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멋진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을 알게 돼 기뻤던 게 처음의 흡족한 마음이었다면, 많은 주인공들과 장소를 따라 다니느라 머리가, 아니 실은 저질기억력의 소유자인 나로서는 기억력의 한계로 다소 힘들었던 게 책을 읽고 있던 중간쯤 들었던 솔직한 느낌이고, 마지막엔 결국 와우! 방대한 이런 소설을 쓴 작가는 얼마나 수고가 많았을까 하며 작가에게 무한히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 게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진정한, 간추려진 나의 소감이다.
이 책은 현재 광고전략 및 기획가로 활동 중인 마크 엘스베르크라는 저자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들이 대규모 피해를 일으키려고 작정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시킬까를 궁금해 하며 시작했다고 되어 있다.
그는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문명의 이기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재앙으로 변해 우리를 공략할 수도 있다는 충분히 그럼직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공포심을 던져주며 동시에 예상치 못한 혼란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혼돈과 우왕좌왕하는 모습까지 아비규환의 순간순간을 아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급박한 상황 하에서 우리가 겪어내야 할 것들 혹은 유념해야 할 것들을 너무도 상세히 열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전이 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무수한 경우의 수들과 함께 일상에서 빚어지는 생필품 공급, 냉동저장식품 보관문제에서부터 농업, 채소 온실산업, 축산 등상하수도, 폐수정화문제까지 꼭 필요한 일상의 면면이 적나라하게 표출되어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이념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재난을 다루며 공상과학적 요소, 범죄와 범인을 파헤치는 탐정소설적 요소를 갖고 있긴 하지만 결론은 범인간적 범세계적인 인류애를 말하고 있다 여겨진다. 해커가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되는 순간,
한때 등을 돌리고 적이었던 사람들이 인류를 구하기 위해 힘을 뭉치는 순간 우리는 거룩한 인류애를 진하게 느낄 수 있고, 그런 인간에 대한 사랑만이 험한 세상의 등불, 다리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감지할 수 있으므로. 물론 우리의 뇌리에 강하게 남는 충격과 공포는 여전히 남아있다 할지라도 말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