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 오후

고개를넘어오니

가을이먼저와기다리고있었다

흙빛산벚나무이파리를따서골짜기물에던지며

서있었다미리연락이라도하고오지(…)

그랬느냐는내말에

가을은시든국화빛얼굴을하고

입가로만살짝웃었다.

웃는낯빛이쓸쓸하여(…)

풍경은안단테안단테로울고

나는가만히가을의어깨를감싸안았다(…)

서늘해진손으로내볼을만지다

내품에머리를기대어오는가을의어깨위에

나는들고있던겉옷을덮어주었다.

쓸쓸해지면마음이선해진다는걸

나도알고있었다.

늦은가을오후

***********

도종환의가을오후라는시이다.

사실이시는내취향은아니다.

가을의오롯한정취는단풍처럼살아있지만

재치와기능이약간성하기때문이다.

는미소짓게하지만

격을낮추는작용도가끔겸하고있기때문이다.

시의자리는적어도등경위정도는되어야한다.

왜냐면시도

교수나정치인처럼혹은시인처럼사회적위치가있기때문이다.

사회적위치에걸맞은격은소유하고있어야한다는것,

아니무조건어렵고고답적이어야한다는것이아니라

가볍고경쾌한격두있으니

그저시도자신을성찰할수있는자리정도는도달해야한다는것이다.

그렇지않으면

신상털기에걸릴지도모른다.

그래도나는이시를골랐고오늘아이들과함께읽었다.

쓸쓸해지면마음이선해진다

이구절때문이다.

쓸쓸함이여….선함이여….

이둘의관계가낯설어보이면서도그래선지더욱마음에매우들었다.

맞다.

쓸쓸할때사람은더없이선량하다.

아니선량할수밖에없다.

쓸쓸함은사람을부른다.

사람을그리워하는일이쓸쓸함이다..

사람은어디에있는가.

우리는사람곁에살면서도사람을그리워한다.

수많은사람이내곁에있고내곁을지나가지만

내가그리는사람은어디에있는가,

그는누구인가,

나의쓸쓸함을견뎌내게하는이…..

아니이나이들어

사랑일지,

분홍빛설렘을이야기하자는거아니다.

그거야순간아니겠나.

혹은착각아니겠나.

근원에다다르지못하고소멸해가는감정아니겠나.

그러니결국

쓸쓸함은존재론이다.

돈이나권력혹은소유에대한것들을잊게해주는

존재의공중부양.

그리하여

사람은쓸쓸할수록선량하게되어갈것이다.

시를읽다가눈이맑은아이가그랬다

맑아선지힘이없어보이는눈빛이었다.

선생님저두요즈음너무외로워요.

그아이는그순간가을의어깨처럼보였고

나는그아이에게품을빌려주는

사람이되고싶었다.

지난주엄마가말기암이어서병원에간다는아이에게

엄마는괜찮으시냐고물었다.

이야기해도돼요?

그럼무슨이야기든지,.

엄마돌아가셨어요.화요일에장례치렀어요.

가슴이갑자기푸욱내려앉았다..

,그랬구나…..그랬었구나…..

할말이없었다.

18살아이는그저무표정했다.

불타고화려하다할지라도

저물어가는….

시듬이있는

가을이주는쓸쓸함은아무것도아니었다.

그아이의무표정은

참람했다..

공원과연계된청소년회관주변에는나무가많다.

벚나무는붉게변해가고

느티나무는노랗게당단풍나무는새빨갛게

살구나무이파리는아픈것처럼시들은모습이었다.

그리고

일엽지추

커다란오동나무이파리들몇장이

작은낙엽들과함께누워있었다.

늦은가을오후였다.

오래된친구들과함께

광릉엘갔다.

하루종일비가딱가을만큼내리는날이었다.

사람들소리만들리지않으면

우산위에내리는빗방울소리

그리고우리조차조용해지면

나무들위에후드득내리는빗방울소리들…..

야아우리빗방울소리좀듣자….

걷지않고서있기도햇다.

빛이색인데

빛이없는대신

물방울이지닌빛남이색을기이하게보이게햇다.

비내리던가을숲

15 Comments

  1. 참나무.

    2014년 10월 24일 at 3:27 오후

    이밤은브람스에게만취하고…
    밝을때다시오리다   

  2. 말그미

    2014년 10월 24일 at 3:50 오후

    오늘은詩人의집에왔어요,가을시인.
    가을이라서인지그소년의이야기가가슴이먹먹했어요.
    참람.
    참그러셨겠어요.   

