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청풍호 벚꽃놀이, 그리고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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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명자꽃’이란 이꽃의 이름을 첨 알게 됐던 것도 감사한 일!^^

 

생전 첨으로 벛꽃놀이라는 걸 가봤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첨부터 벛꽃놀이를 작정

한 건 아니었다. 친구들과 친구가 소유한 콘도에서 좋은 공기 마시며 담소도 나누고

근처에서 맛난 것도 사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자고 계획한 일이 우연히 그

지역 벛꽃놀이 축제 기간과 맞물렸고, 그 결과 우린 평소 20분이면 통과할 수 있는 길

을  2시간 넘게 길에서 시간을 푹푹 썩히며 애태웠고 그렇게 시작은 그다지 밝지 못했

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모든 역경(?)을 뚫고 친구의 콘도에 도착하자마자 우린 정말 오길 잘했다고

들뜬 마음과 만족감을 드러내기 바빴고, 결과적으로 우린 오붓한 힐링의 시간을 만끽

하고 매우 흡족한 마음으로 또 하나의 추억을 가슴 한 켠에 간직할 수 있었다. 친구라는

소중한 존재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우리가 갔던 제천이란 곳을 이전에 난 단 한 번도 가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생애 첫

방문지인 벚꽃이 어우러진 청풍호에 대한 기대감이 자못 컸다. 주말이고 축제기간

이라는 걸 감안해 일찍 떠난다고 떠났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세상 사람들 생각은 다

대동소이한 지라 이미 청풍호를 향한 길은 끝이 보이지 않게 길게 늘어져 있었다.

처음엔 많이 낙관적이었다. 밀려봐야 얼마나 밀리겠어~ 라는 근거 없는 낙관적 감상

이 먼저 우릴 휘감았고 그 여세를 몰아 운집한 차와 사람들을 구경하는 여유까지 부

릴 수 있었다. 처음엔. 하지만 곧 이어지는 짜증과 무료함, 길거리에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다니~란 한탄과 좀 더 일찍 출발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까지 다양한 감성이

우릴 강타했다.

많은 시간과 한숨을 거리에 뿌리고 나서야 우린 뻥 뚫린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여전

히 정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저편의 자동차들에게 야비함과 통쾌함이 버무러진

썩소를 휘날리며 말이다. 그때부터 제대로 된, 진정한 꽃구경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무한감동에 휘말리며 정말 오길 잘했지?“란 멘트를 수없이 날리며 올챙

이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개구리가 되고 말았으니까

그리고 드디어 콘도주인 친구를 따라 우리 숙소에 도착, 주변 경관을 훑으면서 우린

또 한 번 미묘한 감성에서 이렇게 내질렀다. ”~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왔음 좋았을

텐데~“

대충 짐을 정리한 다음 뒤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주변을 탐색하고 다니다 벛꽃이 휘

날리는 광경에 ~ 벚꽃비네~“ 감탄하면서도, 우연히 들른 매운탕집 도토리전과

매운탕과 모든 반찬들의 맛이 다 기가 막히게 좋아 우리의 행운을 자축하면서도,

화도 시킬 겸 별 뜻(?)없이 들렀던 솟대 공간이라는 예술터에서 차를 마시며 마냥

행복감에 도취해 있으면서도,우린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했고, 또 생각했다.

더불어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었던 친구란 존재에 대한 고마움과 간절함을 깊이깊이

새길 수 있었다. 각자의 추억이란 공간 속에

그날 밤 우린 약간은 노곤하고 약간은 들뜬 그런 기분 속에서 먹다 얘기하다 졸다

추억에 젖다 그렇게 추억 쌓기에 몰두하다 종내는 별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별을 쫒다 결국엔 라이브 카페에 당도했고, 추억 돋는

포크와 팝 가요를 듣다 흥에 취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또 다른 추억에 잠기고 또 다

른 추억을 만들다가 흥분과 감동에 잠겨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일찍 준비를 마친 우리들은 근처 사찰을 산책하고, 청풍호문화재 단지를

구경하고,아침밥을 청국장과 함께 구수하게 끝마치고, 우리의 먹거리 몇 가지 구입

한 다음 흔쾌한 기분으로 그곳을 떠나왔다.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반대편

차들의 정체를 안타까워하며 그들의 끝 안 보이는 행렬에 아낌없는 측은지심을

느끼면서.

그리고 주유소 옆 분위기 그윽한 찻집에서 차 한 잔 마시고 출발하자는 콘도주인

친구의 제안에 따라 차에서 내리는 순간 와우~ 이 광경은 또 뭐지? 목련이 이토록

아름다웠나?’란 이제까지완 또 색다른 감흥이 날 덮쳤다. 벚꽃만 꽃은 아니지만

그동안 온통 내 맘은 여기저기서 보이고 떠들어대는 벚꽃에게만 꽂혀있었다는 걸

새롭게 느낀 순간이었다. ‘그렇지~벚꽃 말고도 꽃은 많지~’라는 새로운 발견의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이라고나 할까?

그러고 보면 이번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거 같다! 우리 옆에서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것에 대해 내가 눈을 돌렸고, 그걸 발견했고, 그것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것!

아니 어쩜 이미 이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살아가면서 발견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괴로움거리 대신 행복거리에 눈길을 머무르게 하는 노력의 인자가 내 안에 강하게

존재한다는 걸 재발견했다는 그거!물론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돼 있을지니 덧없다

해도 그 순간만큼은 나를 요동치게 하는 것에서 최대의 행복을 이끌어내려는 삶의

의지가 내게 분명 있다는 그 팩트에 대한 확인 말이다.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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