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디와의 대화

작년에도그랬던가회화나무

우리동네에서도몇그루보았는데어제덕수궁에서도그랬다.

원래회화나무는아주늦게새순이나고

이르게노란빛으로물들며져내리곤해서

저친군질긴맛이없어….생에대한갈망이약한겐가.생각하곤했는데

이상하게올핸바싹마른채회색으로변해

아직도나무곁에웅숭거리며매달려있는것이다.

마치이탈리아초하의양광아래은회색으로일렁이던올리브나무처럼

조르지오모란디

이탈리아사람이다.

굵은이야기라빠져나가는것들이많겠지만

눈부신태양이어쩔수없이이탈리아사람들에게부여해준

밝음’‘외향

깊이사유하는모란디에게는힘에겨웠을수도있었겠다.

그래서그렇게평생집안에서만그림을그렸을지도모른다.

빛가운데서바라보는빛보다는

어두움가운데서바라보는빛이더많은것을보여준다는것을알았겠지.

내몸하나겨우들어갈만한장롱….

아귀맞지않는틈으로길게새어들어오는햇빛속에서그렇게수많은것들이

움직이는것을나도본적이있으니…..

그는자기의방에서말하곤했다.

지금작업중이라고

그러나실제캔버스도붓도그는들지않고있었다.

머릿속으로그림을그리고있었던모란디,

모란디의다큐를찍은감독은그리해석했지만

풍경을보며

사물을보며

수많은피사체와빛을보며

그는결국보이지않는존재에대한성찰을하고있었던게아닐까.

생의이면에대한사유.

이미지로만보던모란디의그림을친견하며…..

그가그리고또그리던

그단순한피사체….가그려진작은그림들을보며

문득그가공기를그리는것아닌가.

어디에나가득차있는공기.

그러나눈에는보이지않는공기를그려냄으로

그는존재에대한새로운해석을하고싶었던것일까.

사실그의모든그림은

그림사이즈도작았고

간결한구도와단순한색채들은흐릿하게섞여있었다.

(우아하거나섬세하다는혹은세련된색상의하모니이런도식적인수사는

그의그림에맞지않다.그러니그의그림을일천한나의언어로는표현할수없다

실제내글속의모란디이미지도친견햇떤모란디그림과많이다르다)

<세상에는아무것도없거나거의아무것도없다.중요한것은예술가가지금까지와는

다른위치에서자신의관심을끄는대상의본성을찾는것이다>

그가한말처럼

실체를지닌것들이어떻게공기를함몰시키는가….

실제나는그의그림에서공기가우묵하게눌러져있는것을보았다.

조금어둡게그림자처럼

흐릿하게사물의뒤로밀려난공기가보였다니까.

모란디는아마도

공기와피사체

그들의부딪힘을최소화하기위한완충제로

켜켜이쌓이는먼지를사랑스럽게여겼을것이다.

그리하여시간의더께와궤를같이하는먼지를방패삼아

(아이런여린방패라니)

공기….

세상에서가장큰공간을차지하고있는

그촘촘한막과의경계선에두었을것이다.

그리하여모란디는공기의세상으로한발내딛은게아닐까.

부유하는….

존재하나존재하지않는것처럼보이는

철학의접점인그상태로…..

그는작품의단순함을서툴음으로여겨주길바라는듯했다.

혹시나자신의작품에어떤

천박한기능이스며들까봐두려워하는듯했다.

극도의절제

극도의단순함

극도의간결

그리고거의같은색의아주작은다름으로그다름조차

튀어서는안된다니까!내밀하게속삭였다.

단순한피사체를더욱단순하게만드는색의조화로움

모란디는당연히조화로움을깊이궁구했을것이다,

그러나그는자신의그림이조화로움에머물기보다는

그곳조차떠나길바라는것처럼여겨졌다.

그림이가는다음세상은

혹적막이라는곳일까…..

전시는크게모란디미술관소장품으로구성된1섹션과국내소장모란디작품및

한국의근현대미술로구성된2섹션으로이루어졌다.

2섹션에서는모란디의정물과모란디와같은시대를산한국근대미술거장들인

박수근,김환기,도상봉등의정물화를비교했다.모란디로부터영감을받은동시대작가들,

모란디와유사한태도로사물에접근한한국작가들의작품을만날수있다.

박수근의1960년대작픔인모란1957년작복숭아‘,김환기의1958년작항아리와대화

도상봉의1970년작라일락등이함께전시됐다.(펌기사)

.

블록버스터영화는기피한다.

