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투명한 서정시ㅡ 리틀 포레스트

살짝살짝석류

요즈음한두개쯤거의날마다석류를먹어요.

이상하게사과나딸기배같은과일을별로안좋아해요,

대신참외포도는좋아하지요.

귤은좋아하지만오렌지나천리향도별로

몸에좋은것보다는입에맞는것을좋아하는

상당히촌스러운입맛이지요.

쟁반과자그마한접시가필요해요

오렌지벗기듯이위아래를살짝잘라낸다음

칼집을네군데얇게넣어줘요

그리고살짝벌리는거죠.

거기힘이안들어가야해요.

아주살짝결을따르듯가볍게….

두개로나눠진석류

이쁘죠….신기해요그알알이….

그리고다시그석류반을들고

살짝힘을주어요.

그러니까그지점이매우중요한데

내힘으로나눠지는것이아니라

나는아주작은힘만살짝내보내고

석류지가

나눠지고싶은데로결대로나눠지는거예요.

석류의자의식을존중해줘야

석류가화를안내요.

화나면터져요피나요.ㅎ

그리고거기서도아주살짝살짝다스려야해요.

손톱말고손가락으로

그것도힘을빼서아주부드럽게

아주살짝살짝석류알을석류에게서때내는거예요.

힘을세게주면당연히부서져버리죠.

그리고한수저가득입에담고아사삭터트려요.

달콤하죠.

아주달콤해요.

그렇다고설탕의단맛처럼천박하지는않아요.

희귀할정도의고급스런맛은아니나

생기있고발랄한맛이에요.

그리고또다시아주살짝살짝석류를까기시작해요.

이게보통노동이아니에요.

아주집중해야하구요.

정성도들여야해요.

시간두꽤걸리죠.

껍질까서먹는과일치고이렇게시간많이걸린과일나와보라해요.

제경우엔석류한알까먹으려면적어도이십분넘게소요되더라구요.

분해된석류잔해도엄청나요.

한알로뭉쳐있을때와는비교할수도없이커져있어요.

석류도물한컵비슷한존재인가봐요.

물이컵안에서내게도자유를달라고외치며

뛰쳐나와세상으로점프해봐요.

물한컵

수건하나로도잘안되죠.

꼭그기분같았어요.

석류를조심스레까는,

나보다석류에게더홀려있는순간

입안가득퍼지는우아한달콤함

석류에홀려있는시간…..과똑같더라니까요.

진지하며감탄하며새롭기도한

리틀포레스트…..

원작이있다해서짧은소설인가했는데

왜냐면주인공의내래이션이매우소설적이었거든요.

가령토마토는강하다….

강한토마토에대한이야기가진행되다가,

그래요또

토마토는약하다….

대비와함께풀어헤쳐지는토마토에대한이야기들이

아주소설적….이었는데

실제만화래요.

면사무소를나가려고해도한시간반쯤

자전거를타고나가야하는아주깊은시골에서사는처자가

텃밭혹은동네숲에서얻은먹거리로

아주침착하게잘음식을만들어서

아주예쁘고경건하게먹는이야기에요.

여름날차가운물에담궜다가물기가득한싱싱한붉은토마토를

커다랗게한입베어먹는모습이라니….

수유나무라고번역되던데

내가보기엔보리수였어요.

시고떫은그러나너무나이쁘게생긴열매를연구하다가잼을만들어요.

우린맛없는과일

그냥맛없는채로두잖아요.

근데그맛없는과일을아주열심히생각하고

사랑(?)해서

제가보기엔그런것같았어요.

씨를애써서파내고설탕을넣고

약한불에오래도록뭉근하게끓여잼을만들어요.

그리고바삭거리는토스트에그잼을발라서먹어요.

빵이입안에서부서지는소리가얼마나먹음직스럽게들리는지

잼은맛있었을까요?

영화첫화면부터

짙푸른초록이펼쳐지는데

초록귀한세상을겨우내살아선지

눈이씻어지는것같았어요.

작은풀잎들

나무들그리고벼가바람결에움직이고

비오는날자욱한안개들….

정말정말소소하고평범한시골의풍경들이

얼마나얼마나아름다운지….

스토리별로없어요.

살짝살짝있으려나하다가

사라져버려요.

개성강한엄마그리고어느날떠나버린엄마

도시에서돌아온주인공….이년후배남자….

애정전선도강렬한스토리도전혀없어요.

그저여름어느하루처럼

지나가는이야기들속에서

음식이

그음식이되는재료가

그재료를만들어가는자연이

오롯이남는영화에요.

리틀포레스트….

제목과영화가아주어울렸어요.

군더더기없는맑고투명한서정시라고나할까,

6 Comments

  1. 데레사

    2015년 3월 25일 at 11:03 오후

    시골집우물가에석류나무가있었어요.
    한알빼서먹으면입안전체가쏴하니새콤달콤했던
    기억이납니다.

    아직우리나라석류는계절이아니니수입산인가봐요.
    알도엄청굵네요.   

  2. 騎士

    2015년 3월 26일 at 7:29 오전

    석류재래종은작고시기만해서
    사우디근무시어린애머리통만한
    사우디석류를시다고생각하고
    안먹다아쩌다맛을보니
    이거미치게시원하고맛있능기라
    요즈음마누라가사온거자주
    훔쳐먹지요
    씨채씹어먹어요   

  3. 지안(智安)

    2015년 3월 27일 at 12:27 오후

    리틀포레스트영화도있구책도있나요?
    상큼할듯하네요.
    우리석류는너무시고이란수입산은안사봣어요.
    터키에서는짜서쥬스로팔던데맛있더군요.
    해붜굿나잇~   

  4. 푸나무

    2015년 3월 27일 at 11:36 오후

    네데레사님
    우리나라석류는시어서…절대못먹죠.
    요즈음엔중동에서미국에서수입을하더군요.
    아주아주달콤해요.
    맛있어요.
    긴시간을걸려서먹어도배가안부른다는점이매우좋구요.   

  5. 푸나무

    2015년 3월 28일 at 1:49 오전

    기사님맞어중동에서사셧으니까…
    아이들머리통만한석류….
    알두훨씬더굵었을거고우와맛있었겟어요.
    미치게…..
    ㅋㅋ접수합미당.
    석류가여성에게좋다고하던데
    사모님꺼넘많이훔처먹지마세욤,
    다행히우리집식구들은
    까기귀찮아서다들안먹는다고하더군요.
    물론저두까주기까지는안하니까,
    지혼자먹기도그렇게시간걸리는데ㅋㅋ
    씨에영양분이많다고해서
    저두씨채먹어보려구햇는데
    마지막조금은….ㅋㅋ

    그나저나기사님댓글은완전반가워요.
    왕림
    옵하야….ㅎㅎ   

  6. 박수진

    2015년 3월 30일 at 12:58 오후

    저도이거봤어요ㅋㅋ감주만드는거랑홀토마토만드는거해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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