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영농일기
어디이곳천등산자락만일까?전국의농촌이농번기다.추수기도그러하지만농번기역시고양이손이라도빌릴만큼눈코뜰새없이바쁜계절이다.그러나이곳생활1년여만에느낀것이지만농사(영농)이라는게지난날처럼허리가꼬부라지고뼈골이부서져라짓는것은아닌것같다.영농도이젠단순한노동력만필요한게아니라공부(학습)도있어야하고또웬만한것은거의기계화되어육체대신머리도필요한게대세다.농부라하여무지막지힘만세서되는게아니라는뜻이다.또지난날은농(어)부하면무식하고천박한대명사였으나요즘의농부는대처의웬만한화이트칼라보다더세련되고윤택한부농이많다.내생각으론이런추세가더깊어질것이라는확신이있다.언젠가농(어)부를석.박사많큼이나귀히여기는시대가반드시오리라믿어의심치않는다.

다른덴모르겠지만이곳은’찔레꽃’이한창이다.얼마전까지아카시아꽃향이코끝을자극했다면요즘은이찔레꽃의그윽한향이영농의고단함을위로해준다.

부제를영농일기라고붙여놓기가쑥스럽지만,꼭생산을하여시장에내놓는것만영농은아닐것이다.나와가족이덜화학적인방법으로안심하고먹을거리를만들어내는것또한영농의범위가아닐까?한뙤기밭에라도이것저것여름푸성귀를심어돌보고있으니영농이아니고무엇이랴.하긴작년엔고구마를좀심어보겠다고멋모르고고구마순이가장비쌀때그놈을심느라순값과인건비포함230여만원을들여영농(?)을한결과순값에도못미치는결과를얻고,차라리200만원어치고구마를사먹었더라면1년내내지겹도록먹었을텐데….그게다경험부족에서오는비영농적인행동이었으리라.

감자꽃도접사를해보니그자태가요염하다.이곳엔감자계약재배가많다.감자는이른봄에파종하여머잖아이달안에수확이되는모양이다.위의사진은우리감자는아니고최회장(노인회장)님네감자밭이다.아!어제는내고추밭에가는길에’회장님’사모님을만났는데’오디’작은광주리로하나가득따신걸보았다.이곳은산뽕나무가많아요즘잘익은오디가지천이다.그런데아무도수확(?)을않는다.농번기라바빠서이기도하겠지만,농촌의여유로움도이기도할것이다.

금년엔마음을다잡아먹고모든것(고구마,고추,땅콩,옥수수)을경험삼아조금씩파종을했다.어제도현장을돌아보니그런대로잘자라고있다.근간전국적으로봄가뭄이여간짙지않은데다며칠전다른지역은천둥번개와함께우박이쏟아져피해가막심하다는보도를보았지만,그분들께는정말죄스런표현이나천우신조인지이곳은얼마간해갈을할수있는비가내려푸름이더해가고있다.

나의영농터이다.주생산품목은고추,고구마,옥수수,땅콩이다.고구마부분엔벌써고라니가다녀갔는지발자국과똥이이곳저곳분주하다.

개울건너사과나무를몽땅잘라낸곳엔금년에아무것도심지않았다.지금이라도호박을심으면될까?혹시영농선배님이계시면자문을구하고싶다.밭둑으로’찔레꽃’이지천이다.아!제초제는뿌려두어풀은별로나지않았다.

사래긴밭을돌아보고집으로돌아오니뒤뜰의채마밭이궁금하다.이곳엔김포사돈께서몸소가져오신정구지(부추)와마디호박을비롯하여10여종의남새를심어놓았다.원래는비닐하우스를만들어정성껏돌보려했지만,약간의사정이있어노지에모종을한것인데불과열흘사이에넘치도록수확이가능하다.

뒤뜰의채마밭.상추,토마토,방울토마토,대추토마토,양배추,치커리,쑥갓,오이,꽈리고추,부추,겨자채,마디호박,둥근호박,가지그리고이름모를몇가지더…가을엔이곳에비닐하우스를만들계획이다.

저넘치는것들을이웃과함께나누었으면좋으련만,사실이웃들은나보다훨씬실하고때깔좋은수확을하며오히려날더러갖다먹으란다.그러한즉수확을해도반은커녕그이상은버리고만다.어제만하더라도이곳의옛주인이었든김사장이갑자기상추를한보따리가져왔는데내가심은것과는상대도되지않는좋은품종(사실내가가장좋아하는품종)을가져왔다.결국내가수확한것은아쉽게도버려지고만다.이즘의우리채마밭엔먹지도않는남새들이지천으로널려있다.그렇다고영농을아니할수도없고……하긴뭐꼭먹는것만이대수랴!내가뿌리고심은것이고물거리며자라는모습에서뿌듯한성취감을느끼는것또한기분좋은일이아니든가?

영농을하여수확물을보니갑자기시장기가느껴진다.그래!오늘점심은내가직접기른채소로쌈밥이나먹자.비록보리밥에된장과고추장뿐이지만대장부살림살이이만하면족하지않은가?고기국에이팝은아니지만안빈낙도(安貧樂道)는이를두고이름아니겠나?껄껄껄…..상을차릴필요도없이주방의개수대앞에서서서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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