사실그게폭탄이름아닌가.

그러니블록버스터영화를본다는것은폭탄을맞겠다는뜻도된다.

(아니라고?아님말고)

참고로나는아직도인터스텔라를안봤다.

아마안볼지도모른다.

편견일수도있지만돈많이쏟아부은영화는

쏟아부은돈만큼시각을압도해생각을하지못하게한다.

그런데도블록버스터전시회는엄청좋아한다.

돈많이들인보험액수가많은..그런거대한전시회는

가능한한안놓치려고애를쓰고장마당같은전시장에끼어서

여기기웃저기기웃하며그림을본다.

내평생언제또고갱고흐뭉크드가를보겠는가하며,

덕수궁에서하는모란디전시회는

블록버스터가아닌필름포럼에서하는인디영화야곱신부의편지같았다.

무엇보다딱모란디의느낌처럼기획된전시회였다.

모란디와의대화라는2섹션은사랑스러운아이디어였다.

아무리그래도나같은범속한사람은양을떠나지못하기에

하다못해지인이사준도록25000원두께를보며

비싸다20000원하면맞겠다ㅎㅎ하는사람이라

모란디의그림이조금더….많았으면하는마음을

2섹션이상쇄해주더라는것,

그곳에딱세점모란디가있어서

어머귀여운액센트!!!!

했는데기사를보니우리나라사람이소지하고있는작품이었다.

모란디와같은세대를산익숙한화가들의그림과

모란디느낌이저절로나는젊은화가들의작품들이보는즐거움을선사했다.

덕수궁안은아직가을이었다.

처연한기가맹성한가을….

그럼,철새도늦게떠나거나늦게돌아오기도하는데

가을이라고그러고싶지않을까.

서울의가을이다떠나도

덕수궁안의가을은

망설이며서성거리고있을수있다.

전시장을나서니낙엽냄새가훅소리를내듯다가왔다.

그렇다.

예술의힘은망각이다.

세상사에서벗어나다른세상으로의진입이다.

내가처해있는세상을객관화시키는위대한힘..

여백가득한충일한시간

***********************

"정승희작가는시간을떠나시간을넘어서바라본다.정물화와풍경화안에담긴시간을거슬러재현한다.
우리가상상하며만들어가는이야기들이,지금과맞닿아있을것이라는믿음에서작업이시작되고,

마음속에품어두려하고,늘생각하고상상뿐이었던,아니면실제가아니라고단정지어버렸기때문에

닫혀지고숨겨져있었던이야기들을,그의미들을이야기하기위해드로잉을한다.(략)
정물화의기원이되는18세기샤르뎅(Jean-Baptiste-SiméonChardin)부터,사물을바라보는

새로운시각을제시한세잔느(PaulCezanne),그후20세기시간을초월하는법을정물화에서찾으려했던

모란디(GiorgioMorandi)까지,그들의정물화에등장하는사물들이작가의시간으로읽혀지고새롭게그려진다.
또한풍경들역시읽혀지는시간,공간속에서새로운풍경으로다시만들어진다.

마음속에품어왔던상상의풍경들이꽉찬공간안에서가상으로펼쳐진다.

5월8일부터5월18일까지."(데일리한국기사)

가끔제글에댓글을다시는

정박사님의따님정승희작가의몇년전전시작품이다.

모란디보다더모란디스러운….

아저살짝살짝비치는,보이는,아니느껴지는

비밀스러운중첩의언어들…..

모란디와의대화…제2섹션장에필히있어야하는작품인데아깜다!!!!!!!.

12 Comments

  1. 참나무.

    2014년 11월 28일 at 3:17 오전

    모란디의’먼지’에관하여얘기할날있을까요
    정물지도…mm까지계산했다는…이남자
    한평생결혼도않고…아니할수도없었겠지요

    2층원석연연필화도보여반가웠는데
    도슨트는그냥쓰윽지나가버리데요…

    조병수목수김씨.승효상,&모란디…
    제가편애하는분들을자주만날수있어참좋고또많이바쁜요즈음

    조블이요즘왜이래요?
    다날려버린모란디…그랬기참다행이네~~합니다
    편히즐감했어요…수고하셨어요~~
       

  2. Anne

    2014년 11월 28일 at 7:25 오전

    ‘야곱신부의편지’같은전시라니!
    어쩜푸나무님의전시평을보기만해도느낌이오는….

