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사는몬트리얼에도드디어연극단체하나가생겼습니다.여러교민여러분들이후원
하시고부산을근거로연극활동을하셨던조미경씨가대표로하여‘연극사랑’이라는극단이
탄생하게되었지요.
그들의창단공연인“아비”를지난토요일저녁이곳몬트리얼대학내에있는한극장에서
참관했습니다.이연극은모두두번공연되었는데,전날반응이아주좋았다고공연전얼
핏듣게되었지요.그래서공연을관람하기전많은기대감을가지고공연을기다렸답니다.
사실공연을보러가기전출연진과연출을담당하셨던조미경대표의약력을훑어볼기회가
있었는데,연출가는물론대개의출연자들이이전에연극을공연했었던경력이있으시더군
요.그러니완전아마츄어의공연은아닐거라는건짐작할수있었지만공연을다관람하고
난후엔기대이상으로호연을펼쳤던출연자들비롯한연출가와모든스텝들에게진심에서
우러난큰박수를보낼수있었습니다.생업에종사하면서시간을쪼개내어연습에몰두했
었을그들의노고에진정한사의와격려를보내드리고싶었거든요.^^
“아비”는우리의‘아버지’를낮춘말이지요.왜제목을‘아버지’로하지않고‘아비’로하였을
까를잠시생각해보았는데연극을관람하면서그이유를나름짐작할수있었습니다.‘아버
님’은고사하고가장흔하게쓰이는‘아버지’로도불리지못할만큼아버지의위상이작금에
추락했음을은근비트는제목이아닐까라는것이저의소견이지만확인된것은아니고요.
연극의내용을조금살펴보자면,자신의남은생이얼마되지않았음을감지한‘아버지’가자
식들을불러모아놓고자신의전재산을한대학에기부하기로결정했음을통고합니다.그
와같은아버지의결정에세자녀는즉각반발하면서어머니를꼬드겨사후책을모색하게
되고,아버지는아내와자식들과갈등을겪다가결국숨을거두게되는데그제서야자식들은
자신들의잘못을깨닫게되고아내는남편의사랑을재발견하게된다는것이기본줄거리입
니다.
자신의진정한마음을표현하는방법을배울기회가없었던우리의아버지들처럼주인공‘아
버지’역시자식에게나아내에게무심하고사랑을표현할줄모르면서그저돈버는데만골
몰하는지독한구두쇠로여겨집니다.돈벌이에급급해장애를가진첫째아들을공부도시키
지않고일터로끌고다니다결국교통사고로잃고나서도여전히아버지는묵묵히일만하는
사람이었지요.게다가아내에게표현하는사랑은무시와냉대로비춰지기까지합니다.
그러던아버지가자신의전재산을한대학에기부하겠다고발표했을때과연그대로다납득
할가족들은몇이나될것인가라는게저를비롯한일반적인사람들의생각일거라고여겨졌
던게사실이었는데요.그건왜냐면아버지가앞장서부를축적한것은일면맞는이야기지
만연극속어머니의대사처럼그건또한편으론아내의내조에힘입은바크므로온전히그
만의공이라곤볼수없을테니까말이지요.또한부모의재산을자신의몫으로당연히생각
하는대개의자식들,그런대부분의의식속에서자신의몫을지키려는자식들에게돌을던질
수있는자과연몇이나될까란생각도해보았는데,그또한우리들의잘못된통념을탓할일
이지그런통념을자기들에게적용시키는그자식들만을탓할일은아닐거란생각이들었습
니다.물론이건조금과장된연극적요소(예를들어자식들의비난받아마땅한일련의행위
들,아내의이혼소송등)를배제하고드리는말씀이고요.
그런의미에서이건그저연극속의한장면이라기보다는현실을그대로반영한극히사실적
인“논제”의제시라고여겨졌습니다.연극을관람하면서주의를환기시키고다시금이러한
문제들을숙고해볼수있었던아주적절한기회였다고요.하지만연극에서보여주고자했던
것이이런논란의여지가있는재산형성의공에관한사실여부나그재산을둘러싼가족간
의갈등이다는아니었겠지요.어떻게,누구에의해축적되었든피땀으로일군재산을의미
있게사용한다는것과바로그러한의지를둘러싸고벌어지는가족간의갈등과그갈등을풀
어나가는화해과정이더중요한것이었을테니까요.
그렇습니다.연극은그러한갈등의화해과정을주로는가슴시리게,때론유머를이용하여
우리들의눈물샘을자극하고우리의응어리진가슴을풀어주기도하면서감동과재미를동시
에던져주었습니다.그리고결국아버지의숭고한뜻을이해하게된자녀들과남편의사랑을
확인한아내를보여주면서바람직한결말로끝을맺고있지요.표면에드러나는어떠한사실
보다그속에내재한진실이더중요하다는것을우리들에게일깨워준것입니다.그래서저
또한연극의결말에서찌릿한가슴저림을경험했던게사실이었답니다.
하지만저는여기에서우리들모두공감했던아버지의숭고한뜻,자녀들과어머니의이해와
같은긍정적인결말외에도또하나간과해서는안될것이있지않을까란생각을해보았지요.
그건바로지금까지우리가소홀했거나잊고있었던것들,즉마음속감성을밖으로표현할
수있는교육,부모와자식간의허심탄회한대화,부부간의참된동반자로서의의식과배우
자에대한,자식에대한,또부모에대한사랑표현같은,물질적안정만큼중요한감성적가
치들을인정하는의식이지금까지는많이부족했었단것을인식하고,또단순한인식을넘어
고무하려는노력역시기울여야할거라는것말입니다.
상대에대한배려없이그저나만옳으면정당하다라는논리는더이상요즘같은감성의시
대엔먹히지않는독재적판단이자오류일뿐이지요.아무도알아주지않는나만의선의보다
는그선의를제대로이해시키려는노력이그래서중요할테고요.그런점에서이연극의주
인공이었던아버지가아내와자식들에게미리이해를구하고,함께의논했더라면더좋았겠지
만그랬었다면이연극이탄생할이유도없었을테니이런가정은하나마나한이야기겠지요?
ㅎㅎ
그럼에도이연극이우리들에게시사하는바를깨닫고다시한번숙고하는것이연극을제대
로감상하는하나의방법일거라는믿음으로연극속에서제자신느꼈던것들을한번주절거
려봤습니다.더불어이연극을관람한것이진정한가족애에대한개념을되새길수있었던
좋은기회였음을밝히면서,몬트리얼의신생극단‘연극사랑’의무한한발전을기원한다는인
사를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