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외출

정확히작년1월초를기점으로내생은확실히달라진게맞다.그전까지그저집안에서책이나
읽던지아님정심심해지면쇼핑이라도나갔던내일상이그시점에서부턴그냥집에서처박혀
글이랍시고일기같은일상을,또내가좋아하는음악이나영화감상,책독후감,여행이야기등등을

끄적이는걸로바뀌면서밖으로안돌아다니니우선은돈이굳었다.ㅎㅎ왜일단밖에나가뭘보면

하나라도사게되지않나?그걸안하니큰돈이아닌푼돈이라도굳는게사실이다.거기에자동차

개스값안들어가지…또화장품값도줄었지(아직은나갈때거의화장을하는편이니까)…암튼

반사이익이장난이아니게많은거였다.

그중에서도역시가장좋은것은내안의것들을서서히퍼오르니온갖찌끄러기까지건져올려

지며아직말끔은아니더라도많이정화가되고있음을느낀다.글을씀과더불어내생이분명
발전지향적으로바뀌고있음도느끼면서이게너무다행스럽다.머릿속에헝클어진실타래같았던

수선스러움을서서히정리해가고있는중임이확연히느껴진다.그리고세상을보는눈이많이따뜻해

지면서진정내가가야할길로이제막발을들어섰음이문득자각이되기도한다.

그전에도사실돌아다니는걸그리즐기지않긴했지만이렇게본격적인(?ㅎ)집귀신이되고보니

그나마얼마안되게교류했던몬트리얼친구들얼굴보기가더어려워진것도사실이다.우선

대부분일하느라그쪽에서도바쁜게사실이지만맘만먹으면만날수있는친구들도잘만나게

안되고하루하루의일상이거의비슷하게돌아가고있다.주중에는가끔수퍼나혼자다녀오고
토요일엔한인학교,일요일엔성당,거기다주말에남편과의외출이고작인.

그런데어제는정말큰맘먹고오랜만에친구집을방문하였다.여기서말하는친구란우리나라
정서대로동갑인그런친구를말함이아니고영어식으로가족이아닌내가알고지내는맘맞는

사람을말함이다.말이나왔으니말이지만난이영어식의’친구’의의미를더좋아한다.우리나라

사람들처럼꼭만나면나이따져묻고고향묻고(나도사실여기서절대자유롭단뜻은아니다.나도

종종물어보고알고싶어한다.ㅎ)그렇게시작해서언니,동생,형,오빠뭐그런관계로자리매김

하면서일종의서열비슷한편견(나이든사람이나이값의의미에서식사비도계산하는등경제적으로,

또는정신적으로도어른취급받을만한행동을하고거기에걸맞게대접을해줘야한다는뭐그런….)을

만들어내지않고마음이통하는’벗’으로생각하는게더좋단뜻이다.그런의미에서이친구는나보다

밥그릇수에선어리지만충분히대화가되고공감을형성할수있는친구란거다.

아무튼늘한번가본다하면서미루어왔는데마침내어제내가먼저전화를해서방문하게되었다.

당연서로부담없이만나얘기나나누기로하고말이다.또여기서도한국式이나오게되는데일단

사람을초대하면음식거하게준비하고가는사람도예를갖춰선물을준비해가고그런게아닌그야말로

서로그런형식을배제한편한만남이길약속하고그렇게….

우선집이있는동네가전형적인주택가에다조용하고유태인들이많이살고있는일명’부자동네’

