를연상하셨구나-그느낌충분히이해합니다

    서촌의사진전문갤러리류가헌에서포토그레퍼김혜경의전시회에갔다가
    [천국의섬,증도]란책까지샀답니다.
    순교자문준경을따라걷는길-부제가있는…
    책뒷장엔증도가는방법숙박료까지소개된책이어서
    꼭가고보싶은곳으로정했는데…전언제훌훌떠날수있을지…;;

    이리자유로운데결혼기념일따위안챙기면어때서요..ㅎㅎ

       

  3. 선화

    2014년 10월 1일 at 12:54 오후

    증도…

    저도가봤어요오래전에…
    그때도착이오밤중~그땐숙소를예약할생각도안하고
    일단배고파저멱을먹고숙소를찾으려니
    너무도캄캄해갖은고생했던기억이…ㅎㅎ

    지금도김&소금을살땐꼭요길걸삽니다
    (제주에선몬샀지만..)

    그땐저다리없었던기억이…

    그러게요자유로운푸나무님!!부럽습니데이~ㅎㅎ   

  4. 와암(臥岩)

    2014년 10월 1일 at 12:55 오후

    무척아름다운글과영상이군요.

    이글읽으면서저의잊고지나온추억과해후하게만들어주시다니요?^^
    ‘증도’,
    ‘병풍도’,
    ‘매화도’,
    그리고’안좌도”팔금도”암태도”자은도’등네섬을돌면서’1004의다리’를거닐던시절이아련하게떠오른답니다.
    ‘도초도’,
    ‘비금도’는말할나위도없구요.

    그때도반은이미먼사이가되었겠지요.^^
    대구에서그곳신안의1004섬을모두돌순없었지만발길간곳도많았습니다.

    단지임처럼이런예쁜글을남기지않았음에,아니남길수없음은어쩔수없는한계이니깐요.^^^^

    ‘소략한’이란단어도무척오래잊고지났던단어이군요.
    고맙습니다.
    저의방찾아주시고,
    칭찬해주신글남겨주셨으니부끄럽기한없답니다.

    내내건강하셔요.
    눈나쁘지만시간내어읽지않은아름다운작품들읽겠습니다.   

  5. 데레사

    2014년 10월 1일 at 12:57 오후

    증도,나도가보고싶은데별르고만있어요.

    섬전체가금연구역이라니,마음에듭니다.
    가까운남양주조안면도슬로시티인데그곳도아직천천히
    못둘어보았어요.뭐가그리바쁜지….

    행복한시월달이되기를바래요.   

  6. 푸나무

    2014년 10월 1일 at 1:09 오후

    참나무님
    마이브라더가내게자유를주는것은
    그의성격탓도있겟지만
    마누라가늙었다는…인정도하는거지요.
    그동안아이들키우노라고생도햇고하하,
    증도는정말느긋해지는곳이에요.
    이번에걸은저햇ㄹ길은
    5킬로미터정도걸었는데
    내내해송과바닷가파도소리가들려와서
    세상에이런곳이…..
    저기저위해수욕장끝에서부터끝까지걸은거예요.
    엘도라도라는럭셔리리조트에서서보니
    한눈에다보이더라구요그끝이…..

    핑가보세요.ㅎㅎ
       

  7. 푸나무

    2014년 10월 1일 at 1:12 오후

    저두이번에소금40킬로그램
    그리고김두톳
    우렁세봉다리
    그리고허브소금등…
    쇼핑해왔어요.
    아무화과두사왔구요.
    아글고보니선화님댁에는무화과없난요?
    무화과는원래바닷바람을맞고크는건데…
    선화님은대신골프하시잖아요..
    전골프의골자도모른답니다.
    아골자는아나?하하   

  8. 푸나무

    2014년 10월 1일 at 1:18 오후

    와암님.
    아이구
    사막여행을하시는스토리가하두아슬해서가슴조리며읽다가…
    저는언제그런사막에가보나…하다가
    부러움반놀라움반..
    거기다가
    어찌나정성을가득넣으신포스팅읽으면
    그냥가서는안될것같아….

    그리고제글은눈아프신데
    읽으실필요없답니다.
    우선
    도반이아니고…^^*
    머릿속자자분한이야기적은건데요.
    와암님께서도건강하셔서더멋진여행하시길요.
       

  9. 푸나무

    2014년 10월 1일 at 1:19 오후

    이제다리가놓여저
    섬이라고할수는없겠지요.
    모든섬에다리를많이놓아서
    양지가되는가하면
    거기에따른그늘도있다고들하더군요.

    증도는가보실만해요강추!데레사님.   

  10. trio

    2014년 10월 1일 at 9:39 오후

    증도가도대체어디만큼있는섬인가요?
    처음들어보는이름…
    염전과숲과,바다와멀리보이는산과섬들…
    너무멋진곳에다녀오셨군요.
    한동안뜸~해서궁금했는데…ㅎ
       

  11. Anne

    2014년 10월 1일 at 11:19 오후

    함초가루를사와서
    음식만드는데넣었더니
    식구들이별안좋아해서그냥있어요ㅠㅠ   

  12. 산성

    2014년 10월 2일 at 12:36 오전

    그냥증도가아니고’천사의섬증도’…로군요.
    언젠가고창에다녀오다가길을잘못들어
    내친김에지도까지다녀온적은있어요.
    지명이지도…네했던.
    증도,다시가볼기회만들어야겠어요~모닝.

       

  13. Lisa♡

    2014년 10월 2일 at 12:40 오후

    증도의석양이그렇게좋다던데..

    석양어딨쑤?
    내가가고파하는증도.
    아——좋다.   

  14. 푸나무

    2014년 10월 3일 at 1:49 오전

    앤님.
    음식도유행같아요.
    요즈음은어성초가유행이든데
    벌써어성초비누도선물받았다니까요.
    함초가다이어트에도좋다고하던데…
    ㅋㅋ
       

  15. 푸나무

    2014년 10월 3일 at 1:50 오전

    트리오님증도는
    전남신안군에있는1004개의섬중하나에요.
    크리스챤들에게는
    순교지로알려져있지요.
    네에,
    여기저기느긋하게걷는데
    살아있다는것….
    참감사하고아름답더군요.
       

  16. 푸나무

    2014년 10월 3일 at 1:52 오전

    리사님
    올만이시구랴.
    윗글에석양사진한장넣었수.
    커피솝에서차마시고있는데
    아…기막히게아름다운일몰이었다우…..
    수다스런아줌마들
    모두아주고요해질만큼…..   

  17. 푸나무

    2014년 10월 3일 at 1:52 오전

    산성님
    진짠지는모르겟지만하여간신안군….섬이천사개라고하더군요.
    그래서천사의섬…
    정말천사같으신분두있었구요.
    네에
    산성님도
    오늘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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