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룽나무

참촌스러운일이다.

이눈부신봄날에나무한그루보고자그먼길을훠이훠이가다니,

아침에아니어제밤부터내생각했다.

내일은기필코귀룽교를지나귀룽나무를보러가리

며칠전연화도한바퀴와

통영동피랑을헤집고다니노라하루동안약일곱시간을걸었더니

종아리가아직풀리지않은상태인데

아무래도오늘,

결행?치않으면귀룽나무가떠날것같아서둘렀다.

구기터널지나북한산오르는길에는

다른어느곳보다귀룽나무가많이있다.

그러고보니진관계곡쪽에는노간주나무가많고

삼천계곡길에는소나무숲이좋다.

북한산성쪽으로는당단풍과쪽동백나무가많은것같던데….

숭가사쪽으로오르면

짙은밤색을색을칠한나무다리세개를지난다.

버들치교우정교귀룽교

그냥버들치다리우정다리귀룽나무다리하면

훨씬더좋은어감인데….

버들치다리아래계곡물에서는버들치를찾아볼것이며….

오늘도찾아봤지만안보였다.

아직춥나?버들치에게는…..

우정교를지날때는우정을생각해보는데

94살먹은시아버지초상을치룬친구가생각났다.

너무서운하다며니엄마에게잘해라는…..

엄마일기장에

고운내딸이녹두죽을써줬다…..

이런구절정도는가끔등재를하지만

잘해주는게어떤건지….는여전히잘모르겠다.

컨디션별로라는소리를듣고도엄마잘하고계셔하며

귀룽나무만나러산길을오르는딸이니….

당연히귀룽교옆에귀룽나무서있다.

산초입에팥배나무꽃이하도말갛게피어나있어서

아혹시했는데

꽃없다.

꽃진자리뿐이다.

그러나나의귀룽나무는조금더위에있으니또혹시하며산을오른다.

이유없이정감가는사람있듯이유별나게마음가는나무가있다.

강화도백련사앞잘생긴나무들은정말잘생긴남자처럼느껴진다.

세상에어쩌면저렇게잘생겼담.

저절로흠모의정이솟아나고….

그런데귀룽나무는그런류가아니다.

그런멋진,잘생긴자태가아닌

괜히기대서이야기하고싶은

도란도란말나누고싶은

그저가만히바라만봐도좋은그런나무이다.

실제귀룽나무는처음자라날때는모든다른나무들처럼

위로솟구치며자라지만얼마만큼성숙되면

그의가지들은밑으로쳐지기시작한다.

어느가지는거의땅과맞닿아있어

자란만큼땅을향하여숙이고있다.

무엇보다귀룽나무의새순은

그빛깔은참말로싱그럽기그지없는데

신기하게도연두를거치지않는연초록빛이다.

산위에서혹은멀리서

봄산에순움터오르는소리가들릴무렵….

귀룽나무는홀로이르게연초록이다.

꽃은어떤가.

마치어질디어진사람이주는느낌처럼

소박하며풍성하다.

자그마한송이들이서로가까이하여다정한모습이다.

긍휼을아는자처럼여겨져품안으로스며들고싶은

나무는꽃처럼

꽃은나무처럼

이다.

드디어나의귀룽나무다.

품이하도커

그아래아주여러개의쉴자리를만들어놓았는데도넉넉하다.

오늘은바람이세차고날카로웠다.

봄바람이라고하기에는지나치게거칠었다.

골짜기안오래전에터를박고있는귀룽나무도

미려하게흔들리고있었다.곷이사라져버려서

오히려그어느때보다자세히보고또보았다.

귀룽나무가가득피어있을때

귀룽나무때문에

그곳을’기도원’으로착각한자야아가씨

그리고숲지기우야아저씨…

꽃보다그늘이고왔다.

해맑은팥배나무꽃

무슨제비곷이냐고묻지마시길…..

꼭바위틈에서사는매화말발도리

이정도면엄청큰놈?이다.

이상하게지난해가지에서피어난다.

다섯그루정도만나서한참같이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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