인데안에들어가보니위로길쭉하기만한우리집보다평면적으로넓고뒷마당엔운치있게큰나무

두그루까지있고탐스럽게피여있는연분홍꽃까지안락해보였다.제법세월이된집을이집주인

부부가정성을들여손을많이봤는데역시여주인의깔끔함대로집안구석구석이손때의흔적을

느낄수있었고그들의취향도내맘에쏙들었다.여자들이젤로신경쓰는주방과욕실을아주이쁘게

꾸며놓았고(타일,벽지가고급스럽고산뜻하면서)방도넓직하니훤하고참좋았다.내가온다고열심히

청소를했다고하기에우선은난무엇보다청소를젤로싫어한다는얘기로부터대화의물꼬를틀었고.ㅎㅎ

사람을만나대화를하다보면아무래도서로의관심사를나눌수밖에없게되는데아이들을가진아줌마

들은(그런데왜이표현을쓰면서이렇게거부감이드는걸까?여전히…ㅎ역시고정관념이란무서운

것같다.주로아줌마라함은구태의연하고맹목적인삶을꾸려가는조금은구질구질하며남의흉이나

보는부류들을칭하는것같이들린다고느끼게되는)자식얘기가주로이고남편얘기나시댁얘기를

많이하게된다.우리들도물론그런얘기를조금나누기도했지만어제는주로자기얘기를많이나눈

것같다.좀더구체적으로말하자면인간에대해느끼는감성과자기안에있는여러가지들을조금씩

펼쳐보인것같다.이렇게마음을터놓고안심하고서로있는그대로를표출할수있는시간은얼마나

귀하고달콤한시간인가?바로이런맛에사람들은수다의즐거움을포기못하는것같다.나를밝히고

나를알리는게얼마나정신건강에중요하고필수적인과정인가?함께,공감이라는기분을느끼므로

스스로치유하는그런자생(自生)의행위가얼마나우리를살맛나게하느냐말이다.

우린어제분명둘이같이,또따로그런감성에빠졌다나온것같다.사람이이렇게서로많이비슷할

수도있고또닮은듯보여도이렇게다를수도있구나!~바로이런게삶을살아간다는행위에서배제할

수없는맛이로구나!하면서흡족한기분을느꼈던게분명한것같다.참으로사람은더불어살아가게

되어있는존재이고철없던어린시절보단나이듦어감에따라자신이넉넉해지고푸근해져간다는걸

느끼는기쁨이얼마나크고참행복이란걸또새삼느끼게되고살아있음에절로감사가나온다는게

얼마나환한축복인지…그여인도나도그런만족감에흠뻑빠졌다또이런시간을종종갖자란결론을

내고나는집으로,그녀는아이를픽업하러학교로그렇게헤어졌다.

가만히대화한걸돌이켜보니우린서로남에게이유없이욕먹는걸둘다싫어한다는공통점이찐하게

존재했다.누구나그렇겠지만유난한듯느껴졌는데아마도그건마음속에욕심이여전히많다는뜻일

거라는혼자만의짐작을해보았다.그래도누구에게피해주는것보단나은거지,뭐하는’난척’이조금

고개를들었는데난척이라고하다보니우리둘다또자기자신에대한프라이드가조금강한측에속한

느낌도들었다.자멸감,자괴감보다는그래도이게더낫지,뭐또해감서자족했다.ㅎㅎ

그런데대부분난대충대충꽈인데그여인은꼼꼼에다나보다훨씬더한완벽주의자…역시나이를더

먹은건절대내세울게아니고인간됨됨이와그나름대로의가치를나만의눈으로느끼고보면서판단

하되또너무기울지않게노력하는게참으로중요하단걸깨달았다.그래서이런말이있나보다.

주위를둘러보면도처에나의스승이요,깨달을건덕지가많다….이거아니였던가?암튼…..대충

그런취지의말이생각났다.그밖에도할말을생각해보면무지많지만난워낙짧은페이스를선호해서

오늘은여기까지해야겠다.덕지덕지오래오래물리도록끄는건내스탈이아니라함서.ㅋ

오늘은또아침부터바람이가을의그것처럼서늘하며마음을스산하게한다.아니정확히말하면

스산함은아니고내안에있는먼지들을다일으켜세우며나를씻기고있는것같다.가슴속에

시원한정기를집어넣으려고패시오쪽문을활짝열고차가운공기를흠뻑들어마셔봤다.
이럴땐더불어도좋고함께도좋지만나홀로만의고적함이또얼마나큰축복이고행복인가를
소름돋히게절절히느낀다.나의뇌세포와온갖세포들이환희의가벼운떨림으로진동함이
마치눈으로보이는듯,이럴땐또너무도좋아죽고싶단느낌이아주깊이내안으로들이미는데

난어쩔줄몰라하며콧구멍만발랑거리고있다.ㅎㅎ

때로는가슴이벌떡거리는이기분….
내몸과마음이한없이유영하는이느낌….
내가사랑에빠져있음을분명히느낄수있는….
살아있단게뭐별건가?
그야말로불어오는한자락바람에도
나를날려버릴수있고나를비울수있음으로,
늘내안을잘통하는서늘한아사(雅事)스러움으로느슨하게채우는거지….

"내안의언어는내감성의무한대를나타나기엔너무도한계적이라이럴땐어김없이난
옆의종이짝이라도꾸기던지아님큐숀끝이라도물어뜯어야직성이풀린다.많지도않은
머리카락을쥐어뜯을순없는노릇아닌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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