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에 가면 시원하다.
넓은 마당 때문에 하늘이 커다랗게 보이기 때문이다.
저어기 옆에 있는 계단이 시원한 마당을 더욱 싱그럽게 받쳐준다.
계단을 오르는 이도
다 올라서 서성이거나 어디 즘 앉아 있는 이도
그대로 실루엣化 되어 저절로 풍경이 된다.
넓은 마당과 계단의 공명이 빚어낸 화음이다.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을 보러 갔지만
내심 목적은 전기의 ‘매화초옥도’였다.
전기의 ‘매화초옥도’는
겨울이 깊어갈 즈음 저절로 내안에서 솟아나는 그리움ㅡ 봄, 꽃, 시간ㅡ등을
한껏 보듬고 있는 그림이다.
그리움만이 아니라 조촐하고 검박하며
아름답기 그지없다.
거기에 전기를 향한 찬양의 수사와
그의 짧은 생애를 생각하면 감정이 도저해질 수밖에 없다.
기이하게 전기의 매화초옥도로 인해
국립박물관이 내 수장고로 여겨지기도 한다. 可呵
예전의 우리 선조들이 벽에 그림을 걸지 않고
말아서 보관하다 가끔 들여다보듯
나도 박물관에 나의 매화초옥도를 가끔은 들여다 볼 수 있으니
피장파장 아닌가.
내가 받은 박물관 레터에는
분명 전시품목으로 나와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내 눈이 빚어낸 착각이었나….전시 시간이 지난건가…
아주 많이 서운했다.
깊어가는 겨울은 봄에 대한 연모의 시간이다.
그 정점인 매화….,,,
대신 교토에서 갓 피어난 청매와 홍매를 보았다.
어디든 낯선 곳에 가면 번화한 길보다 골목길을 기웃거리게 된다.
가끔 그런 나를 보면
소심한 사람이로고, ….스스로 칭해보기도 하지만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많은 사람의 질과 양을 보여준다는 생각에 이르러서다.
어디 사람뿐이랴,
골목은 사람 사는 곳이다.
번화한 넓은 길은 사는 곳이 아니라 스쳐지나 가는 곳이니,
신사나 사찰 아니라도
뒷마당에 무덤을 업고 살아가는 집들이 일본에는 많다.
처음에는 살짝 내비치는 정원…에 반해서 주춤거리며 입구를 찾았다.
주차장을 지나니 들어가는 문이 보였다.
물론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오래된 나무의 색….들이 유별나게 일본은 검다.
블랙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
아주 까만 대문 사이로
커다란 소철…고목 ㅡ소철나무가 있었다.
이번 교토 오사카를 사흘 돌아다니다 보니
정말 손바닥만 한 곳에도 정원을 꾸미고야 마는!
그들의 그 정신이 좋아보였다.
커야 맛인가…
아니 적을수록 더욱 섬세할 수 있다.
하다못해 햇빛이 들이칠 것 같지도 않는 땅에도
남천일지 천량금..등이 빨간 열매를 매달고 서있었다.
그곳은 아마 이름 없는 신사…아니면 무덤을 관리하는 집 같아 보였다.
새로운 비석이 있는가 하면 아주 오래된 돌이끼 가득한 비석도 보였다.
비석으로 된 무덤들 사이에
오래된 비석처럼 매화나무 한그루 서있었다.
청매…
은은하게 참으로 우아하게
몇 송이 그 입술들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지인과 함께이니
저절로 매화초옥도….
매화를 찾아 떠난 여행이 되었다.
** 맨위 그림은 석철주가 다시 그린 전기의 매화서옥도
참나무.
2016년 1월 14일 at 10:54 오후
사진 만으로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운데
직접 만나보셨나니
그 느낌 어찌 짐작이나하겠는지요
이 낯선곳에서 만나 더 반가운건지…
참나무.
2016년 1월 14일 at 11:05 오후
이번 봄엔 같이 환기미술관 청매라도 보러갈까요
프로포즈 한다는 걸 까먹고…;;
smdthghk
2016년 1월 15일 at 12:03 오전
청매 넘넘 좋아요. 콜하시길 기다릴께요.
사진이 너무 작죠?
연구를 많이 해야하는데 맨날 덜렁이..ㅋㅋ
위젯을 살짝 만졋더니 아래쪽이 이상해지고
참나무.
2016년 1월 15일 at 1:21 오전
답글 보이기 코너는 필히 손봐야될텐데요
아직 승인못해서 제 답글이 안보입니다요
거풍 두어개 시켰거든요
데레사
2016년 1월 15일 at 8:35 오전
반가워요.
위젯 만지다가 몇몇이 이상해져서 도로 고치느라고 소동도
있었지요. 이제 차차 익숙해 지리라 생각해도 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 하는 중입니다.
일본에는 매화가 피었나 봅니다.
여기도 곧 매화소식이 있겠지요? 세월이 너무 빨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