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감과 허탈함에 대하여….

계속우울한마음이다.요즘벌어지고있는일들을바라보며한없는인간의이기심과잔인성,그리고파렴치함을

본다.그리고그가운데있는내자신을돌아보게된다.나또한그들과다름없는행위를한적은없었던가하는

과거로의여행을떠나게되었다.그러다한가지사건을기억해내게되었다.아니,정확히말하면한가지를생각

하다가또한가지를더기억해내게되었다.

첫번째얘긴내가대학을졸업하고첨얻게된직장에서의일이었다.대학의추천을받아시험을치르고들어가게

된중소기업인데사실은조금다른얘기이긴하지만이얘기부터시작해야할것같다.대학교2학년때우리집은

이사를갔고그와중에집전화번호가바뀌었는데그걸과사무실에말해놓지않아서교수님께서첫번째로추천해

주신회사에면접을볼기회가날라가버렸다.그회산JAL이었는데내게연락이안되다보니우연치않게도나랑

별로사이가안좋고조금은껄그러웠던동창에게기회가넘어가버렸다.거기서부터뭔가좋지않은조짐을읽었다

고나할까?

그런일이있고침울해져있는데이번엔두번째로내게기회가왔고의료기를수입하는회사로그당시한참뜨기

시작한강남제일생명빌딩과강남사거리중간에위치하고있었다.별로큰회사는아니었지만말로는알차다고

했고새로신설하는국제회의부에서일할직원을뽑는다고했다.그런데일단영어와상식등시험을치르고결과를

기다리고있던중발표바로전날에내가일하게될담담부서부장이전화를했다.한번만나고싶다고.꼭만나물어

보고다짐을받아야할게있다고했다.

난당연일거리를찾고있었던사람이니직속상관이될수도있을그의말을따라그를만났다.회사근처레스토랑

에서.그는내게단도직입적으로시험결과에서내가2등을했다고했다.1등은역시E여대출신이었는데좀자기

생각에문제가있다고본다고했다.솔직히그게무슨문제였는지는기억에없고부장말이내가여러가지로맘에

드는데2등인데도불구하고나를뽑아주면자기와일을열심히해볼의향이있냐는거였다.물론나는행간에다른

숨은뜻이있을까의아해하며잠시동안고민에빠지기도하였지만일단기회가된다면열심히일하고싶단말을했던

것같다.그리곤내가뽑혀일하게되었다.

그부장은심한경상도사투리를쓰는사람으로스카우트가되어이회사에오게되었는데주로우리가해야할일은

의사들을만나고그들이주최하는학회를통괄하여관리해주는그런일이었다.호텔에서주로하게되는행사를

처음부터끝까지바쁜의사들대신대행해주는일이었고자연국제회의에대한경험과노하우를가지고있는그가

나서서주도하고난여러가지일을도와주는거였다.그회사에선여대를졸업한여사원은내가첨이었고사실입사

하고한동안은먼저있던회사여선배들의견제와시샘에피곤하기도하였지만난그런일엔어느정도이골이나있던

상태라무난하게넘기고있었다.그때부터도난조금은고지식하지만솔직한내모습을보이는것으로승부(?)를

걸었다.당당할땐당당하게그러나그들의열등의식은전혀건드리지않으려는자세로그렇게말이다.나중엔

몇몇과는여전히껄적지근한사이였지만대부분들과는좋은관계를유지했다.모든사람을다내편으로만들기는

참으로어렵다는걸또배우면서…..

그부장과는회사에서내준차을타고주로병원으로많이돌아다녔고학회준비시에는호텔로인쇄소로여러군데를

많이도돌아다녔다.그런데문제는나와부장만으론일손이부족하여나다음으로남자직원둘을뽑게된후부터였다.

그둘중한명은우연히도나와같은학번이지만나이가좀위였던분으로내친구와도알던사람이었고또다른한명은

국제회의에대한경험이부장만큼이나많은그런사람이었다.나이는젊지만이력이좀다채롭고풍기는인상에서

웬지감추는게많은듯투명해보이지않는느낌을주었다.난어느정도나의직관을믿는편이었는데웬지생긴건

멀쩡해도그에게신뢰감이생기지않았다.암튼그렇게네명이서일을함께하게되었다.

