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살 엄마가 지으시는 화분 농사와 나으리

쿠바의오가노포니코가우리동네에도있다.

주차장부지로수십억에매매함이란팻말이붙어있는큰빈터곁

아주자그마한공간이다.

벽돌과어디선가주어온약간큰돌그리고나무토막으로

누군가오가노포니코를만들었다.

실제작년에그빈터를막은철망으로호박넝쿨이올라가고

그리고가을에아주커다란호박이여러개달려있는것을보았다.

아야,저땅이참말로좋아야….()도잘들고..’

그러니까엄마는그손바닥만한땅이부러우신거다.

엄마집은텃밭만도수백평이었는데…..

쿠바를생각하면그래도희망이있다.

소련이망하고미국은쿠바를도와주지않았다.

석유가없으니농촌에서는과일이썩어갔고

도시에서는기아가발생했다.

실제굶어죽기직전이던쿠바사람들은

도시에서야채를기르기시작했고

국가적으로도장려또장려.

나무나벽돌그어떤것이라도칸을만들어

그곳에흙과퇴비를섞어야채를재배했던것이다.

오가노포니코

석유가부족하니화학비료도없고

자연스레농사는유기농법이되었던것이다.

식충개미를이용한방제방법이나지렁이농법등

실제유기농법을나라가연구하여국민에게교육시켰다.

작년겨울엄마가음식찌꺼기만모이면슬쩍가져다가

화분에담으시는것이다.

엄마벌레생기면어쩌려고….

아야,포리(파리)가있어야벌레가생기제.,,포리도없는디무슨벌레가

아니그래도음식물썩다보면벌레….

포리없으믄벌레안생긴당께….

우리집은일층이다.

그래서바깥에화분이꽤많다.

음식쓰레기를화분에서썩히다니..

혹시벌레가나와서방안으로들어오는거아냐?하면서도

내게서효녀한가지를든다면

엄마가하고싶은일을막지않는다는것이다.

그리고올봄엄마는조금이르게호박과작두콩을심으셨다.

딸래미는

엄마화분에서숲이생겨났어무서워..

그리고사람들은묻는다.

무슨거름을썼느냐고,

콩이랑호박이무성한숲의빛깔이다.

물론지혼자되는일은절대아니다.

날마다이른아침엄마의일이화분에물주시는것이고

여기저기얼기설기묶어주고펴주고

엄마의관심속에서자라난다.

엄마는절대봄이나여름에는하늘나라가실것같지않다.

아마도깊은가을이나겨울쯤….

무슨이야기냐면엄마만식물을키우는게아니라

식물도엄마에게놀라울정도의생기를준다는것이다.

아부지가을에가시고그커다란집에서

가을과겨울을혼자나시는동안엄마는깊은우울증에빠지셨다.

이제생각하면참무심한자식들이다.

늙은엄마가남편을잃는것에관해서도무지마음을쓰지못했다.

우리도아부지를잃었으니그러려니….

엄마가조금이상하시다여기면서도….

봄이되어여기저기풀들이솟아나고

아야,인자살만하다…..는엄마의탄식을들었지.

지극히고독한인생속에서

자식들도아무위무가되지않는시간속에서

봄이되어초록생명이자라났고

그들이엄마에게놀라운치유력을발휘한것이다.

나는확실히그렇게믿는다.

지금도엄마에게저런생기를부여해주는것은

호박과작두콩이라고

며칠전친구와북한산에올랐다.

심천골을지나부암동암문을거쳐증취봉에갔는데

이르게피어난나으리=중나리한분을뵈었다.

여름숲에피어난고귀하면서도화려하기그지없는나으리.

하늘나리는하늘을바라보고

땅나리는땅을바라보는데

중나리는중간쯤

하늘도땅도아닌거기어디쯤바라본다하여중나리

오메세상에….

한참을요리보고조리보고

다시하산할때도만나서

세상에이렇게이르게피어나셨네나으리….

하도이뻐서계속앞서서걸었던친구에게

나리꽃봤냐고물으니못보았다고한다.

초하의숲에피어난꽃한송이

무슨대수랴….

같은길가면서도못보는사람도있는데

그런데내게는생명의환희를느끼게하니….

존재보다

의미나가치가우선할수도있다는

철학의한테제를

숲속나으리….

중간어디쯤바라보고계시는그분께서

내게설파하셨다.

노간주나무열매와꽃…

꽃은처음봤는데깨알만했다.

그깨알은참말로정교했다.

북한산에서는처음본함박나무꽃

좀시들어도대순가

맨날수목원에서나보던함박나무인데….

아지리산에는많이있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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