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완서 소설집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평소이분의글을참좋아했다.감칠맛나고구수한글도좋았지만세상을향한명징한

시선의사유도좋았고,끊임없이내면을맑고청아함으로담금질하시는모습도참어른다

우셔서많이사모했었다.물론간혹이런분도이런표현을아시고,이렇게진솔한생각을

여과없이드러내시기도하나신기하기도했었다.

바로그런그분의진솔함때문에사실은더욱그분을좋아했었다.하는것이하나의

교양인양행세하는현실에서있는그대로를꽤솔직하게드러내시는그분의용기와가식

없는담백함에실은많이매료되었던거다.하지만이제는더이상우리문학계의큰어른

으로자리하셨던그분의푸근하면서도단아한모습은물론그분의매력적인글도만날수

없게되었다.

그분이지병으로돌아가셨다는소식을인터넷뉴스로접하고잠시나는멍한기분에빠져

들었었다.마치아주잘알던친지를잃은듯싶기도하면서내가슴속어딘가로부터휑한

칼바람같은써늘함이불어와나를몸서리치게했다.박경리작가를잇는우리문학계의

대모셨던그분은문학과함께살기를소망하고꿈꾸었던모든여성들에겐하나의나침반

같으신존재셨으니내비록그만한역량은무한으로떨어질지언정열정에서만큼은꼭그분

을따라잡고싶었기에상실의감성이나를크게동요케한것이었다.

그리곤순간그분의작품을읽고싶어져나는남편과바로근처표선도서관으로향했다.

그곳에서그분의이소설집을빌려왔고,집으로돌아오자마자나는책을펼쳐들고읽기

시작했다.

세권의중,단편으로이루어진이소설집에는제목으로나온그대아직도꿈꾸고있는가”

한말씀만하소서와“서울사람들”이라는작품이있었다.

아들보다딸을더선호한다는세상이된지도벌써꽤되었건만여전히우리네여성들의삶

의실상은그리나아지지않았다는걸보여주는소설그대아직도꿈꾸고있는가는남

녀가다를수밖에없음을드러내는슬픈현실에더해그러한환경을만들어내는건정

작피해자라고도할수있을우리여성이라는걸은연중암시하고있다.

지극히이기적인행동과선택을서슴지않는인물김혁주는차치하고그를조종하는그의

어머니,또그를그렇게뻔뻔스러울수있게만드는데일조한주인공차문경과그의아내

정애숙,이런여성들의구태의연한사고와우유부단함이바로남녀문제있어늘당당할수

있는남성들과늘울면서당하는여성들이라는한계를절대못벗어나게하는진정한일등

공신(?)이었다는걸보여주고있으니말이다.

거창하게여성운동까지들먹일필요없이파렴치한이기심으로똘똘뭉친인물들에겐어떠

한대응이가장적절한가를확인시켜준이소설이내예상대로드라마로까지만들어졌다는

건소설을다읽고난후알게된사실인데,보지않아도얼마나많은여성들이이드라마를

보면서함께아파하고안타까워했을지는불을보듯자명하다.

그렇지만아무리많은시청자들이함께한숨을내쉬었다하더라도그저저건드라마야~’

는멘트로만그친다면,마찬가지로소설을읽은독자들역시그냥있을수도있는비극적소

설이네~’에서끝난다면소설을통해여성의권위와부당한대우에대한개선을사회에제시

하셨던박완서님의노력은무위로돌아갈것이다.진정한깨달음뒤에얻은의식의변화와

그렇게변화된의식을체득화해야한다고생각한다.그길만이우리여성들의삶의질의향

상에직접적인변화를몰고올것이고,그러므로우리는단지여성으로길들여지는게아닌,

남성의동반자인한여성으로살아갈수있게될것이기때문이다.

물론위의소설을그저소설로만읽을수없었다는사실이존재하긴하지만그다음으로읽게

한말씀만하소서는말그대로박완서님의자서전적인고백서이기에정말많이아린

음으로접했던기억이지금에와또새롭게떠오른다.

세상에존재하는많은슬픔과격정,분노,좌절중에서도으뜸이라이름붙일수있는자식을

먼저보낸어미의심정을진솔하게엮은그고백서는무릇자식을가지고있는모든어미들의

마음에큰회오리를불러일으켰을게분명하다.나또한글에서느껴지는여실한감성들을

내스스로자제하기어려워몇번을놨다,다시들췄다했는지모른다.

그건또좀더거시적으로는불행한일을당한한인간이거대하고절대적인한존재를향해

자기내면의모든것을토해내면서맞짱을뜨는생생한보고서이기도했는데,평소차분하고

이성적이셨던그분이그토록망가진(?)모습을보인다한들어느누가그분에게진정하라고

거들수있었겠는가.그어떤슬픔으로도대처하기어려운자식을잃은어미의처절한몸짓

과통한의외침은지금도내귀에생생하게들리는것같다.그리고마치나의일인듯가슴

을저미는고통을나또한경험했고,내심장을누군가쥐어짜는듯한느낌에숨을고른적이

한두번이아니었다.

차라리그분의절규와고통의몸부림은너무도인간적이었기에우리들의가슴에지극히사실

적인이미지로간직될수있었다고여겨진다.또한그런슬픔의와중에서도자기자신을돌아

보고되찾으려고노력하는그분의선량함에깊이고개숙이게만드는것도바로적나라한그

분의통곡의외침의진정성이우리가슴안에살포시스며들었기때문이라감히가늠해본다.

지금쯤박완서님은그토록그리워했던아드님을만나셨을까?그리고그동안의회한을뒤로

하고널잃은후의나의삶은이러이러했었지~하시면서모자의정을나누고계실까?

너무나도어이없게도나는그분의영면소식을들은후이글을읽게된다음한편으론안도의

한숨을내쉬었음을고백하고자한다.아무리시간이해결해준다한들,결코이세상을떠나는

그순간까지게딱지마냥우리들에게서도도무지떨쳐낼수없는그무엇은누구에게나한두

가지존재할거라고짐작하는데,박완서님께는바로아들의죽음이그러하지않았을까싶다.

그러니어찌보면이제그분께선이승에서족쇄처럼매달았던큰시름을내려놓으시고지극히

편안한마음이되셨을것같다.

더불어이참에그분의명복과아울러그분의착하고도발랐던아드님의명복까지함께빌고

싶다.

소설집의마지막작품은우리현대인들의가식적이고도속물적인특성을적나라하게드러내어

보여준단편서울사람들이었는데,서울출신으로제목은그다지맘에들지않았지만서울에

살고있는사람들의비틀린행태를정확하게짚어내신박완서님의안목과풍자적인회유에는

적극공감을느낌은물론완전동화되었음을고백한다.

우리안에숨겨져있는속물근성,한탕주의,부와권력을향한끝없는욕망과경외심등을등장

인물들을통해적절하게드러내신그분의칼끝처럼날카로운사유에서자유로울자과연몇이

나될까?허랑하고,경박하고,거기에다어리석기까지한중생들을향해던지는참됨과진실의

사찰에서그분의도저한사상을다시금맛보면서나의가치관을새삼담금질할수있었다.

이제많은여성들에게버팀목역할을하셨던큰어른께서는더이상이세상에존재하지않는다.

순수함과명징함이굳이나이에반비례할필요는없다는것을몸소보여주셨던소박하시면서도

도도했던그분의글발과정취를이제부터는각골명심할일만남은듯하다.진정그리할수있

다면그분의영전에부끄럽지않은애도가될수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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