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의 종말과 멜랑콜리아

에로스의종말 저자 한병철 출판사 문학과지성사(2015년10월0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커피를굵은머그잔에담는다.

책상앞으로가져오는데저절로그커피잔을두손이감싸안는다.

거만한한손에서다소곳한두손….

커피의온기탓이기도하겠지만

겨울에대한무의식적인손의제의가아닐까,

멜랑콜리아의시작은느리고지루하고도무지알수없다.

바그너의비조성화된음들….트리스탄과이졸데의프렐류드는

기이한영화의시작에절묘하리만큼알맞다.

아니오히려한수더앞서

알수없는공간으로끌어간다..

그러니까화면이색이라면음악은조형일것이다.

반쯤감은도무지속내를알수없는주인공의눈빛

그녀뒤로희부윰한하늘….에서죽은새들의사체가떨어져내리기시작한다.

(내겐그리여겨졌다)그리고브뤼헬의눈속의사냥꾼이펼쳐진다.

남자들은모두다깊이고개를숙이고있다.사냥개들도그러하다.

마을이환히보이는지점인데도아무도그마을을바라보지않는다.

검은새들은스산한나무를더욱을씨년스럽게해주고있다.

우울한겨울풍경

그하늘에서검은새들의사체가내려오기시작한다.

그리고그뒤를이어

밀레이의오필리아처럼….영화의주인공이물에누워있다.

한병철의에로스의종말첫장의제목이멜랑콜리아.

2011년칸영화제에서상을받은영화.

영화를모르니그렇지않아도어려운글이더어렵다.

한참전영화라혹시나하며텔레비전을뒤졌더니있었다.

영화를보고난후다시첫챕터를읽으니그제야진도가나갔다.

멜랑콜리아는우주를향하여돌진해오는행성의이름이다.

주인공여자저스틴은아주심각한우울증환자이다.

한병철은우울증이극심한나르시즘의결과라고단언한다.

타자가사라진공터에서다가오는질병.

그의에로스사랑은강력한타자에게서다가오는데

이에로스만이자기부정자기비움을할수있다고,

묵시록적인모습의에로스는

모든사람이흠모하는성공적인관계가아닌실패이다

사랑의부정성(나는비정형성으로읽기도했다)은급습하며상처를입힌다.

파국적재난을가져오지만그러나구원으로이르는길이기도하다.

사랑은최악의전염병이며변신이다.

즉자신을빼앗고타인의본성을불어넣는다.

이런유일무이한경험이사라져가고있다.

오늘날사랑은긍정화되면서성애만남게된다.

섹시함은자본이되어버렸다.

타자와의거리를좁히는디지털미디어는오히려타자를실종시킨다.

급습해서상처를주며나를변하게하는변신의주체인사랑은

실제긍정이아닌첨예한부정이다.

그러나현실은부정성의완전한부재로인해

사랑은소비와쾌락으로전락하고말았다.

자본주의는모든것을상품화시키고사회의포르노화를만든다

성과사회에서의가장큰키워드는

즉자발적노예가되어서자신이노예라는사실을인식하지못하는것에있다.

그래서에로스는오늘날포르노로비속화되어간다.

포르노는나르시즘이다.

반면에로스는탈습관화와탈나르시즘이다.

에로스는질서에균열을일으키며구멍을뚫는다.

오늘날모든사람이원하는사랑의성정

안락함따뜻함친밀감은

신성한에로티즘이파괴되었음을암시해준다.

보드리야르는말했다.

제의는유혹의질서에속한다.

사랑은제의적형식의파괴해방에서생겨난다.

사랑은이런형식의해체에서에너지를얻는다.‘

돈은타자에대한환상을돈으로철폐해버린다.

돈은본질적차이를지우며모든것을동일하게만든다.

사물에서의미를몰아내기위하여사람들은사진을찍는다.’고카프카는말했다.

사진은기억을돕는듯하지만실제로는환상을파괴하는도구일수도있다.

투명사회정보사회가시성사회에서환상은이미종말을고했다.

환상의위기는

타자의소멸을부르고이어에로스의종말을가져온다.

당연히한병철은에로스예찬자이다.

에로스는단순한충동만이아니라용기를함께지니고있다고그는말한다.

불평이나짜증이아닌거룩한분노가속해있어

그분노는존재에의문을제기하는동력이된다.

그는의미없는시대의긍정…<좋아요>…보다는

부정성을근거로한사유정보는가산과축적을바탕으로한긍정이라면

인식은부정성이라고한다.

재미있는이야기,,

소크라테스는아토포스적(무소)연인이었다고한다.

소크라테스의말=로고스는

듣는사람을열광에빠트리고가슴이뛰게하며

뱀에물린것처럼상처를입게했다.

모든사람이흠모하는아주잘생긴남자(이름이기억나지않음)

못생긴소크라테스를사랑했다.

겉은그렇지만그안은너무도아름답다고,

그러나소크라테스는거절한다.

로고스와에로스는이렇게내밀한관계였다.

