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아름다운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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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파고와 이세돌이 세기의 대전을 치렀다.
내심 관심이 많았다.
단순히 바둑이 수 싸움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
무한대의 수로 입력된 기계와
한없이 열린 머리의 사람….과의 대결이 자못 흥미진진했다.

“좋은 내용과 아름다운 바둑을 보여주겠다는….”

아침 신문에서 이세돌의 말을 읽는 순간 기분이 참 싱그러웠다.
이것은 참으로 기계가 할 수 없는 이야기 아닌가,
알파고가 두는 바둑이 아무리 신의 한수처럼 비친다 할지라도,
실제 오늘 알파고의 한수는

즉 보통의 프로라면 절대 두지 않았을 수가 있었다고 하는데…
어쨌든 아무리 그렇더라도
알파고가 바둑을 어찌 알겠는가,
서로 한 점을 두며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 생명체를, 그 내용을,
오직 이기기 위해 훈련되어진
계산된 게임으로만 보는 알파고가 말이다.

나도 한 때 천정에 바둑판이 그려지는 경험을 했다.
엄마가 누구에게서 바둑을 배우셨는지는 모른다.
하여간 처음 바둑을 엄마에게서 배웠고 어느 순간 엄마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리고 이웃집 아줌마….
잘생긴 얼굴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한 해에 결혼을 해서
삼십대에 초등학교 다닌 아이가 셋인 수의사의 아내였다.
그 이웃집 아줌마와 틈만 나면 바둑을 두었다.
아줌마 남편인 수의사는 아내를 아주 좋아했고 아내는 남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가 좋아하는 바둑을 두는 나에게도 참 다정했다.
수의사는 아주 좋은 바둑판을 사주기도 했다.
우리 집 바둑판은 평범한 것이었는데
그 집 바둑판은 판이 넓고 굵었으며 다리가 있었다.
바둑알도 굵고 윤이 났는데 판에 돌을 놓으면 타악! 소리가 맑고 투명했다.
그 아줌마가 순천으로 이사를 갔고
나는 순천까지 원정 바둑을 두러 다니기도 했다.
날을 샌 적도 많았으니…
그것은 일종의 몰입이었다.
인공지능은….도무지 알 수 없는 내용이 아마도 거기 있지 않을까,ㅡ

아름다움은 더욱 그러하다.
이세돌이 말하는 바둑의 아름다움은….
인공지능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속해 있을 것이다. ,
창의와 자유로움을 주축으로 하는 고독한 일이며
직감과 직관에 의한 두려움 같은 것도 거기 가득할 것이다.
.
그러니
아름다움은
속에 내재된 것이다.
눈에 보이는 균형이나 뚜렷함,
조화에 기인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아주 선명히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논하던,.
지인의 글에 단 댓글이다.

아름다움은 이제 그 단어에서 벗어난 거 아닌가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아닌 그만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향한,

아름다움은 이미 항해…를 시작했어요.
그 자유로운 항해는
나의 아니 우리의 시각을 벗어나
그가 지닌 수많은 다양성의
혹은 무한의 세계를 항해 떠난 거예요/

사실 이런 사고, 혹은 철학은
열린 문앞에 서서 무한긍정의 힘을 불러오기도 하나
일견
평범한 우리를 질리게 하거나 두렵게 하기도 하죠.

시춘목…봄을 맞이하는 뜻으로 산수유나무를 이르기도 한데
산수유 나무 어디가 아름답던가요?
노오란 색이요? 꽃의 생김새? 수술/ 가지? 나무 둥치 우듬지?
존재론적으로 본다면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산수유나무의 뿌리가 아닐까요?

그러나 아무도 산수유나무를 보며 그 뿌리에게 아름답다고 이야기 하지는 않죠.
아마 대다수 사람들은 생각두 안할걸요?

그러나 베이컨은
그리고 수많은 현대철학가들은 적어도
그 뿌리에 대한 존재 자체를 인지하며
그게 정말 아름다움 아닌가…궁구하는 사람일 거에요.

아름다움은
아마도
현대회화에서 가장 격렬하게 움직이는
가장 동적인 존재일지도 몰라요.

오늘 이세돌은 인공지능을 지닌 알파고에 졌다.
그래서 내용이 없느냐고? 아름답지 않는냐고?

당신들도 이미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
져서 더욱 풍부하다는 것을
져서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고,

6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3월 10일 at 1:34 오전

    반가워요. 푸나무님.
    오늘 종일 뉴스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여 주어서
    바둑을 모르는 저도 관심있게 봤습니다.
    맞아요. 졌다고 해서 아름답지 않은건 아니지요.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사람과 인공지능이 다투는 그런
    일들이 많이 생겨 나겠지요?

    그래도 사람이 역시 아름다울거라 생각합니다.

  2. 최 수니

    2016년 3월 10일 at 10:01 오전

    오랜만이네요.
    아직 이삿짐 정리를 한 참 해야겠군요.
    많이 바쁘시지요?
    어머니는 회복이 잘 되고 있으신지?
    우리 올해 들어 아직 얼굴도 못 본 듯 하네요.

    어찌나 반가운지!

  3. 푸나무

    2016년 3월 10일 at 12:54 오후

    데레사님 저두 반가워요.
    너무 뜸햇지요?
    익숙해지면 온기도 더 살아날텐데
    거기다가 요즈음 제가 좀 바빠서…..
    글보니 건강하시고 행복하신듯 해서 보기 좋습니다.
    조블의 왕언니께서 자리를 지키고 계시니
    이곳에도 봅이 멀지 않을듯요.

  4. 푸나무

    2016년 3월 10일 at 12:56 오후

    그런가요? 올해들어?
    너무 익숙하고 친해서
    안봐도 맨날 본것 같기두 해요. ㅋ
    엄마는 이제 조금 즘 병우너에 적음이 되신듯요.
    아 병우너을 옮겻어요. 친구엄마가 계시던 곳으로
    인천인데 이곳은 의사샘들이 치료를 겸해주시네요.
    식사를 못하셔서 식욕촉진제 같은것도 맞으시고….
    식사한번하면서 수다 부려요. 우리,

  5. 벤자민

    2016년 3월 11일 at 6:33 오전

    푸나무님은 바둑을 잘 두실 것같아요
    여러가지로 미루어봐서 ^^

  6. 푸나무

    2016년 3월 26일 at 3:41 오후

    벤자민님 넘넘 올만이네요. 승인도 올만에 하고….
    그곳은 인제 가을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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