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망중한(忙中閑)
그제는마을부녀회주관으로마을어르신들을모시고서해쪽바다를다녀왔다.우리마을부녀회장님이누구시든가.참거시기한얘기지만吳가문의족보한귀퉁이를빛낼우리마누라가아니시던가.빠듯한부녀회살림을알뜰살뜰꾸려나가며마을발전(이부분은또유능한이장님이계신다)을위해혼신(?)을다한결과이전보다살림이제법늘어나면내에서가장부유한부녀회의하나로거듭났다는평판이다.(마누라는힘들어서못하겠다고내년엔그만두겠다고하지만1-2년더하라고권하고있다)

사실또그게그렇다.이주해온지2년밖에안된남의마누라를부녀회소집을시키고반강제로회장에취임시켰을때,당장못하겠다고고사(固辭)하라며목청을돋운것은나였다.말이회장이지아무리잘해도본전이고조금만비딱하면욕먹을자리라이주(移住)뿌리도박기전고사(枯死)하는거아니냐고걱정했던터였다.

그런데가만히생각해보면크게명문가는아니지만,광복과625,419,516등등격동기를거치며그나마가문이쇠잔한느낌이없잖아있다.뭐남들처럼하버드나카이스트출신이있는것도아니고내자신이소학교시절줄반장몇차례한것외에는언간생심‘회장’이라는호칭을받을신분이하나도없다.따라서종친회에연락하여오가세보(吳家世譜)에마누라이름옆에“천등산박달재xx마을부녀회장”역임했다는걸꼭명기해달라고할참이다.종친회에서반대를하면뇌물을써서라도…허~얼!!!

사실이곳천등산자락의이즈음은2모작의전환기다.가령감자농사를지은농가는감자수확을끝내고다른작물을심기위해분주하고,내경우만하더라도마누라와부부싸움을해가며우여곡절끝에콩심기를끝낸뒤라잠시허리를펴고하늘을볼짬이생겼다.이를테면마을전체아니면면전체가하루쯤농사일을잊고나들이를해도영농에크게영향이없는날을택해부녀회의주관으로바다를다녀왔던것이다.이른바글자그대로망중한(忙中閑)인것이다.

마누라는함께가자고종용을했지만빠듯한살림에나하나입더는게부녀회돕는거라며극구사양을하고오히려돌아올때어르신들군것질꺼리라도사드리라며쾌척을했다.마을회관앞마당에서관광버스를떠나보내고집으로돌아오니그렇지않아도한적했던산골이적막이흐른다.할일은없고시간은잔뜩널려있고…오랜만에잘찍지못하는카메라지만들고주위를살핀결과물이다.즉나만의망중한(忙中閑)을즐긴것이다.

요즈음집안에피어있는여름꽃

요거토마토꽃

수박꽃

쑥갓꽃

참외꽃

오이꽃

겨자채꽃

대추꽃

그리고잡다한이름모를꽃

순백의고추꽃

다소곳고추꽃

고추꽃을맨마지막에올린것은이유가있다.모든꽃들이,하다못해호박꽃마저도하늘을향해자신들의자태나용모를뽐내지만,오로지고추꽃이놈만고개를땅으로향하고있다.극히아름답지는않을지라도다소곳한모습의순백의꽃이양반가의규방처녀나요조숙녀에비견해도좋지만고추꽃은늘겸손한모습이다.산골에귀촌이나귀농을하고자하시는분들아니우리모두가이런삶을살아가면얼마나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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