플라톤은에로스를필로소포스,철학자,지혜의친구라불렀다.

사유를가능케하는조건은에로스다.

오직친구,연인이었던사람만이사유할수있다고그는단언한다.

그는돈으로점철되는자본주의시대에서

사멸되는것들을바라보는특별한촉하나가있는듯하다.

그는아주다양한방향에서

그가생각하는에로스…..

그의에로스는보통사람이생각하는그어떤개념보다

더크고깊으며무엇보다초현실적이다.

다리한발떼기도어려워하던

더스틴의우울증은멜랑코리아라는행성의지구방문.

즉두려움종말,죽음앞에서오히려자신에게서벗어나

아이를돌보는,타자에게로향하게된다.

한병철은이지점부정성의자리를아주날카롭게바라본다.

문학의위기정신의위기정보가사유를대신하는궁정성의과잉시대,

에로스의종말

인간을인간답게존재하게하는부재에관한슬픈보고서다.

그의글은언제나나를서늘하게한다.

9 Comments

  1. 참나무.

    2015년 11월 19일 at 9:03 오전

    Melancholia전혀예상밖의영화였네요
    처음으로줄거리읽어봤습니다
    멜랑콜리아가행성이름인것도처음알았고…;;

    저는단지운방울꽃부케때문에꼭보자하다놓친영화였거든요
    개봉관에서놓쳤으니T.V로라도꼭봐야겠네요

    역시푸님…조블수준을격상시키는포스팅
    고맙게정독했습니다..꾸벅(__)*
       

  2. J cash

    2015년 11월 19일 at 1:04 오후

    직접영화를보거나책을읽지않아도
    푸께서올린글들을읽으면서..공부를했었는데…(Really?네~정말..)
    이번글은너무어려워~~요
    여러번읽어봐도
    마치어설픈번역서를읽었을때처럼…잘이해가안되는군…
    아직도푸의글을소화시킬만한실력이안됨을실감함!!!
    그래도오늘한가지소득은’희부윰한..’이라는단어..

    누구는
    에로스와포르노의차이를
    사랑과강간,존엄과굴욕,동등(파트너쉽)과노예관계등으로
    명쾌하게정의를내렸던데……
    언제쯤되어야푸의수준높은글을읽고
    나의머리속이’희부윰’하지않고명쾌해지려나……..하하   

  3. 푸나무

    2015년 11월 19일 at 1:54 오후

    하하
    저두이글을써놓고이런재미없는글을누가읽겠나…
    지잘난척하는거아닌가.이즈음반신욕시혹은운동할때인문학강의를듣는데
    인문학이타인을배려하는것과겸손한것이라는담론을맞아~~~~햇는데
    이런글은배려도아니고겸손도아닌것아닌가,
    그래도남긴이유는그거라도하지않으면사라져버릴듯하야
    읽어주심에제가꾸벅~~~   

  4. 푸나무

    2015년 11월 19일 at 2:28 오후

    아니박사님께서제게지금무슨말씀을……ㅋㅋ
    그럼에도불구하고이리말을걸어주시니
    답글을쓰고싶은생각이불끈드네요.
    저두뭔가좀미심했거든요.
    쓰면서도이것은좀쉽게해석을….
    근데그렇게쓰려면아마한병철에세이보다더길게
    아니죠완전풀어쓰려면한단어가지고도한챕터를써야할거에요.
    그러니박사님께서어설픈번역서…라는문장에
    좋아요!긍정성의과잉을ㅋㅋ표현하지않을수없네요.

    제가이책을읽으면서딸래미에게너에로스가뭐냐?하니
    육체적인사랑…하더군요.
    좀더나가면신화속인물…이야기정도나오겟지요.
    그런데한병철은이에로스를사랑….이라고봐요.
    그러나그러면서도사랑과는조금다른….
    깊은로고스를포함한에로스라고해야할까.
    하여간이폭이광장히커요.
    그러니어쩌면이책을이해하려면에로스란단어를
    새롭게인식하는것부터출발해야할지도몰라요.
    더군다나현대성과成果)사회….를이해해야에로스를이해할수있는데
    이즈음대기업젊은이들의하는일….돈을위해서…하는모든행위
    성과가없으면아무것도인정할수없다는사회인식….을기저로
    돈이모든것을동일하게만들어버리는….
    이부분도미세하게들어가자치면
    그결이한량없어요.
    이런사회속에서사람은노예가즉자발적노예가되는데
    아무도노예라는인식을하지않는다는거죠.
    이럴때에로스라도사람들사이에서휙나타나
    즉사랑을위해서자신도버리고타자를껴안을수있는
    기회가생기는데이사회가에로스를사멸시키고있다는거죠.
    사유하며
    물론이사유속에생에대한고찰은필수일것이며
    타인의삶에내삶이들어가는아주특이한길이펼쳐지는데
    현대가돈이모든것을동일화시켜버리는
    사랑조차비속화시켜포르노화….
    가령
    “에로틱한결말은타자의특수한부재에결부되어있다”
    이부재….가도어려워요.
    저두겨우이해하고나가야해요.
    근데결론은이런부재의부정성은타자의결핌에의해
    더욱강렬해지는데
    지금현대인들은편안함안락함에젖어결핍이나지체를받아들이지못한다는거죠.
    모든사람들이싫어하는
    부정성의부재(이대목도필수이해여요)….
    사랑은소비와쾌락전략의대상으로
    쪼그라든다는거예요.
    그는포르노를에로스의적수라고봐요.
    포르노는성애를파괴한다고해요.
    <성애는성화나억압도덕속에서가아니라
    성적인것보다더성적인것
    즉포르노속에서사라질것이다!!!>단언하죠.
    포르노가음란한것은과다한섹스가아니라
    거기섹스가없다는사실이포르노를음란하게만든다고도해요.
    그러니우리가이해하고있는단순한포르노와
    그가이해하는포르노가얼마나다른지

