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노느니 염불(또는기도) 하기.
참으로알수없다.산골의봄은….아무리이상기온이모든지구촌의현상이라지만그래도춘하추동사계가뚜렷하거늘이곳산골은엊그제봄이왔는가싶더니만,봄냄새를맡을여가도없이순식간에봄이사라진듯하다.군데군데봄꽃이만발한다싶은데금새낙화가되고파릇파릇잎으로돋아난다.이정도면기온이라도봄다워야하건만조석으로는쌀쌀하다못해춥기까지하다.그렇지만지난겨울의동면기에서깨어나요즘의농촌은분주하기이를데없다.하루종일트랙터와경운기그밖의농기계소리가요란하며봄농사가한창이다.

서재의창밖에화려한봄이내려앉았다.

사실이곳에내려올때는농사를짓겠다는욕심은전혀없었다.다만신선한채소나약간의군것질(고구마,감자,옥수수그리고얼마간의과일)꺼리를직접재배하며말그대로의전원생활을해보겠다는생각뿐이었는데귀촌3년차에그생각을조금수정해야할것같다.노느니염불을하거나기도를한다지만,남들다열심히일하는데혼자만한가롭게(?)염불이나기도만하려니뒤꼭지가간지럽다.

살구꽃도흐드러지고…

홍매화도자태를뽐내고…

사실이곳에(비단이곳만이아닌…)귀촌을작정한것은어릴적부터의내소망이기도했지만,만년이가까워갈수록못다한숙제같은게있기때문이다.50중반에든막내동생놈때문이다.아버지어머니는살아생전이놈을주려끼고사시다시피했다.그야말로금이야옥이야.결국이놈이지금까지방구석에처박혀무위도식하는꼬라지는온전히아버지어머니탓이다.

배꽃과복사꽃은또어떻고….

부자는아니지만그런대로의식주에큰부담(?)이없어지자,자꾸돌아가신부모님께죄송한생각이든다.혼자만호의호식하며지내는것같고,금이야옥이야길렀던막내아들을천대한다며하늘에서호통을치실것같은그런송구한마음같은거….그럴때마다저놈을어떻게하든방구석에서꺼집어내어바깥의맑은공기를마시게해주어야한다는강박관념같은게있다.

요즘우리는반찬꺼리를전혀사지않는다.지천으로널려있는들풀(채소)로밥상을마련한다.

솔직히금전적으로도와주고싶지는않다.그래서는안되고또그럴수도없다.많지않지만부모님유산을7남매누구하나손대지않고놈에게100%상속받게했지만불과수년이못되어알거지가되다시피했고,직장을잡아도언제나두달이못가고백수생활을즐기는놈이다.그런놈에게금전적도움을준다는건진짜밑빠진독에물붓기인것이다.그래서농토를좀만들어그곳으로유도하려는장기계획을세웠던것인데,농사는죽어도못짓겠단다.웃기는건계수씨가더펄쩍뛴다.“농사지을거면차라리친정(전남구례)동네로가지낯설고물설은곳에왜가느냐.”는식이다.

중기를임대하여일부를개간도했다.

아무튼이쯤에서포기를해야하나말아야하나는좀더시간을두고생각하기로했다.그런데크지는않지만마련한농토를방치하다보니황무지로변한다.문득토지신에대한결례를한다는생각이퍼뜩든다.안되겠다.내땅이황무지化한다는것은토지신령님에게대한결례이기도하지만국가적낭비다.월전에국가의장래를위하여농업이민까지보내서식량을증산하자고악악대든내가아니던가.

집앞의문전옥답에도객토를하고…

황무지화되가던땅에도객토를했다.이제내일부터는거름작업을또해야한다.이런게염불이고기도가아닐까?몸은좀고단하겠지만토지신과국가에대해좀덜미안한염북과기도말이다.

그래서요즘며칠째방치해두었던땅에객토작업을하고있다.그리고금년부터는무엇이되었든본격적인영농을해볼까한다.물론힘들고수지타산이맞지않을수도있을것이다.그러나노느니염불도하고기도도하는것은죽으면썩어질몸뚱아리…살아생전좀더써먹자는계산에서나온말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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