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기 전에, 한 번쯤은···.
BY 푸나무 ON 11. 6, 2015
십일월은미묘한계절이다.
세월속에흐르는단순한시간이아니라
오히려시간의흐름을막아서는듯구슬프고,
역행하는듯도저하게아름답다.
기억을돌이키게하는
어깨넓은크로노스가
저기저지는나뭇잎아래서갑자기나타나시간을밀어대니
우리의발걸음은비록뒤돌아서지는못할망정저절로서성이게된다.
십여일전성긴추위와메마른가을비가슬며시다가왔다사라졌다.
그탓인지
갑자기동네단풍이고와졌다.
아파트안나뭇잎이변해가는것을보며
이미숲속의가을은안녕을고했으리.
생각해보라.
만추의숲,그깊은속내를
동네단풍은‘물든다’는표현보다는‘내려앉았다’가더알맞다.
속절없는,더깊은고요를품고있기때문이다.
‘끝’만이지닐수있는우미한아련함이함께해서다.
집을막나서면핀오크길이다.
크고우람한나무들이붉거나노랗거나그들이닿을듯뿜어내는활기는
가히가얼차다.
거기어디만추있으랴….하지만
아까소슬바람불어올때져내리는굵은나뭇잎들은
글발좋은이가밤을지새우며고치고또고친작심하고쓴
戀書였다.
가슴이푸욱내려앉았고
모른채억새잎에베인손가락피처럼다가왔다.
보르헤스는말했다.
“뭔가를느끼지않고뭔가를발견하지않을때그순간우리는죽은것”이라고,
11월은모든존재하는것들이말을걸어오는시간이다.
책갈피속언어들은유별나게환하며
차안라디오에서흘러나오는음악들은숨소리를느끼게한다.
허리굽은할머니의더딘걸음은
어쩌면가야할길에대한불안이며
자그마한아이들의꽃처럼환한몸짓들은
깊은가을인데도여전히가장아름다운등롱이다.
저기남미어느나라에서는
십일월에는죽은자들이산자를방문하는달이라고생각한다고,
그래서집을정결하게치우고
몸짓을단정하게한다는..
하긴나라도내가죽어서산자를방문하다면
11월이가장어울리지않겠는가,
나뭇잎지는소리가여기저기스산하게날릴때
햇살은투명하나땅으로길게눕듯낮아져서늘한시간
피부는건조한공기에얇아져
정신이밖으로외출하기에가장적합한때
보르헤스는또그랬다.
‘시간은가장본질적인수수께끼’라고…
그렇다면가을은가장수수께끼에근접한시간이아닐까,.
그래서죽은자는주춤거리며산자와의거리를좁힐수있는것이다.
<보르헤스의말>을가을내내곁에두고살았다.
우선한번다읽고난후여기저기들추며다시읽는다.
도서관에서빌려서읽은후샀다.
아주마음에들어서다.
이즈음은책에대한소유개념이바뀌어서거의책을사지않는다.
그득한책장을보며혼자서는만족하고남들에게는자랑스럽던시간이있었는데
이젠많거나넘치는것은그무엇이라도머리아프다.
좀헐렁하니좀가볍게좀숭숭빈틈이있는게좋다.
도서관과서점의장서들을보아도가슴이답답한데내집까지?
타인의공감을끌어올만한가치론이나철학까지는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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