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에 대하여

<이미수없이많은눈들이이풍경을응시했었다는것을나는안다.

그런데내게는이풍경이마치하늘의첫번째미소와도같이여겨졌다.

그것은가장깊은의미에서나를밖으로끄집어내놓는것이었다.

나의사랑과이돌의절규가없었다면모든것이다무용하다는것을이풍경은내게확신시켜준다.

세계는아름답다.이세계를떠나서는구원이란있을수없다.

이풍경이내게차근차근가르쳐주는위대한진실은

바로정신이란아무것도아니라는것마음도아무것도아니라는것,

햇살에따듯해진돌혹은하늘에구름이걷히면서흠씬키가크듯위로솟구치는

시프레나무바로그것이이치에맞다는말이가질수있는유일한세계를

금그어주는경계선이라는사실이다.

유일한세계란다름아닌인간이없는자연바로그것이다.

그리하여이세계는나를무화한다.그것은나를저극한까지떠밀어간다.

세계는분노하지않은채나를부정한다.>

까뮈의산문사막에서나온글이다.

소파에반쯤누워서읽은김화영의산문

여름의묘약에서

카뮈의이글을만나고

나는뭔가내안에서소생하는에너지를느낀다.

말랐던마음이라는땅에

촉촉한보슬비가내리는느낌이랄까

구름과안개가적당하게섞인한낮의어둑함….

공기가지닌습기…..가건조한마음에스며드는,

글이주는에너지는가볍고보드란호흡처럼….

청랑한숲에들어선것처럼정신을깨게한다.

카뮈는로르마랭에노벨상상금으로집을장만한다.

그리고빈집가구하나없이텅빈집에서그는여러시간동안

우두커니서서포도나무의붉은낙엽들이거센바람에불려서

이방저방으로날아드는것을바라본다.

몇줄의글안에서존재하는오래전의사람카뮈는

기이하게도

내가실제로바라본어느풍경을그린시보다더욱

시적이다.

도저한가을에대한형상이다.

가을자체로여겨진다..

진심으로드려지는가을제

가을이드디어나무를정복해내기시작했다.

어쩌면한해중가장화려한빛깔로

지기위해물들어가는것.

수요일과토요일

작은도서관는수역이길에는

은행나무가그득하다.

초록은노란잎으로변하기위해먼저연두의세상을만난다.

그리고서서히노란색으로물들어간다.

색으로세상을건너는나무들의세상

어쩌면한해중가장내밀한부분을가장깊게보여주며

안녕을고하는….

그그윽한번짐들은얼마나조촐히아름다운지

가슴이서늘해지는것은

아름다움탓만은아니다.

홀로가야만하는저뭄….때문일것이다.

가을은사라짐으로

머물지않음으로

손을모으게하고

마음을살피게하며

성찰의시간으로

내슬픈영혼을들여다보게한다.

어제

깊은밤

전주로조문을다녀왔다.

일곱명이타고있는차안에는그어디에도죽음의그림자도없었다.

.아직여든도안되었는데

겨우일주일아프다가시니자손들이서운하겠네….

나비처럼몇마디날다가죽음은사라져버렸다.

그리고우리는다시그소소하디소소한일상의이야기와

오메단풍이네……로돌아왔다.

죽음이라는지울수없는거대한문자

생의마지막관문이자

도무지경험해볼수없는그피안의세계는

오직철두철미죽은자만의것이다.

그를미스하거나애도하거나혹은탄식한다할지라도

결국죽음자체에대한것은아니다.

그와의관계에서파생되는슬픔,

다시볼수없다는…..

내감정의결과물일뿐이다.

우리모두에게어느땐가는너무도확실하게닥쳐올

그거대한생의장막이

타인의것이라는이유하나로얼마나가벼워지는지

내죽음도그러리라….

하물며죽음이이처럼가볍다면

삶도또한가볍게여겨야마땅하지않는가

그런데도언제나삶의무게는우리의허리를후청이게하며짓밟기조차한다.

부조리를이야기하다보면우리는또다시햇빛으로돌아오게될것이다.”

까뮈는말했다.

왜상은왜곡된그림을말한다.

홀바인의대사들은실존했던젊은이를그린그림이다.

그림속에는그들이얼마나능력있고지적인사람인가에대한

표현으로온갖상징물이가득히들어있다.

그뿐아니라그들이아무리훌륭한사람이라할지라도

그들역시유한한인생이라는것을기억하라는의미로

왜상..왜곡된해골이그림중간하단에그려져있다.

이해골은보통으로보면절대해골로보이지않는다

그러나어느한지점에서면아주선명한해골이나타난다.

