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學力)과 지력(知力)

많이 배우면 많이 아는 게 삼라만상의 조화다. 말 못하는 미물도 그러할 진데 하물며 인간임에랴. 어느 인터넷 공간에서 글 한 줄 올리려고 들어가면‘어느 고등학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고 자꾸 따지듯 물어 온다.

고등학교를 다섯 군데를 옮겨 다녔다. 옮겨 다녔다는 말에 어패가 있기에 수정한다. 다섯 군데 다녔다. 고등학교2년 까지는 정상적으로 남들처럼 공부도 하고 학교도 잘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렇고 그런 놈들과 어울리며 집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도나 삼척 등지로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개월씩 가출을 하고 막노동으로 연명했다. 자연 퇴학처분을 받고 유급도 하고…

대한민국 부모들 교육열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먹고 살려면 그래도 고등학교졸업장은 있어야 한다고 인천으로 대구로 학적을 뒀지만 그 학교에 등교해 본 적은 없기에 경고장이 날아오고 다시 다른 학교로 적을 옮기다 보니 다섯 군데의 고등학교를 다닌 것이다. 그땐 그게 가능했다.(하긴 최순실 딸아이를 보니 요즘도 가능한 모양이지만…)

어쨌든 부모님의 피나는 노력으로 다섯 번째(출석일자를 채우는 조건으로…)D상고의 졸업장을 샀다. 부모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번엔 초급대학이라도 나와야 한다고(당시엔 월사금만 내면 되는 대학들이 많았다. 하다못해 최순실이처럼 청강생(학사 증은 없지만 졸업장은 주는..)제도도 있었고,,,,)하도 압박을 하는 통에 시험도 보고 적을 반 년 둔적도 있었다.

박봉에 시달리는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평생‘돈.돈.돈’부부 간에 하는 얘기지만 그 돈 소리가 내 귀에 딱지가 되어 널어 붙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학업 보다는 돈을 벌기로 했다. 어찌 사들인 상고졸업장을 가지고 운 좋게 좋은 직장도 다녔지만 직장생활로는 어머니 포원(抱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구멍가게 같은 공장도 보따리장사도 했던 것이다.

살아가며….고등학교 졸업장을 샀지만 학력에 대한 컴플랙스 같은 건 없었는데, 직장을 관두고 첫 번째 시도한 사업이 망하고 룸펜이 되어 이웃과 마누라 보기 창피해 신문에 모집광고 난 기업에 시험이라도 한 번 치려면 꼭 4년제 대학 졸업장과 학사증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고교졸업장을 사기는 했어도 그땐 기억력도 좋았고 특히 달달 외우는 것은 남다른 특기도 있어 수리(數理)를 빼고는 자신도 있었는데…시험 칠 기회조차도 안 주기에 그 때 처음 대학 안 나온 것을 후회하고 좌절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젊은 마누라와 고물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좌절 할 수만은 없었다. 오래 전 이곳 조토마에‘차라리 대학을 안 나왔기에 세상이 두렵지 않았었다’라는 썰을 푼 적이 있었다. 사실이 그랬다. 대학도 안 나오고 학력(學力)이 없는 놈이라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대학을 나왔더라면 체면치레 때문에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어느 고등학교 나왔느냐고 묻기에 고교중퇴라고 했다. 선생님에게 정상적으로 배운 학력이 고교2년이었으니 나의 학문적 지력(知力)은 그게 전부인 까닭에 고교중퇴가 맞다. 내 비록 학력과 지력이 고교2년밖에 안되지만 세상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내 비록 고교2년짜리 인생이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고 여타한 것에 현혹 되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동안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능력은 있다고 자부 한다.

그런데 세상 참 요지경이다. 많이 배우면 많이 아는 게 삼라만상의 조화다. 말 못하는 미물도 그러할 진데 하물며 인간임에랴. 대학을 나오고 석. 박사가 되고 누구보다 학력과 지력이 뛰어난 인간들이 사기를 당하고 미신에 미치고(狂) 스스로 도탄에 빠지고 어떤 인간은 그 좋은 학력과 지력으로 남을 속이는 잔대가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학력(學力)과 지력(知力)이 비례 하는 건 아닌가 보다. 오히려 학력이 높을수록 타인에게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이번 박근혜 대통령에 분노하는 것은 일천하고 미천한 내 학력(學力)과 지력(知力)에 비교하여 이런 참사(慘事)를 벌여서도 벌일 수도 없음에 화가 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하는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는 것이다. 머릿속에 먹물 꽤나 들어있는 양반들은 이번 참사(慘事)를 두고 참담(慘憺)하다고 하지만 나는 거기에 더하여 참혹(慘酷)할 정도로 참담하기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 행보를 눈여겨 볼 것이다. 나의 분노가 극대화 할지 아니면 지지로 돌아설지? 순실이가 아닌 순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몫이다.

1 Comment

  1. 데레사

    2016년 10월 31일 at 11:17 오전

    오후 3시부터 최순실의 실체와 그가 저지른 짓들이
    낱낱이 밝혀질지 봐야죠.
    이제는 눈가리고 아웅으로는 절대로 사태해결이 안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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