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

겨울새벽하늘은그어느계절보다맑다.

맑음은색의종류나형태와아무런상관이없다.

물의맑음처럼어두운밤하늘에도맑음있다.
연초록신록도

장렬한노을의붉음도

눈부시게맑을수있다는것이다.

초겨울쌀쌀해서더욱멀어보이는하늘은

짙으면서도어두운남빛이다.
남빛이라칭해보지만

엄밀하게말한다면겨울하늘의빛은땅위에는없다.

형용키어려운신비한하늘빛을배경으로별이빛난다.
저빛나는별은은빛인가,금빛인가,흰빛인가,
빛남의존재를무어라표현할수있을것인가.
별이아득하다는것도생각지말자.
별이나와의조우를위해생각하기도힘든시간을달려왔다는것도잊자.
별이지구처럼혹은지구보다더크다는것도접어버리자.
성냥팔이소녀의

불꽃같은별이작게사랑스럽게반짝이는것만생각하자.

12월-하늘빛은가장신비스럽고

별은가장아름답게보이는시간들이다.

시시각각변하는자연의모습을수도없이반복해그렸다는모네라면
저하늘의빛과별의빛을어떻게표현했을까,

모네는빛의효과를연구해서그림에옮긴사람이다.
그는어느여름날아주뜨거운햇볕이내리비치는데도
검은색정장을입고땀을뻘뻘흘리며그림을그렸다.
모델을서던클로드가물었다.

이더운여름날왜그래요?
모네가대답했다.

밝은색옷을입으면캔버스에빛이반사되어안돼.

모네이전의화가들은실내에앉아서풍경을그리며
그풍경속에서자신의사유를담아냈다.
그러나모네는자연을혹은대상을

정면으로응시하면서그리길즐겨했다.
나뭇잎의아름다운색깔을그리기위해서그는줄곧기다리고기다렸다.
그가원하는색채가되는순간을,
어느땐가그는여러개의캔버스를놓고한장면을줄곧그리기도했다.
같은곳같은건물이지만그의그림은빛에따라전혀다른그림이되곤했다.

그가아주사랑하고열심히가꾸던정원에그는꿈꾸던일본식다리를세웠다.
도록에서그다리를찍은네개의사진을본적이있었는데
처음아주선명하게그려진
다리는그의그림속에서점점다리의형체를잃어가는대신
정원과하나되어갔다.

마지막네번째그림에서다리는숲과하나되어
마치둥그렇게휘어진나무처럼보였다.

그러나그렇게열심히진지하게사물을응시하는자세로그림을그렸던그가

실제그리고싶어한것은
붓질몇번으로형체가나타나는

분위기와인상이었으니
생경스러우면서도타운이야기가아닐찌,.

싸아한숲의향기와함께어우러진차가운바람이
여기는저잣거리가아니라고속삭인다.

겨울숲은공평하다.

옷벗은나무도

낙엽이불덮은땅도모두비슷해보인다.
늘푸른나무몇그루제외하면

모두가볍고적나라하게다벗은몸으로
홀홀히서있다.

이파리로꽃으로엽엽이치장하고과시하면서
서로다르고자애쓰던때가언제였냐는듯
나무들은겨울앞에서단순하고고요하다.

그렇다고겨울숲이적막하기만한것은아니다.
신나무목피의도톰한괭이는겨울이라더선명하고
황벽나무의검은열매는아직도탱글거린다.
낙상홍의저붉은열매는작은여자도
혹은다아낡은옷을입고있는여인도
얼마든지어여쁠수있다는것을몸으로보여주고있다

좀작살나무의열매는진보랏빛과흰빛이다.
그조그마한열매들은모두떠나버린황량한빈집에서홀로씩씩하다.
이제는늙고시들은,

태어나게하고자라게했던가지에
젊음의생기를불어넣으면서
겨울숲에서부모와공존하고있는속깊은효자이다.

더불어황량한숲을찾는사람들과눈빛을마주하는
몇안되는색채의숲지킴이이다

옛날부잣집에있던깊은우물처럼
기름진산자락에는조그마한실개천흐르고
그실개천모여자그마한연못을이루어낸다.
숲의거울인연못은여름내내싱싱한나무들을비추어내다가
이렇게겨울이면다시지는나뭇잎몸위에품고있다가
겨울깊어가면가만히몸안에담는다.
가물면몸풀어내어나무들살리고
넘치면물가득안으며저쪽으로저쪽으로비키라니깐
손사래질하는숲의어미이다.

나무라고사람과다르랴.
부모그늘평생간다는속설처럼
늘푸른나무도잘태어나면그평생이기름지다.
나무의뿌리를살펴보면그자라온환경이보인다.
여전히땅속에서도죽고삼을반복하고있을나무의뿌리지만
험난한木生이아니면자신의뿌리를결단코들어내지않는다.
있어야할장소에있는것,
사람의격만이아니다.

나무의격도마찬가지이다.

몸처럼뿌리를세상에환히들어낸채

그래도굳건하게살아가는나무들도거룩하지만

뿌리를들어내지않아도되는나무의생도안온해보인다

뿐이랴.

