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4<감정의 비밀을 간직한 울 큰 아들 1편>

우리큰아이를떠올리면우선은죄책감에가슴이먼저아파온다.그러면서동시에그아이와의
첫만남의설레임과그때의감격으로돌아가게된다.아~내가과연그때의그감성을고스란히
살려낼수있을까?내가생각해도넘장하고내자신기특했었던기억을?

암튼지금으로부터정확히17년하고도더지난어느겨울날의이야기이다.
그당시난아이들아빠와따로살았었다.그이는미국에먼저들어가있었고난한국에서비자를

기다리며아이를갖고몸풀때가가까웠었다.시댁에서지내다가아이갖고또시어머니미국에

들락달락하신다고홀시아버님과단둘이만지내기뭐하다고그때부터친정에서왔다갔다하다가

또그마저아이갖고배도불러오고해서친정에서지내라고허락을받은거였다.

그런데또친정이주택에서아파트로이사를가면서시차의갭이생겨그때잠시부산에살던동생네로

부모님과이모,그리고내가가서살게되었다.제부는운동을하는사람이라노상집에없고어차피

아이가졌던(나와내동생의첫아이는단두주차다.함께임신해함께낳았다.)동생만혼자집에

있기도뭐하고외롭기도하고또곧내가미국으로들어가게되니여차저차해서얼마동안함께지내게

된거였다.당연제부한테미안한(공짜로얻어먹고있진않았지만웬지그런거있죠?딸가진죄인뭐

그런거ㅎ)마음도있었지만함께예전처럼살게되어좋았던게훨씬더했고.부모님께선왔다갔다

하시면서그렇게지내셨고동생은무지좋아라했다.

그렇게그곳에서겨울을지내고있는데슬슬몸풀날짜는다가왔지만난별로걱정도안되고암튼
동생과부른배를서로쳐다보며웃고두들기며장난도치고그렇게이모가해주는맛난거먹으며
룰루랄라하고있었는데어느날이상한느낌이드는거였다.웬지많이젖는느낌.그래서동생이
다니던산부인과에가서진단을받았지만분명의사가별일이아니라는거다.그래서당연그런
쪽에예민꽈가아닌나는무심히지냈다.그러다동생이큰조카를먼저낳고몸조리하면서이모는
거기에떨구고부모님과만서울로돌아와서아파트로이사하고지내고있었는데예정일보다좀이른

어느날아무래도느낌이이상한거다.아래가더축축히젖으며심상치않단느낌이와서외출하셨던

어머니께서전화를하셨을때빨랑들어오시라고말씀드렸다.

어머니께선총알처럼달려오셨고미리준비해놓았던짐가방을챙겨들고는우리는병원으로달렸다.

나를진찰하던내담당의사는나보고지금껏도대체뭘하다왔냐며마치미개인보시듯하시는거다.

난어리둥절해서이런저런전후사정과부산에서의진료에대해서도말씀을드렸는데아고!~그게

바로내가여지껏양수를흘리고다녔단거다.거기다안본사이에배가넘불러서빨리엑스레이를

찍어야한단다.아이가커서그런거라면제왕절개를할수밖에없다겁을주시면서말이다.난좀

놀랐지만이왕이리된거..하는예의그무심함으로일단사진촬영을했다.결과는다행히아이

머리는그리크지않고양수를그리흘리고다녔어도여전히양수가많아배가부르단결론이나왔다.

그리고촉진제를맞고병원에입원해다음날새벽쯤아이를낳을준비를하고있었다.

병원에누워있는데시부모님도다녀가시고나는점점아파오는배와허리를어찌할바모르고입에
손수건을꽉물고는참고있는데옆에계시는어머니는안타까워하시며열심히허리를주물러주시고

암튼아득함을그때맛보았다.그러면서드는생각이내가이리아프고힘든데지금조그만공간에

들어앉아있는아기는얼마나힘들까싶으며많은위안이되는거였다.그걸위로삼고난그저꾹

이를악물고참고있는데한밤중에간호사가와보더니놀라는얼굴로"아니이렇게자궁이벌어졌는데

안아파요?어머!오늘중에아기나오겠는데?"이러는거다.난겨우목소리를내서"아..파..요….

그런데아직은때가아니라고생각해서…."했다.그랬더니후다닥나가선의사선생님께연락해서

당장불러왔다.(다행히큰병원이아니고집근처개인병원이었다.)그리곤난수술대로기어가서

아기를낳게되었는데…..

