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투명한 서정시ㅡ 리틀 포레스트
BY 푸나무 ON 3. 25, 2015
살짝살짝석류
요즈음한두개쯤거의날마다석류를먹어요.
이상하게사과나딸기배같은과일을별로안좋아해요,
대신참외포도는좋아하지요.
귤은좋아하지만오렌지나천리향도별로…
몸에좋은것보다는입에맞는것을좋아하는
상당히촌스러운입맛이지요.
쟁반과자그마한접시가필요해요
오렌지벗기듯이위아래를살짝잘라낸다음
칼집을네군데얇게넣어줘요
그리고살짝벌리는거죠.
거기힘이안들어가야해요.
아주살짝결을따르듯가볍게….
두개로나눠진석류
이쁘죠….신기해요그알알이….
그리고다시그석류반을들고
살짝힘을주어요.
그러니까그지점이매우중요한데
내힘으로나눠지는것이아니라
나는아주작은힘만살짝내보내고
석류지가
나눠지고싶은데로결대로나눠지는거예요.
석류의자의식을존중해줘야
석류가화를안내요.
화나면터져요피나요.ㅎ
그리고거기서도아주살짝살짝다스려야해요.
손톱말고손가락으로
그것도힘을빼서아주부드럽게
아주살짝살짝석류알을석류에게서때내는거예요.
힘을세게주면당연히부서져버리죠.
그리고한수저가득입에담고아사삭터트려요.
달콤하죠.
아주달콤해요.
그렇다고설탕의단맛처럼천박하지는않아요.
희귀할정도의고급스런맛은아니나
생기있고발랄한맛이에요.
그리고또다시아주살짝살짝석류를까기시작해요.
이게보통노동이아니에요.
아주집중해야하구요.
정성도들여야해요.
시간두꽤걸리죠.
껍질까서먹는과일치고이렇게시간많이걸린과일나와보라해요.
제경우엔석류한알까먹으려면적어도이십분넘게소요되더라구요.
분해된석류잔해도엄청나요.
한알로뭉쳐있을때와는비교할수도없이커져있어요.
석류도물한컵비슷한존재인가봐요.
물이컵안에서내게도자유를달라고외치며
뛰쳐나와세상으로점프해봐요.
물한컵
수건하나로도잘안되죠.
꼭그기분같았어요.
석류를조심스레까는,
나보다석류에게더홀려있는순간…
입안가득퍼지는우아한달콤함
석류에홀려있는시간…..과똑같더라니까요.
진지하며감탄하며새롭기도한…
리틀포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