  3. 데레사

    2014년 10월 24일 at 4:09 오후

    가을날오후,아주아름답습니다.
    그러나엄마를잃은소년의슬픔을생각하니
    슬픈색깔로닥아오네요.

       

  4. mutter

    2014년 10월 24일 at 8:48 오후

    ‘내품에머리를기대어오는가을의어깨위에’
    이문장이그냥여자라면알겠는데요.
    직역을하면못알아듣겠어요.ㅋㅋ
    나도돌아다니고싶어.   

  5. 소리울

    2014년 10월 25일 at 12:44 오전

    쓸쓸함과선량함그상관관계가제마음에많이와닿습니다.
    여행중많이쓸쓸했었지요
    선량함으로다스리지않으면안될만큼…ㅎㅎㅎ   

  6. Anne

    2014년 10월 27일 at 12:16 오전

    아직’단풍나들이’도못했는데
    늦가을,색바랜단풍…..섭섭하네요.
    일교차가크지않은이동네의단풍은
    단풍이아니고,그냥시든잎이거든요.

    쓸쓸함은
    사람을자신속으로침잠케하고
    ‘허무’라는욕망의속성을깨닫게하니
    선량해질수밖에없는게지.하고생각해봅니다.   

  7. 푸나무

    2014년 10월 27일 at 12:52 오전

    밝을때다시온다더니오신거에요?
    참나무님ㅋㅋ
    하긴하바쁘셔서…
    정말그에너지에저매양놀랜답니다.   

  8. 푸나무

    2014년 10월 27일 at 12:56 오전

    무터님
    나도돌아다니고싶어…..
    에서소녀를봅니다.
    우리가아무리나이가들어가도
    여전히마음은소녀죠.
    늙지않는마음이라는소녀….

    그래도잘돌아다니심서…ㅎㅎ   

  9. 푸나무

    2014년 10월 27일 at 12:56 오전

    말그미님
    시가있으니
    비록제가쓴시는아니지만
    시집이죠.ㅋㅋ

    아그아이정말참
    표현하지않지만엄마잃은그상실감을
    평생잊지못할거예요.
    그냥헤어질때등만스다듬어주엇지요.
    체격은엄청큰데아기같았어요.   

  10. 푸나무

    2014년 10월 27일 at 12:57 오전

    소리울님
    여행다니시면서쓸슬하셨어요?
    그러면최고의여행하신것아닌가요…
    왠지그럴것같아요.ㅎㅎ
    오직저는부럽기만할뿐이지만!!!!   

  11. 푸나무

    2014년 10월 27일 at 12:58 오전

    데레사님가을이
    그렇지않아도좀그렇지요.
    그래도데레사님께서는
    아주건강하고씩씩하게가을잘보내시고계셔요   

  12. 푸나무

    2014년 10월 27일 at 1:03 오전

    앤님
    그동네부산은일교차가적고따뜻해서리…
    쨍한단풍은좀그렇겠네요.
    단풍보러위로올라오세요……
    어제친구가전화함녀서
    동네단품과가우언도단풍이도다르더라며
    오늘지네집있는강원도가자고하더군요.
    바빠서못간다고했어요.ㅎ
    시괜찮죠?ㅎㅎ
       

  13. 참나무.

    2014년 10월 27일 at 12:22 오후

    밀린글이제다읽었어요
    푸님의제자들은복도많겠네…합니다.

    바로위규서의참한뒷모습도보고
    채송화어머님껜꾸벅인사도드렸고요….^^

    인사동은잘다녀오셨나요-뒷이야기풀어주실거지요..^^
       

  14. 푸나무

    2014년 10월 27일 at 3:39 오후

    인사동은잘다녀왔습니다.
    새로생긴
    비비고사철밥집에서
    1시간기다려밥먹으면서
    맛도분위기도기타등등
    거의다괜찮은곳에서밥묵음서
    오메이제식당까지이리대기업이
    들어서면
    작은식당들은우찌살거나………
    거대담론을생각하질말든지
    그런식당엘가질말든지….
    이회색인아……
    생각하며밥먹노라사진한장도못찍고갤러리도못가고
    여기저기기웃거리며쇼핑다녔습니다.
    내일은일찍언니에게가봐야하구요.   

  15. 八月花

    2014년 10월 28일 at 3:27 오전

    가을이깊네요…
    이동네는아직인것같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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