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설경의아침
캔버스에유채,116.8×80.8cm,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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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책은만들어지지만글이다책은아니다.
책은글이꿈꾸는꿈의자리일것이다.
글의성취라고나할까,
어딜가려면읽건안읽건책을핸드백에담곤했는데
이즈음은가벼운외출시
손전화를슬쩍만지며책을담지않는경우도많다.
자투리시간에전화기만펼치면
거기온세상을덮고도남을만한글판이펼쳐진다.
수많은신문기사들
에세이들
영화,음악,미술,문학은더말할필요도없이….
그리고나도합류해있는블로그글들….
겨우손바닥안에서펼쳐지는글이라고무시해서는안된다.
나와는전혀다른시선들의세상이거기펼쳐진다.
더군다나대다수글들은매우짧다.
짧은글은싫증나지않는다.
싫증나려는순간에글은이미끝나있다.
짧은글만을쓰다보니긴글을쓰지못하겠고
어쩌면이렇게계속짧은글만읽다가
나중에는긴글을못읽게될지도모른다는생각이문득들곤한다.
어디에서건도무지심심할틈이없다.
심심할틈이없으니잘사는것인가,
책에서답을얻지않는시절이다.
검색창에원하는단어만치면무수한답들이일렬종대로늘어선다.
스스로생각을해야만하는일도
생각하는대신검색난을사용하면
다른사람들의생각이역시일렬종대로나타난다.
몰랐던지식들이삽시간에한움큼이다.
공평을좋아하는세상살이에인터넷은딱알맞은매체다.
그렇다고해서그엷음조차가려지는것은아니다.
당연한말이지만
내생각이아닌남의생각
내느낌이아닌남의느낌을내것化
내가들어있지않는곳,것,은
결국나의부재를의미한다
어쩌면지금은
그런부재를존재로오인하는세대가아닌가..
어제오후해저물무렵공원을걸었다.
겨울나무들은빈몸을하고의연하게서있다.
이파리넓은오동나무도이파리아주가느다란회화나무도
노오란살구를바람불때마다떨어뜨려내던살구나무도
다비슷비슷해보인다.
겨울앞에공평하게벗은몸을하고선나무들은
얼핏죽은것처럼보인다.
그러나그속내는어찌하고있을까..
저기저벚나무는
유별나게검은가지가
유별나게헐벗어
바람불때마다
유별나게추워보였다.
꽃을사랑하면서
꽃만본다면
사랑을모르는것이다.
나무가혹은꽃을피워내는풀이
얼마나꽃을사랑하는가를먼저알아야한다.
그리고그사랑은인내로부터시작한다는것을,
이미온가지에촘촘히매달고있는동아.
겨울눈들.
한여름아주건강할때가진저아이를추운겨울을지나게해서
이른봄에피어나게하는것,
왜그토록추운겨울을지나서야….
그뜻을우리는다알수없지만
또굳이모를일도아니다.
우리의아이들을우리가어떻게키워야하는가를웅변하고있다는것을
다만모르는척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