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마니산과 브람스의 알토 랩소디
BY 푸나무 ON 11. 3, 2014
토요일교회에서단풍등산을갔다.
매해같은장소인강화도마니산.
조금이르게나서면그다지막히지도않고
또멀지도않아서단체가움직이기에는매우적합한거리.
거기다가마니산산자락아래에있는기도원에미리식사를부탁해놓으면
등산을하고내려와서아주편하고맛있는식사를할수가있으니
많은수가움직이면서일일이따로점심을준비하는복잡함이없어아주편하다.
처음몇년은기도원에서올라가는산길로정상을올라갔는데
삼년전부터는정수사로해서정상엘갔다가기도원길로내려오곤한다.
정수사에서마니산오르는길은
조금가파른느낌의길을올라
산의능선에오르면내내시야가확트인
능선길이계속되어지루할틈이없는길.
가끔아슬아슬한바위타기도하니이보다더좋을수없다.
거기다가드문드문만나는
소사나무는나의반가운지기.
어디선가읽었는데소사나무북방한계선이마니산이라고했다.
능선에서자라노라
바람과추위에이리저리치인신산한木生?이
그대로드러나는소사나무몸통들…
그리고사랑스러운자그마한이파리들….이
마음을한량없이즐겁게해준다.
세상사람아무도모르는
내마음과소사나무와의은밀한조우는
아주아주괜찮다.
금상에첨화다.비의秘儀라고해도좋을까.
그런곳을죽을때까지라도가보겠나.
내셔널지오그라픽에서하는식물에대한다큐에서봤다.
툰드라지역에서수십년을조금도자라지않고그저생존만해있는
수목한계선의침엽수들
신비롭기그지없었다.
마치생명이없는듯
움직임도없고
그저고요만가득한지대
온몸에흰눈을베일처럼덮고고요히하늘을향해서있던
마치창조의뜻을묵상하며
간절하게기도하는이처럼보이던나무들….
비록그런수목한계선은아니더라도
북방한계선인마니산에서만나는소사나무는
수목한계선의아우라를담고다가오곤한다.
멀리참성대가보이고소사나무에방점을찍는
아주커다란소사나무가보이면…더욱그러하다.
이제가지눈맞추고오던소사나무가미시적각론이라면
참성대앞소사나무는정교한테제다.
토요일에[는다시기도원에서산을오르기시작했다.
정말사람없는산길이다.
만나는이도없었지만그보다는하나도다치지않는무수한낙엽들이
수북히쌓여있었다.
그러니낙엽카펫이다.
한발자국뗄때마다
바스락거리는소리가크다.
언제나그렇지만산을오른다는것은
인생길과똑같다.
난데없는복병이나타나넘어지게하고
가파른길을오를때면숨차다.
그런가하면다시오솔길로접어들어편안하게하고
사람과만나면수다에빨려들고
혼자걷게되면오롯이고요해진다.
11월1일이었다.
브람스의알토랩소디가생각났다.
괴테가젊은이와함께올랐다던하르츠산도
이렇게아름다웠을까….
널따란베레모에굵은망토깃을휘날리며산을오르는괴테
그를사랑하고존경하는젊은이의모습을마치실제로보기라도한듯
괜히가슴이저민다.
그러나저멀리있는사람은누구인가
그가걸어가는흔적은덤불속에가려있고
지나고나면덤불은다시엉겨붙고
풀은다시일어나무성해지며
황야는그를삼켜버린다
아누가이고통을치유해줄것인가
향유가독으로변해버린그의고통을
사랑의샘에서인간증오의물을마셔버린그
처음멸시당하다가이제는멸시하는사람이된그는
아무도모르게자신의가치를소모시킨다
계속되는이기심으로(괴테)
브라암스는스승의아내를사랑했고
그리고그딸을사랑했다.
수줍고우울한그가혼자하는외로운사랑이
그를음의심연으로내려가게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