여자가아기를낳는이야기를하는것은남자들군대얘기처럼뻥도들어가고그런무용담이없다

지만이건실지상황을고스란히말함이다.ㅎㅎ절대가감없는진실이란말이다.암튼그렇게

낳은아기얼굴이무지궁금한데산모쉬라고아기를옆에가져다주지않는거다.난그날밤을

뭔가해냈다는감격에겨워잠한숨못잤다.지금까지살아오면그날처럼꼴딱새워본건첨이자

마지막이다.그전까진난잠순이에속했었는데말이다.흥분감과묘한성취감으로아이의얼굴만

보게되길고대하며그렇게날밤을새우고이런저런다짐과각오를단단히했다.그렇게아빠도

곁에없이태어난우리아기가가엾기도하고그럴수록더욱내가사랑해줘야지하면서기다리고

있으니드디어아기를보여준다고데려왔다.

처음울아들을보았던그때의그감격을또뭐라표현할수있을까?발그스름하면서윤곽이뚜렷하고

내게는너무도귀하고사랑스러운앙징맞은존재.조그만콧구멍으로숨을들이내쉬며사람의형상을

했지만너무도연약하고안쓰러워까지보이는존재.쌔근쌔근잠을자는모습을보니울컥격정이

솟아올라나도모르게눈시울을적시게되었다.가슴에밀려드는그감동은어머니가되어보지못한

여성들은결코느낄수없는숭고한그무엇이다.내가세상에서어떤일을해냈다는감격스러움이

그때처럼격렬하고묵직했던적은없는듯하다.세상이달라보이고온통장미빛으로물들었다.

어떤이들은산후우울증이심하다는데난그야말로조증이라고이름붙일수있을만큼환희와감동에

날라갈듯했었다.아이를향한사랑과말로표현못할만큼의귀한존재를아끼는마음이나를휘감고

나를전율케했다.난내안에그리도순수하면서맑은마음이존재했던가싶을만큼온통선하고아름답고

충만한감성을그득히담고있었다.

그렇게아이를낳곤바로그다음날로집으로돌아왔다.웬지병원의낯설음이싫고내집으로돌아가

아기와조용한시간을보내고싶었서였다.이모는동생과함께있으니나는외숙모께서오셔서산후

뒷바라지를해주셨다.물론어머니,아빠께서도잘돌봐주시면서동생보다더호강을한셈이다.

아기는날마다확실히다른모습으로사람다운형상을더욱보여주었고난뽀얗고탐스런그의말랑
말랑한얼굴에내볼을갖다비비고손가락,발가락을만지작거리고종일바라다보는걸로기쁨을
느끼며시간가는줄모르는세월을보내게되었다.삼칠일이지나고친지들도방문하고친구들도
찾아오면서다들아기가넘이쁘다고말해주니더으쓱하게되고그때서야이렇게이쁜아기를직접
못보는아빠는지금쯤얼마나애가탈까하며안쓰럽게느껴졌다.난아기와함께종일을이렇게

지내니넘좋은데…하면서.

이쁘고착하기까지한(밤에잠도잘자고떼쓰지도않고우유도잘먹고암튼조용한아기였다.)울
아들을자랑스럽게옆에거느리고누워있자면세상에부러운것도없고그저가슴에포만감이밀려들고

아주가끔남편이옆에서날좀치켜세워주면좀좋을까란감상에도빠지며그렇게세월아네월아

하며지낸시간이었다.휴!~이쯤으로끝내자.출산기는….ㅎㅎ

마침내남편이나왔고우리는아기백일을함께보내고미국행비행기에몸을실었다.그전까진
옆에서도와주시는분들이많았지만이제부턴다내몫이다각오를단단히하며일단시누이있는
뉴욕에들러남편이정착한달라스로갔다.한국에서부터아기건강에좋다고면기저귀를쓰던것을

다가져갔는데미국에서야종이기저귀를다사용하지만난그래도계속면기저귀를빨아가며아이를

길렀다.그거말고는어떻게아기를잘돌보는지몰라서이유식도다른분들의조언을들어가며했고

또이유식을한꺼번에만들어냉장고에넣어놓고데워먹이는등미숙한엄마의모습을많이드러냈다.

그렇게서서히배워가던중종일집에서아기랑만지내니조금심심해지면서난엉뚱한궁리를했는데

바로아기가자는동안집에서걸어갈수있는그로서리나또남편이차를두고가는날에는살살운전

해서(그때본격적으로운전하기시작한때이므로)근처쇼핑몰도다녀오잔거였다.

하루는그렇게다녀왔는데침대에있어야할아기가보이지않는거였다.놀라서보니까안타깝게도

침대에서떨어져밑의요에여전히자고있는거였다.그래도다행히밑에요를깔아놓긴했지만
아기에게넘미안해서한동안붙들고울었다.’내가미쳤지..심심하다고아길두고혼자나갔다
이렇게아기가떨어지게만들다니….’하면서나를막패주고싶었다.그런데그렇게뉘우치고날
미워하다가도또얼마지나면또너무무료해지면서다시혼자살짝다녀오곤했고그후로도솔직히

고백하자면아기가한두번더침대에서떨어져있었다.그때이미난인간의나약함과부질없는
헛된약속같은것에내스스로를통해쓴맛을실컷본듯하다.그러면서사람이어디에미친듯
보이는것이너무도단순할수있는거로구나를또느꼈다.물론그안을들여다보면뭔가중요한
원인이나근원이있겠지만말이다.암튼바로그점이울큰아이를생각하면미안한첫번째일이다.