그러다가어느날회사의분위기가심각하고부장이수도없이회장님방을드나들고그러더니쇼킹한뉴스를전해

듣게되었다.부장이국제회의를준비하면서이중장부를만들어의사들에게서받은돈을착복했다는것이었다.워낙

난그런일은세상사에있는일이라여기고조금은놀란가슴을쓸어내리고있는데더욱놀라운소식은그걸다밝혀낸

사람이바로새로들어온미스터김이란거였다.다시말해정의의이름을앞세운하극상의연출인셈이었다.그말을

듣는순간난그가순수하게진실을밝히려는의도보단부장을몰아내고자신이그자리를가로채고싶은음흉한

생각에서였을거란추측을혼자하게되었다.그리고그의의도대로부장은짐을싸고쓸쓸히이별식도없이떠나

버렸다.나와또다른미스터리와함께저녁을먹은걸로모든걸대신하고말이다.

부장이없는자리에서미스터김은자신이이제모든걸도맡아열심히하는듯보였다.적어도외관상으론부장때

보다내게실수도용납않고더강압적인자세를견지하면서말이다.본인스스로워크홀릭이라자칭하며일에아주

파묻혀사는사람같았고어떨땐좀섬찍하게몰아부치기도하면서자기방식으로모든일을해나갔다.당연입사

동기였던미스터리의불만도많아지고그랬지만부장이빠진자리에선그가그자리를대신할수밖에없음이현실

일뿐이었고.

그렇게일을해나가다또다른놀라운소식이날라들었다.이번엔미스터김이,그런이유로바로부장을내친그가

이번엔회사돈과의사들에게서받은돈을횡령했단소식이었다.그는회사에콧빼기도보이지않고그대로잠적해

버렸고사태는그야말로위기일발이었다.해결해야할국제회의도있고한데말이다.뭘잘모르는우리(나와미스터

리)둘이준비하기에는가당치도않은중요한회의인데말이다.할수없이회사에선예전의박부장을다시불러왔고

다시돌아오게된박부장은자신이떠날당시나서서자신을변호해주지못한(뭘아는게있어야변호를하든지말든지

하는것아닐까?참참참….)우리둘을은근히원망하는눈치를보내고있었다.

덧붙여그때쯤난처음으로하게된사회생활에서볼꼴,못볼꼴다보았단생각에한참의욕상실과무력감에다

묘한갈등을느끼고있던때라서과감히사표를던졌다.박부장도더이상존경하는상사로모시고싶지도않았고

회사의처신도좀웃긴다는생각이고(사실그때가1985년이었으니우리나라에국제회의라는개념도별로없을때라

일할사람이많지않았단한계가있었지만서두)하여간모든것에염증과실망감을진하게느꼈고사회라는걸억지

스럽게배운계기가되었나고나할까?인간에대해서도다시깨달을수있었고.’뭐묻은개가뭐묻은개를나무란다’

는옛말에꼭들어맞는경우가아니고무엇이었겠는가말이다.이모든해프닝이….

그후에좀쉬다가들어가게된외국인계열회계법인회사에선대표(다시말해사장님)비서일을하게되었는데

이대표가조금능글맞은눈짓도보내기도하면서맘에안들더니만역시나돈문제로회사에징계대상이되고시끌

거리는화제의중심에서서날또한번곤혹스럽게만들었다.인간의조건이과연무엇인지를되돌아보게만들어준

확실한반면교사라고나할까?좋은대학을나오고남들이부러워하는모든조건을거의다가진사람이었지만역시

금전의노예가되어추한꼴을보여준것이다.거기도역시결혼으로오랜시간은일하지못하게되었는데그게차라리

다행이다싶은정도였다.

나의직장생활은그렇게두번이나인간에대한상실감을던져주었다.물론세상에다크리스탈처럼투명한사람만

살고있지는않다는것을진작에알았었지만그저알던이론과실제로맞다뜨린경우는천지차이였다.나랑대화를

나누었었고어떤한순간에는공감대도형성했던그사람들이모두다그렇게나약한인간의한단면을처참하게드러

내면서무너져내리는걸목도하는것은역시꽤나유쾌하지못한일이었다.

감수성예민했던20대중반에나의생은그렇게허물어졌다.그리곤상처를받지않기위해내안으로숨는그런

모습을얼마동안은가졌었던것같다.어떤계기로그게자연스럽게해결되었는지아님여전히그걸달고살고있는

지는잘모르겠다는게솔직한고백이다.요즘의사태를보면서우리인간의삶이란바로이런더럽고치사한일들을

견뎌나가는시련의연속일지도모른다는생각을하게되었다.그러면서배우고또배우는그런교훈으로받아들인다.

결과가어찌되든이미서로에게상처를주고할퀴어진영혼은한동안,어쩜영원히수습하기가쉽지않을것이다.

어쩜영원히짊어지고가야할큰형벌이될수도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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