무지하고어리석은사람이
자신의지나가버린영화속에젖어사는것처럼
흘러가버린젊음을하얀백발의몸이되어서도꿈꾸며살아가는나무도있다.

산수국은본래꽃의모양이볼품없어벌과나비가날아들지않자
살기위한존재의방법으로꽃도아니면서
꽃인척하는화려한헛꽃을피워낸다.
그헛꽃의잔영이그득한산수국의노쇄함앞에서한참서성거린다.
헛꽃조차여전히한몸이다.
헛꽃만으로안되는애닲음이있었겠구나.
주인이면서주인이라는말한마디

마음대로할수없었던세월도신산스러웠겠지.

낙엽겹겹이쌓인길은포근하고부드럽다.
어디든얼마든걸을수있을것같다.
자그마한길을사이에두고바라보는나무들의대화는바람이전달해준다.
여기저기나무들이야기를담고있는
숲의바람소리는품격이다르다.
굳이비유해보자면숲에서이루어지는것은로맨스요
저잣거리의바람소리는스캔들이라고나할까,

겨울

황량한겨울숲에서황량한인생길의로망을읽어낸다.

장흥자생수목원은
개명산능선에자리하고있다.
그날,

산의초입에서분명눈한두어개나풀거리며내렸었다.
그래서겨울숲은더욱깊었는지도모른다.
모네가매순간맹인이처음눈을뜨는것처럼바라보았다던
빛의마술은없었지만
실존을앞에한채그리는그의그림이인상이었다면
나도겨울숲의인상에푹젖은하루였다.

(20111215)

(눈오는사진은펌예뻐서….)

8 Comments

  1. 참나무.

    2015년 12월 18일 at 2:10 오전

    푸님글에겨울숲향이나요
    옛글이라도자주거풍시켜주시길…

    인상파제씨는흰눈위그림자색을보라로그렸지요
    언젠가과학적으로탐구했는데정말보라색이더만요.

    P.S:

    어제울현지니달과별이있는푸른접시보더니

    "함무니~~저달점점커질거지요"

    그래서제가’그럼그럼’꼬옥안아줬지요
    언젯적에는초승달그믐달보고달이라하면

    "함무니저건별이야별!!"절가르치려했거든요…ㅎㅎ

    가끔지네집에갈때’달이현지니사랑하나봐자꾸따라오네’
    그러면얼마나좋아하는지…

    아직이런손주키우는맛은모르지요..ㅎㅎ

    원문관상관나시-달,별이야기하시기…

       

  2. 푸나무

    2015년 12월 18일 at 2:19 오전

    아하…정말아이들생각은감히따라잡을수가없어요.
    접시위의달…
    자라나는달….
    아직손주맛은모르지만저엄청아이들이뻐서….
    생각만해도큰일이에요,ㅎㅎ   

  3. 데레사

    2015년 12월 18일 at 3:26 오전

    이렇게조용한글읽으며마음을달래봅니다.
    더이상은용서못할것같아서오늘좀볼성사나운포스팅을
    했지요.
    그사람도그사람이고거기에동조해서같이돈먹었다고갖은
    욕을해대는댓글들에게도경고의의미였습니다.

    미안해요.마음편치않게해서.
       

  4. 산성

    2015년 12월 18일 at 9:35 오전

    숲에들어비로소나의적막을본다
    저가벼운나비의영혼은숲의적막을날고
    하얀산수국,그고운헛꽃이내적막위에핀다
    기약한세월도,기다림이다하는날도오기는오는걸까
    이름도없이서있던층층나무,때죽나무도한꺼번에슬퍼지던날
    그리운얼굴하나로세상이아득해지던날
    내적막위에헛꽃하나피었다

    박두규시인의’헛꽃’

    우리집어디에심어두었던…
    선물입니다~

       

  5. 선화

    2015년 12월 18일 at 11:43 오전

    코끝이아릿한하얀눈도드문드문보이는그런겨울숲이
    그리운제주입니다

    이렇게산다는것은어지러움과오해의연속이기도한가봅니다

    마음이수선스러운데..여기서고요를찾고가려구요~^^   

  6. enjel02

    2015년 12월 18일 at 8:11 오후

    아름다운시마음속에젖어옵니다
    어쩜이렇게아름다울수가있을까요
    거품시키는글자주보여주세요잘보았어요

    참나무님손주와의이야기그런할머니손자인것이행운입니다
    다시읽어봐도멋진할머니이십니다   

  7. 해 연

    2015년 12월 23일 at 5:08 오후

    푸나무님.

    나겨울숲에급가고싶어요.
    이렇게글은못쓰겠지만눈에는보이겠지요?^^

       

  8. 블로그 관리자

    2015년 12월 27일 at 5:44 오후

    오늘은흐리지만
    어젯밤은맑았어요.
    복잡한서울하늘에도별이총총
    오랫만에선명한오리온별자리
    고요하고적막한겨울숲
    그렇게한계절또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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