이젠두번째미안함에대해얘기해야겠다.이건내의지도약간은있지만주로는어머니가원하셨기

때문인데다름이아니라둘째를연년생으로낳고는내가둘돌보기넘힘들고어머니께서도딸들이

다떨어져있어외로우시다고둘째낳은후산후조리를해주시곤첫째녀석을한국으로데려가신거

였다.철이없던첫째녀석은지보다어리고온가족의사랑을포식하는듯보이는꼴보기싫은(아마

그랬을것같다.)꼬맹이를안봐서속시원했을지도모르지만암튼친정어머니를따라한국으로

나가버렸는데첫째가떠난그날부터아이가너무그리우며잘못결정한것같단후회를하면서

대성통곡을하고울었다.남편이겨우겨우달래고옆에있는둘째를보면서간신히마음을달래긴

했지만역시큰아이에게느껴지는죄의식은그후로도한참을갔다.그러다아이가어머니와함께

근일년만에다시돌아왔을때그아이의눈빛을보곤난정말심장이멎는것같았다.낯설어보이는

듯,수줍어하면서날경계하는듯도보이고웬지많이슬퍼도보이고암튼말할수없는죄책감에

한참을시달렸다.

그러다어느날결정적으로가슴에’퍽’하고멍울이든사건이있었는데겨우말을배운아이가(그때

만으로세살정도였다.)갑자기내무릎에드러누워있다가날위로쳐다보며하는말이"엄마…나

엄마보고싶었어."하는거다.난숨이막히며눈물이핑돌아그아이를안고한참을울었다.내가

얼마나아이에게몹쓸짓을했는지실감나며정말이젠절대로떨어뜨려놓으면안되겠단결심을

단단히했다.

지금도그아이를보며가끔차갑고무뚝뚝함을느낄땐바로이때의일이떠오르며미안한마음과
황당스러움에어쩔줄모를것같은마음이되곤한다.뿌린대로거둔다는말처럼그렇게엄마와어린

나이에떨어져있으며그리움이사무쳐서아이가저리된건아닐까하는안타까움이있다.그리고

지금이라도되돌릴수만있다면되돌리고싶다.그래서그때그시절로되돌아가내곁에두며

열심히아이를돌보고싶다.그회한은아마도영원히지워지지않을나의자책으로남을것같다.

시행착오를하며미숙했던걸다시잘해보고싶단소망도물론있지만그런자잘한것보다제일로

중요하고꼭돌이키고싶은게바로그거다.아이를늘내곁에두고지켜봐주는거.

정말그래서인지몰라도큰아이는지금도많이외로운것같은모습을보여준다.외조부모님의

기대와사랑을한몸에받고살았었지만어딘지모를고적함을느끼게하고자기의감정을잘

드러내지않으며혼자만의비밀로간직하는게습관처럼되어버린듯하며자식이지만쉽게다가

가기가좀어렵게도느껴진다.내가이사람을만나일을그만두고파트타임으로만일하고거의

전업주부가되면서또이곳에와우리끼리만살면서더욱아이들을챙기면서서서히나아지고

있다고느끼긴하지만아직도둘째에게서느껴지는그런자식과의유대감이좀덜한건사실이다.

물론아이나름대로의성격탓도있겠지만어린시절의상처가분명영향을미치는듯하다.어쩜

나혼자의오해일수도있다고가끔달래보기도하지만난그래도여전히그런느낌을숨길수가

없고그아이에겐미안한마음이훨씬많다.

가슴속에외로움과그리움을어린시절에사무치게느껴봤던나였기에어쩜더절실히공감되는

면이있을것이다.나역시어머니를떠나큰집에서살며어머니를그리워했던경험이있기에

말이다.그리고어린시절의기억들이얼마나한인간의일생에중요하고지대한영향을미치는

지잘알고있기에또한그아이에게더욱미안하고죄스런마음이되면서가슴앓이를하게되는

것이다.아~그때로돌아갈수만있다면~정말좋은엄마로써성심껏돌보고아이에게충실한

엄마의역할을맘껏해볼텐데하는아쉬움이늘떠나지않는다.그리고알게모르게큰아이에게

언젠가는반드시죄를씻는마음으로고해성사를하고싶단그런마음이있다.그아이와허심탄회

하게대화를나누며그아이깊은잠재의식에숨어있는상처를끄집어내어달래주고어루만져주고

싶다.그래서우리첫째가아무런앙금없이혼쾌한마음이되게하고싶다.할수만있다면깨끗이

씻어내서확새단장시키고싶다.사랑하는내아이가적어도엄마에게서받았던상처는없도록

그렇게만들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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