    고도의지적경험이라고해요서문에어느철학자기
    그의글을읽는다는것은   

  5. 푸나무

    2015년 11월 19일 at 2:32 오후

    지적인것에무한매력을느끼시는분이시라
    혹시매력있어보일까싶어
    (이런실없는장난은왜꼭하고싶은건지..ㅋㅋ.)
    즐겁게댓글을써봤습니다….   

  6. 푸나무

    2015년 11월 19일 at 2:40 오후

    근데제가이글을쓰다보니확실히그런생각이들어요.
    인문학강의를듣는다고참님답글에제가말씀드렸잖아요.
    근데아무리공부를많이한지적인교수님이
    가령시경에통달하신분이강의를한다해도
    강의는강의라는거에요.
    고도의지적경험같은것은적어도강의에는없어요.
    그냥듣고즐기는거죠.
    그러나글은독서는아무리사소한거라해도좀다르죠.
    어쩌면부재를느끼는것,
    부정성을우리네삶속에서인식하고바라보게하는것
    부재의부정성을알게하는것이독서가아닌가….
    흠다른분한테는댓글도안스더니이게지금무슨불평등한행위인고…..
    선성님삐치시겄네.   

  7. J cash

    2015년 11월 20일 at 1:02 오전

    어제밤…아니오늘새벽까지푸의긴댓글을읽으며
    이글보다더길게저도다시댓글을달아서
    블로그기네스북에댓글길게달기기록을
    세워볼까하다가…잠이들어버렸어요

    저를’지적인것에무한매력을느끼는분’이라고장난스럽게쓰셨지만…
    ‘지적인것’이아니라’고도의지적게임’에무한매력을느끼는
    그냥속물(snob)임을부끄러워하지않는사람일뿐입니다
    왜냐하면
    현대사회를분석하고진단하며나름대로길을제시한다는
    젊은스타작가들의책을읽으며
    그들이’선택한용어’들이
    아~참잘썼구나..라고는생각하면서두뇌게임을즐기지만
    감동을받지는않거든요
    또그것이나의문제를해결해주는’진리’도아니고….
    잘썼다고생각은드는데책을덮고나면
    별로남는것도없는일반적인얘기들인것같고….

    그런글들보다는
    푸의글에서가끔언급하시는초등학교도안나오신친정엄마..
    엄청많은일을하며살아오셨지만
    지금은자그마한여린촛불처럼사시는친정엄마…
    한해를보내며
    엄마는하늘나라로더가까이가셨고
    나는엄마에게더가까이다가섰다…는글
    그런글에나의감정이이입되면정말감동을받게되고
    그친정엄마의총총한정신과삶에서
    삶의지혜를배우게되는것이지요….

    일반화되지않은’긍정성의과잉’과같은한병철류의용어로인해서…
    그를해설한푸의이번글들로인해서….
    희무윰해진저의두뇌가
    남들이삐칠정도로길고’쉽게~’써주신푸의댓글로
    조금은맑아젔어요~하하

    우울증과나르시시즘에대해선
    나중에한병철의책’에로스의종말’을직접읽고…
    저의블로그에서도다뤄보겠습니다   

  8. 벤조

    2015년 11월 22일 at 5:04 오후

    아이고,저는’에로스의종말과멜랑콜리아’가한제목인줄알았네요.
    영화도어렵고책도어려운가보죠?
    둘다연애못해본귀신이붙었나?

       

  9. 騎士

    2015년 11월 29일 at 7:20 오후

    자끄라캉의욕망론
    우리는욕망의실체오브제쁘띠A를욕망하면서
    그욕망의미끼인오브제쁘띠a를욕망하는척
    다른것을쓰다듬는다
    욕망의실체를감춘위선이다
    그래서항상욕망의종착역에
    도착하면채워지지않은욕망의
    빈공간때문에다시공간을채우기
    위한여행을떠난다
    타자를의식한욕망
    타자가없으면욕망도없는것인가?
    에로티시즘은오브제쁘띠a인가?
    섹스의절정이오브제쁘띠A란말인가?
    인간은욕망의위선속에살고있다
    참고:잘생긴남자아도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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