    우리동네회화나무가로수는
    노란잎이이제우수수떨어지는중이에요.
    회색이아니라서
    모란디하고는거리가있지만ㅎㅎ   

  3. Lisa♡

    2014년 11월 28일 at 10:31 오전

    표미리예매해두고
    날짜만잡길기다리는중요.
    도록도함께사는표로구했거든요.
    도록할인받을수있기에.   

  4. 푸나무

    2014년 11월 28일 at 3:15 오후

    참나무님
    먼지이야기해야죠.
    아니저는들을께요.ㅎㅎ
    마이란이연락을안하네….같이만날때먼지이야기우리해요.
    벌써다녀오셨구나.
    하긴참나무님안가신곳을제가어찌가볼리가있나요.하하

    모란디쓰시다날아갔어요?아까버라….
    다행이라뇨,
    다시해보세요.

    2층은시간이부족해서못올라갔어요.
    그대신다큐는아주재미있게다보구요..
    다시한번친구들과가보려구요.
    천천히보게요.   

  5. 푸나무

    2014년 11월 28일 at 3:20 오후

    앤님글쎄
    올해회화나무가
    혹노망이든게아닌가….ㅎㅎ
    아니면대추나무미치듯….
    혹시…
    하여간전혀다른모습이라니까요.
    이즈음은가금올리브나무가따뜻한곳에가면보이던데
    이상하게열매가연상이되어선지
    그가느다란이파리가햇살에움직일때
    은회색빛이차암인상적이었어요.

    부산은확실이따뜻해요…
    이제지는군요.   

  6. 푸나무

    2014년 11월 28일 at 3:22 오후

    리님그런게있어요?
    이담에만나면정보알려주셈

    팀장이되면….
    돈많이벌고…
    그러면쏘셔야지?ㅎㅎ
    하여간
    유능한리사님회이팅!!!!

       

  7. 산성

    2014년 11월 30일 at 1:39 오전

    공기가우묵하게눌러져있는것?
    조금어둡게그림자처럼?
    그것살펴보려다가다시물러서고그랬네요.

    맨아래정승희작가의세심한텃치도참마음에들어요.
    세잔의사과그림이던가?하여간
    고요함이배어나는목탄그림
    벽한쪽에걸어두고막막한마음으로바라보면좋겠네
    그런생각한적…
    바야흐로11월마지막날이네요~

       

  8. 푸나무

    2014년 12월 1일 at 6:07 오전

    이제12월이에요.
    강이쪽저쪽으로
    아니…강이있긴한건지….ㅋㅋ
    오,
    다음블로그
    그리며,그리워하며아시는구나.
    댓글도다시지…
    제이님께서엄청반가워하실텐데…ㅎㅎ

    눈오시는날입니다.
    지금은그치고마구바람중…..   

  9. 올리브

    2014년 12월 1일 at 10:51 오후

    푸나무님~
    정말표현을잘하셔서…ㅎ

    덕수궁을가면주변소음이자주들려서조금
    안타까울때가많아요…고궁의고즈넉함이
    참으로아쉬운…망각이고다른세상으로의
    진입이라는말씀에딱제가느낀바를맛깔나게
    설명해주셨네요…공감백배!!!   

  10. 푸나무

    2014년 12월 2일 at 3:53 오후

    올리브님
    조선일보기자님들중
    (설마다른기자분들읽지는않으시겟죠?하하)
    제가보기엔가장
    순수해보이시는올리브님.
    느낌이정말그래요.
    사람들사이에서약간손해보실것같은,
    약지못한….
    마음여린…그렇죠?

    그래도차암
    올리브님단아한포스팅이죠.
    맥딱딱짚으시는….

    그런올리브님께서공감해주시니

    플러스백점…..(ㅋㅋ개콘버젼….그녀참귀엽죠잉)
    2014/12/0300:53:07   

  11. 산성

    2014년 12월 3일 at 8:30 오전

    그리고다음블로그는몰랐는데요.
    그냥정승희작가를찾아봤어요.
    그림실어둔곳이더러있더군요.뉴스포함.
    정작갤러리는딱한장?
    그림이맑고좋았어요~모란디보다도^^
    언젠가도소개하셨지요?

       

  12. 푸나무

    2014년 12월 3일 at 2:29 오후

    우와산성님기억력이청년이시네?
    말놓아야겠다.어이동생하며ㅎ

    맞아요.
    이년전인가
    정승희작가전시회리뷰를썼었죠.

    Jcash은
    정작가아부지…ㅋㅋ시고

    글쎄재능도뛰어나지만
    아이고얼마나미모가뛰어나던지
    늘씬한키에….

    제가반햇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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