그리고그지점에서면나머지사물은전부왜곡되어보인다.

수려하디수려한

삶과죽음에대한비유..

좀피곤했었던가.

여행을다녀온뒤

그것도겨우나흘….

감탄하며놀라며혹은즐겁게생각하며다녀온길인데

일상으로돌아서니모든게시들하다.

후쿠오카에내리니

바람과함께비가몰아치고있었다.

워낙비를좋아하는사람이라

여행지에서의비….는더욱흡족했다.

그러나바람을무서워하는일본사람들은

일찍문을닫고

자기집으로대피해버렷다./

나무가좋던구마모토성은그래서들어가보지도못한채

밖에서바라보기만했다.

오래된벗나무의나뭇잎들은벌써다잎을떨궈내고

오아름다웠던가을이여….를발하고있었다.

그또한풍경인것을…..

언제나그렇지만거대한나무는

절대자신을

사진기에함부로주지않는다.

이상하게나무는

내게특히내사진에게매우인색하다.

저우람한나무곁을지나오는데

처음들어보는기괴하고낯선소리가마치벼락치는것처럼들렸다.

놀라서바라보니

나무ㅡ아래누워있는가지가꺽이면서내는소리였다.

작아보여도왠만한나무한그루는넘어보이는가지….

누워있는모양이갓난어린아기송아지자태다./

8 Comments

  1. 데레사

    2014년 10월 20일 at 7:11 오후

    구마모도쪽을다녀왔나봐요.
    낯익은성이보이네요.성안에는안들어가셨다니
    약간아쉽기도해요.

    요즘여든도안되어서돌아가셨다니약간은아쉽기도합니다.
    그래도1주일앓다가셨다니복된죽음같아요.

    감기걸리지마시고건강하시길바래요.   

  2. 산성

    2014년 10월 20일 at 11:59 오후

    가구하나없이텅빈집에서
    이리저리뒹구는붉은포도나뭇잎…을물끄러미
    이가을의그림하나로.

    일본의성들이다그렇지만지나치게차가와서
    성밖나무들이더다정하게느껴질때있지요.
    봄꽃좋으니지금한창
    단풍아름다울때…로기억합니다.

       

  3. Anne

    2014년 10월 21일 at 12:26 오전

    글자의조합이보여주는작가의내면…
    아름답습니다.
    감히
    가슴을뛰게도하구요.
    소파에비스듬히누워읽은
    ‘김화영’과그속에들어있는’까뮈’…….
    나도그렇게하고파요ㅎㅎ   

  4. 선화

    2014년 10월 21일 at 12:55 오전

    감탄하며놀라며다니던여행길이
    조금지나니것도시들하다!!그말에저는화악~동감이갑니다

    뭐든~그렇겠지요?
    잠을몬이루도록억울하기까지했던소소한사건(?)들도
    시간이지나면시시해지더이다~ㅎㅎㅎ

    그러게요…초상집을가는길의차안에서
    저도그안에껴있는듯일상의잡담에열중하며
    달렸겠지요…그렇게인생은나없이도굴러가는것을~^^   

  5. 푸나무

    2014년 10월 24일 at 2:12 오후

    네데레사님
    성엘못들어갔는데
    성엘다녀온사람이일본성에는꼭들어가봐야하는데
    그어두운비의를봐야하는데하더라구요.
    답이넘늦엇죠.ㅎ   

  6. 푸나무

    2014년 10월 24일 at 2:14 오후

    앤님소파에비스듬히눕는일은아주쉬운일이니
    한번해보세요.
    여름의묘약도서관에서빌려가지구요.하하.
    남의손에든떡이커보인다….ㅋ
    저포도는시어,
    보다훨더인간적이시죠.
    앤언니.ㅎ
       

  7. 푸나무

    2014년 10월 24일 at 2:14 오후

    산성님
    맞아요가을정경으로아주그만이엇어요,.
    그몇줄안되는글줄기가….
    난데없이빈집으로프로방스로순식간에데려가더라니까요.

    일본의성이차갑구나….

    오늘어떤아이가그러더라구요.
    단풍봣니?
    햇더니
    네,단풍피었어요……
    그래네말이맞다단풍이꽃처럼피어났구나.   

  8. 푸나무

    2014년 10월 24일 at 2:15 오후

    여행길에서는신낫는데
    다녀오고나서
    세상일이시들해지더라는…
    이상한여행의여파도있던걸요.

    그런가벼운죽음에서
    미리내죽음도배운다느거지요.
    누군가에게내죽음도그러리….
    쓸슬한생각이지만
    아마도확실한일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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