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기 전에, 한 번쯤은···.

십일월은미묘한계절이다.

세월속에흐르는단순한시간이아니라

오히려시간의흐름을막아서는듯구슬프고,

역행하는듯도저하게아름답다.

기억을돌이키게하는

어깨넓은크로노스가

저기저지는나뭇잎아래서갑자기나타나시간을밀어대니

우리의발걸음은비록뒤돌아서지는못할망정저절로서성이게된다.

십여일전성긴추위와메마른가을비가슬며시다가왔다사라졌다.

그탓인지

갑자기동네단풍이고와졌다.

아파트안나뭇잎이변해가는것을보며

이미숲속의가을은안녕을고했으리.

생각해보라.

만추의숲,그깊은속내를

동네단풍은물든다는표현보다는내려앉았다가더알맞다.

속절없는,더깊은고요를품고있기때문이다.

만이지닐수있는우미한아련함이함께해서다.

집을막나서면핀오크길이다.

크고우람한나무들이붉거나노랗거나그들이닿을듯뿜어내는활기는

가히가얼차다.

거기어디만추있으랴….하지만

아까소슬바람불어올때져내리는굵은나뭇잎들은

글발좋은이가밤을지새우며고치고또고친작심하고쓴

戀書였다.

가슴이푸욱내려앉았고

모른채억새잎에베인손가락피처럼다가왔다.

보르헤스는말했다.

뭔가를느끼지않고뭔가를발견하지않을때그순간우리는죽은것이라고,

11월은모든존재하는것들이말을걸어오는시간이다.

책갈피속언어들은유별나게환하며

차안라디오에서흘러나오는음악들은숨소리를느끼게한다.

허리굽은할머니의더딘걸음은

어쩌면가야할길에대한불안이며

자그마한아이들의꽃처럼환한몸짓들은

깊은가을인데도여전히가장아름다운등롱이다.

저기남미어느나라에서는

십일월에는죽은자들이산자를방문하는달이라고생각한다고,

그래서집을정결하게치우고

몸짓을단정하게한다는..

하긴나라도내가죽어서산자를방문하다면

11월이가장어울리지않겠는가,

나뭇잎지는소리가여기저기스산하게날릴때

햇살은투명하나땅으로길게눕듯낮아져서늘한시간

피부는건조한공기에얇아져

정신이밖으로외출하기에가장적합한때

보르헤스는또그랬다.

시간은가장본질적인수수께끼라고

그렇다면가을은가장수수께끼에근접한시간이아닐까,.

그래서죽은자는주춤거리며산자와의거리를좁힐수있는것이다.

<보르헤스의말>을가을내내곁에두고살았다.

우선한번다읽고난후여기저기들추며다시읽는다.

도서관에서빌려서읽은후샀다.

아주마음에들어서다.

이즈음은책에대한소유개념이바뀌어서거의책을사지않는다.

그득한책장을보며혼자서는만족하고남들에게는자랑스럽던시간이있었는데

이젠많거나넘치는것은그무엇이라도머리아프다.

좀헐렁하니좀가볍게좀숭숭빈틈이있는게좋다.

도서관과서점의장서들을보아도가슴이답답한데내집까지?

타인의공감을끌어올만한가치론이나철학까지는아니더라도

<간결한삶>은이제확실한삶의한방편으로내게자리하고있다.

어느때는부자가아닌게얼마나다행한일인가…..

부자들이들으면하기막혀하며모르니저러지

하겠지만정말이다.

부자가아니기에이런마음도쉬지닐수있는것이다.

책에대한욕심이제해졌으니,

이나이들어무슨그릇욕심이생길것이며가구욕심은더말할필요없다.

맛있는음식도결국은단맛과짠맛약간의새로움,

거기에분위기가전부라는결론에도달해있으니

화려한음식에대한미련도많지않다.

그렇다고그런것들을거절한다는이야기는아니다.

무엇이든가끔이라면그아니즐거울손가,

담박한삶을추구하지만

즐거움이나새로움이아름다움이라는것을알기도하려니와

절대가없다는절대에대한이야기다.

이래저래깊은가을,

찬바람머리의시간,

만절晩節이다.

계절의마디가저물어간다.

상강과입동사이에는삼후가있다.

초후중후말후

초후에는숭냥이가동물을잡아먹고

중후에는나뭇잎들이누렇게떨어지며

말후에는겨울잠을자는벌레들이땅속으로숨는다고한다.

그러니까지금어디선가승냥이가동물을잡아먹고있을것이고

나뭇잎들은저렇게지고있고

광릉숲에서바로내곁을기이한소리배로풀잎위를거니는

를내며지나가던그초록뱀은땅속으로들어갔을것이다.

가을레슨1/채희문

가을이가기전에한번쯤은

떠나볼줄도알아야지

좀돌아서갈줄도알아야지

좀천천히갈줄도알아야지

점점높아지는하늘

점점얕아지는땅

그사이에서점점흔들리며작아지는

새삼느껴볼줄도알아야지

떨어지는잎,다시볼줄도알아야지

싸늘한바람에손만흔들고서있는

나무들도,다시볼줄알아야지

좀멀리볼줄도알아야지

좀가까이볼줄도알아야지

깊은것도

얕은것도

함께볼줄알아야지

가을이가기전에가을비

아침이슬같은빗물로만나

한번쯤썰렁한가슴

젖어볼줄도알아야지

가을이가기전에,한번쯤은···.

*****

5 Comments

  1. 참나무.

    2015년 11월 6일 at 12:28 오후

    ‘가을이가기전에…한번쯤’

    저랑차한잔…청합니다~~

    반가워서우선먼저…
       

  2. 푸나무

    2015년 11월 6일 at 1:29 오후

    저두반가워요,참,참나무님.ㅎ
    그럼요차두한잔하셔야지요.
    다시어디선가만나더라도
    조블에서이별도확실히해야구요.
    그래서슬며시다시들어왔어요.   

  3. J cash

    2015년 11월 7일 at 2:04 오후

    가을이가기전에…
    저도차한잔…청합니다~~

    ‘쓸쓸함은사람을부른다
    사람은어디에있는가
    우리는사람곁에살면서도
    사람을그리워한다.."
    ㅡ푸어록에서…하하~~   

  4. 김성희

    2015년 11월 9일 at 1:15 오전

    가을이가기전에한번쯤은
    떠날볼줄도알아야지!^^
    요즈음언니,동생과늘얘기만하면서,,,,ㅎ
    최근3주간계속되는지방출장에,,외근에,,
    강행군의연속으로,
    번,아,웃….
    지난금요일여의도외근,,
    황금빛은행나무숲을…좋았어요,,
    그래,가을여행대신이구나,,,했어요!
    저도이가을이가기전
    푸님과차한잔?맛난밥도한번?
    스케줄관리들어가셔야?ㅎㅎ
    또이렇게한주를열어갑니다…^^   

  5. Angella

    2015년 11월 9일 at 2:28 오전

    잠시머물다갑니다.
    11월이되면서저는독감과의전쟁중이고.
    앞뒤에달린모과를좀따야하는과제가있고..그렇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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